[인터뷰] 조세영 외교원장 “북미 비핵화 협상 ‘스몰딜’도 의미 있다”

“한미 北 완전한 비핵화 공동 목표…중간 단계로서 ‘스몰딜’ 가능”
“北이 생각하는 ‘비핵화’ 개념 다르지 않아…비핵화-상응조치 어떤 조합이냐가 관건”
“한일관계는 투트랙으로…신남방으로 외교지평 확대"
  • 등록 2019-01-21 오전 6:00:00

    수정 2019-01-21 오전 6:00:00

[대담=이데일리 선상원 정치부장, 정리=장영은 기자] 연초부터 한반도 정세는 격동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중국 방문과 북미 고위급 회담 등 수개월 동안 멈춰있던 북한 비핵화 협상에는 다시 시동이 걸리는 모양새다. 한일간에는 강제징용 문제와 레이더 갈등 문제가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고, 미중간의 무역전쟁이 진행형인 가운데 한중 관계 역시 쉽지 않은 국면이다.

어느 때이고 한반도 정세가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했 것은 아니지만 올해는 완전한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정착을 현실화 할 수 있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또 일본·중국과는 새로운 관계를 다져나가야 하고, 신남방 정책 등 문재인정부의 외교 다변화를 본격화하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 외교의 역할이 전례 없이 중요한 한 해를 맞아 지난 17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조세영(사진) 국립외교원장을 만나 올 한해 한반도 정세에 대한 전망과 분석을 들어봤다.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조세영 국립외교원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먼저 조세영 원장은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빅딜’을 이뤄낼 것이냐 ‘스몰딜’에 그칠 것이냐는 데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과 관련, 초기단계 비핵화 조치와 상응조치를 교환하는 이른바 스몰딜을 꼭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는 의견을 내놨다. 스몰딜이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미국이 말하는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의 로드맵을 그리는 빅딜로 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조세영 원장은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통해서는 비핵화를 넘어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북아 평화체제 및 안보질서의 큰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일 관계와 관련해서는 현재 다소 어려운 상황이기는 하지만 ‘투트랙’ 기조 아래 협력할 부분은 협력하면서 과거사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향으로 끌고가야 한다고 제언했고, 시대와 관계의 변화에 맞춰 대(對) 중국 외교도 강화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남방 정책의 경우 단순한 무역 파트너가 아닌 정치안보 분야까지 외연을 확장해 나가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몰딜’은 중간 단계…김정은 위원장 비핵화 결단 내렸을 것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고위급 회담 하는 등 북미 정상회담이 목전에 다가왔다. 북미가 어느 정도까지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에 대해 여러 이야기들이 나온다. ‘스몰딜’ 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많고 어떻게 보시나?

△스몰딜을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데 중간의 한 단계라면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는것 같다. 스몰딜이 최종적인 결과라고 한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일정한 중간 스텝이 되고 최종적인 완전한 비핵화로 단계로 간다고 한다면 스몰딜도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핵동결 정도만 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제거하는 선에서 핵보유국으로 인정만 받고 끝나는 거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스몰딜을 과정으로 보지 않고 그 단계에서 끝난다고 보면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우리 정부와 미국이 완전한 비해화를 목표로 삼고 있기 때문에 스몰딜이 현실로 나타난다면 중간의 한 단계로, 과정으로 봐야할 것이다.

-북한에서 그걸 원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파키스탄 처럼 김정은 체제에서 핵을 가지고 있어야 되겠다고 판단을 했을수도 있다.

△여러 분석이 있을수 있지만 지금까지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김정은 신년사도 포함해서 보면 남북이 생각하는 완전한 비핵화가 같은 의미라고 판단된다.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께서 신년기자회견에서 소개한 걸 보면, 김정은 위원장이 국제지도자들한에게 국제사회가 생각하는 완전한 비핵화와 북한이 생각하는 비핵화가 동일하다고 했다. 협상의 테이블에 나온 이상 김정은 입장에서도 완전한 비핵화라는 전략적 결단만큼은 내린 것이 아닐까 한다. 작년 4월에는 병진노선에서 경제 노선으로 큰 방향의 전환도 했다. 김정은 입장에서 본다면 자기들이 상응조치 충분히 확보한다는 전제 하에 비핵화의 결단을 실천에 옮김으로써 좀 더 밝은 미래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안전보장 측면에서나 경제발전의 문제에서나, 굳이 핵무기를 가지고 불안정하고 전망이 보이지 않는 상태로 유지해 나가는 것이 득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큰 협상에 발을 내디딘 거라고 본다.

-그렇다면 2차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내놔야 하는데 어느 정도 선에서 타협할 수 있을 것으로 보나.

△1차 정상회담 때는 성과가 추상적이었다, 큰 틀의 합의만 이뤄졌다 이런 분석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2차 정상회담을 하게 되는 거니까 그때보단 조금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결과를 기대하는 거 아니겠나. 그런 요구를 쌍방이 다 잘 알고 있을 것이고, 수면 아래서 다양한 레벨의 접촉이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데 소위 비핵화와 상응조치 간에 조합을 높은 수준, 낮은 수준, 중간 수준 이런 식으로 다양하게 맞춰보는 작업을 치열하게 하고 있지 않을까. 그게 이번에 북미 회담의 결과고 어느 정도 레벨의 것이 나올 수 있겠느냐는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학자들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20~30년 걸릴 수도 있다고 보면서 중간에 신뢰 구축하면서 가자고 하는데 또 이런 과정이 과연 가능할 것이냐는 우려도 함께 존재한다.

△시간이 걸린다는건 중요한 요소일 것 같다. 아주 단기간에 완전한 비핵화를 딱 결단으로 이뤄낸다는 건 힘들것 같고 일정한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때문에 스몰딜도 과정으로서 의미가 있는 것 같다.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볼 때 이게 하나의 프로세스다, 과정이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봐야 한다. 그렇지만 가능하다면 이 시간을 굉장히 압축적으로 단축하는 것이 우리의 희망이다. 모든 여건이 맞아 떨어져야 되니까. 지금 ‘기회의 창’이 열렸고 놓지치 않고 가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김정은 위원장 서울 답방하게 되면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인데, 어떤 부분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고 보나?

△현실적으로는 군사 분야 합의를 진전시키는 부분이 있다. 운용적 군비 통제에서 제도적 군비 통제로 넘어가야 하니까. 북한이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철도라든지 산림 분야, 인도적 차원에서는 이산가족 같은 부분 진전이 있으면 좋겠는데 이런 것들은 상식적인 바람이다. 한발 더 나아가서는 한반도의 평화체제를 만들고 이걸 조금 더 확장시켜서 동북아의 안보질서, 그걸 넘어서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북아 안보질서 이런 것이 최종적으로는 형성이 돼야 한다고 본다. 완전한 비핵화라는 것은 남북한을 포함해서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의 틀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북간에도 한반도 평화 질서와 동북아 안보질서에 대한 비전, 청사진 이런 것도 빨리 논의하는 단계가 왔으면 한다. 이번 답방에서 의제에 올라올지 모르게지만 9·19 공동성명 할 때도 소위원회가 구성될 때 한반도 평화체체 소위원회와 동북아 다자안보 소위원회가 구성되게 돼 있었다. 진척이 안됐던 것 뿐이지. 결국은 완전한 비핵화와함께 이런 안전보장의 틀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번에 김정은 위원장 신년사에서도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협상을 적극 추진하여 항구적 평화보장의 토대를 만들어야 된다”는 부분이 있다. 혹자는 중국을 포함시키겠다는 의도라고 해석을 하는데 평화협정이든 동북아 다자협정이든 중국이 포함되는 건 당연한거고 이 워딩 자체는 조금 더 큰 의미라고 본다. 9·19 공동 성명에서도 합의했던 한반도 평화 질서와 동북아 안보 질서 이런 걸 조금 더 이야기하고 구상을 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해석한다.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조세영 국립외교원장이 17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이데일리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한일관계 ‘투트랙’ 외엔 대안 없어…신남방, 경제협력 넘어서면 더 큰 성과

-한일관계가 엉망이다. 우리 정부는 안정적으로 관리하려고 하는데 대법원 판결도 있고 일본측이 의도적으로 도발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정부에서는 투트랙으로 대일관계를 관리한다고 하는데 과연 가능한가?

△사실은 투트랙 말고는 대안이 없을거다. 우호국과의 사이에 완전히 관계를 단절하지 않고서야 투트랙말고는 대안이 없다. 과거에 원트랙 처럼 하다가 좋지 않은 교훈을 얻었기 때문에 전쟁을 하는 상대방과도 소통의 채널을 열어놓는다 이런말이 있을 정도니까.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소통을 유지하면서 상황을 현명하게 관리하는 이게 지금 외교 당국의 주어진 임무라고 생각을 하는데 겉에 드러나지 않아도 많은 다양한 레벨에서 외교적 소통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나 더는, 장관과 고노 장관의 채널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일본은 정치인들이 외무상을 많이 해서 영어를 거의 못하는 분들이 많은데 고노 장관은 통역 없이도 상당히 의사소통이 가능하고 강 장관과도 국제회의 계기 많이 만나서 영어로도 많이 대화를 하고 소통을 유지를 하는 것 같다. 조현 차관도 차관급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있고 우선 상황을 잘 현명하게 관리하는 것이 외교 당국으로서는 당면한 임무다.

-일본도 우리 정부의 투트랙과 비슷한 기조를 보일까. 지금 보면 일본쪽은 좀 섞어서 가자는 것 같다.

△일본도 결국 투트랙으로 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정도의 문제겠지. 전면적인 투트랙이냐 극히 일부만 투트랙이냐 이런 정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교 당국간의 관리를 해 나가면서 투트랙이라는 기조를 유지해 나가야 할거다. 그간의 여러 경험들을 통한 교훈이기도 하고 서로간에 그런걸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외교부에서 중국을 전담하는 국을 만든다고 하는데, 대중국 외교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까?

△여러면에서 중국이 우리에게 갖는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중국이 우리한테 한 수 배우겠다고 했지만 그 후로 급속하게 국력을 키워서 지금은 G2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지금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건 다자 협력의 틀, 평화체제와 안보 협력 과정에서 어떻게 중국의 건설적인 역활을 이끌어내느냐이다. 그리고 역시 경제분야다. 중국에만 올인하는건 위험 부담이 있으니 분산해야 한다는 것도 맞는 말이지만 현재 우리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이라는 큰 시장을, 협력 상대를 우리가 잘 활용하는건 당연하고 또 긴요한 일이다.

-신남방정책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뚜렷하게 잡히는건 없는 것 같다. 베트남에 집중된다는 지적도 있고, 올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도 여는데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신남방은 작년에 잘 시작한것 같다. 4강과의 관계도 물론 중시해서 하지만 외연을 좀 더 넓혀서 다양한 지역에서 입체적인 외교를 할 필요가 있다. 신남방은 그런 의미에서 중요한데, 지금 베트남 지적도 했는데 지난해 연말 각 기관에서 낸 자료들을 보니 한국의 신남방정책이 너무 경제적인 부분에만 집중된 것이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무역 파트너로를 넘어서 정치·안보 문제, 한반도 문제, 글로벌 다자 이슈로까지 외연을 넓혀가면서 신남방 정책을 추진하면 올해는 더 다양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거다. 예를 들어서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 때 김정은 위원장을 초청하자는 제안을 했다. 동남아 국가들도 북한과 관계를 맺고 있고, 또 동중국해 문제와 인도 태평양 전략 같은 이슈도 우리와 다 연결이 돼 있다.

▷조세영 원장은 한일관계, 한중관계, 통상 분야를 두루 경험한 정통 외교관 출신이다.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외교부에 입부했다. 동북아 통상과장, 주중대사관 공사참사관, 주일본대사관 공사참사관 등을 거쳐 2011년 8월 동북아국장을 맡았다. 이듬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밀실 체결 파문에 휘말리면서 2013년 외교부를 떠났다. 이후 동서대 국제학부 특임교수 겸 일본연구센터 소장 등을 역임하다가 지난해 9월 외교관 양성기관이자 연구기관인 국립외교원장에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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