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칼럼] 깨진 꿈 '5000억원 미술시장'…누구 탓이냐고

  • 등록 2020-01-23 오전 12:35:00

    수정 2020-01-23 오전 10:51:13

[이데일리 오현주 문화전문기자] 조짐이 있었다. 지난해 7월 뚝 떨어진 상반기 지표를 봤던 터다. 예고편은 경매시장에서 나왔다. 상반기 낙찰총액이 826억원. 이전 해보다 204억원(19.8%)이 줄었다. 그래도 희망은 버리지 않았더랬다. 뒤집기 한방도 가능한 동네니. 그런데 헛된 기대는 역시 요란하게 깨졌다. 하반기는 더 크게 무너진 거다. 결국 2019년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의 한 해 장사는 1565억원으로 마감했다. 이전 해 2194억원에서 무려 629억원(28.7%)이 빠졌다. 경매시장을 연 20여년 이래 처음 2000억선을 넘겨 한껏 들떴던 작년 초 이맘 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다.

경매시장만 그랬을까. 천만에. 화랑을 앞세워 미술은행·미술관 등 공적영역까지 모조리 동반하락. 2019년 국내 미술시장은 4482억원(2018년 기준 ‘2019년 미술시장실태조사’)으로 마무리했다. 이전 해 4942억원을 찍고 5000억원을 넘겠단 꿈은 1년 만에 바람 빠진 풍선처럼 쪼그라들었다. 상실감은 어쩔 수 없다. 2013년 3249억원으로 바닥을 치고 서서히 끌어올린 상승세를 단숨에 꺾어버렸으니. 그런데 이조차 2018년 근거라, 2019년을 집계한 올해 말에는 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을 수도 있다.

원인을 두곤 말이 많을 수밖에. 당장 화살은 ‘미술품 양도차익 과세’ 쪽으로 향했다. 개인의 미술품 판매수익에 대해 정부가 과세 강화를 검토하고 있단 풍문이 돌자 미술부자들이 지갑단속에 나선 탓이란 거다. 사실 직접적인 언급은 지난해 기획재정부 국감에서 나왔다. “미술품 양도세 과세 방식에 모호한 점이 있으니 소득세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부총리의 발언으로. 현행 ‘기타소득’을 높은 세율의 ‘사업소득’으로 분류하는 걸 고려하겠단 뜻이다. 화랑가는 거세게 반발했다. 불황인 시장에 세금폭탄이 떨어지면 미술계가 고사하는 건 한순간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기감은 당연하다. 하지만 ‘말’로만 쳐도 휘청하는 약해빠진 골격은 다 드러낸 거다.

추측성 원인도 떠돈다. ‘삼성 탓’이다. 미술품 최대 큰손이던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2017년 활동중단을 선언한 이후 미술사업에서 손을 떼버렸기 때문이란 건데. 물론 그 영향력은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그저 통계 없는 원망일 뿐. 그렇다면 지난해까지의 상승세는 또 어찌 설명할 건데.

결국 이 모두는 총체적 난국의 장황한 스토리일 뿐이다. 어느 하나 신통한 구석이 없다는 걸 방증하는 거다. 여기에 속 터지는 ‘소소한’ 하나를 보태볼까.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연말마다 내놓는 ‘미술시장실태조사’란 게 말이다. 그 해가 아닌 이전 해 통계를 내놓고 뒷북진단을 하게 만드는 거다. 이게 무슨 소리냐. 앞서도 참고한 ‘2019 미술시장실태조사’가 2019년 12월에 내놓은 ‘2018년 얘기’란 소리다. 이미 다 벌어진 올해 상황을 내년 연말이나 돼야 수치로 볼 수 있단 뜻이고. 조사에 시간이야 걸리겠지. 화랑·경매·아트페어·미술은행·미술관 등 미술계를 통째 살피는 일이니. 그래도 이듬해 3월, 늦어도 6월엔 나와줘야 하는 거 아닌가. 전년 통계이니까. 과거에는 그랬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회계사도 몰아낸다는 시대가 아닌가. 기초자료가 이런데 분석다운 분석, 대책같은 대책을 제때 만들 수나 있겠느냐는 말이다.

미술시장에서 ‘나홀로 블루칩’인 김환기는 드디어 100억대를 깨고 131억원으로 최고작품가를 끌어올렸다. 반가운 일이지만 이런 소식만 주목받다 보니 부작용이 없지 않다. 미술은 아무나 범접할 수 없는 세상이 돼버리는 거다. 국내 미술시장의 평균 작품값은 1200만원대인데도. 양도세와도 거리가 멀고, 큰손과도 상관없는 작품이 대다수인데도. 작가·애호가·해외시장에다가 맷집까지, 뒤집기 한방 말고 시장을 탄탄히 키우려면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답은 나온 거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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