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공모주 안 하면 바보?…'묻지마 청약' 투자 주의보

  • 등록 2023-07-14 오전 6:00:00

    수정 2023-07-14 오전 6:00:00

[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최근 기관 수요예측, 일반 청약 경쟁률 보면 SK바이오사이언스 상장 이후 몰아쳤던 공모주 광풍이 떠올라요.”

한 기업공개(IPO) 업계 관계자는 얼마 전 기자와 만나 “요즘 여의도 바닥에서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않으면 바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며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꽁꽁 얼어붙어 있었던 공모주 시장이 최근 증시 회복으로 투자심리가 다시 활기를 찾고 있는 건 다행이지만, 그 정도가 지나쳐 투기판으로 변질될까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달 26일부터 신규 상장 종목의 상장 당일 가격제한폭이 400%로 확대되면서 기관, 개인 투자자 가릴 것 없이 공모주 시장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당일 가격제한폭 확대 조치 첫 주자인 시큐센을 필두로 이노시뮬레이션, 알멕, 필에너지, 센서뷰, 와이랩의 수요예측 경쟁률이 1600대1을 가뿐히 넘겼다. 일반청약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경쟁률이 최저 1300대 1 이상에서 최고치는 무려 2113대 1에 달하며 조단위 증거금을 끌어모았다. 기관 수요예측 경쟁률이 수백대 1에 그친 기업은 오픈놀, 파로스아이바이오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최근 공모 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건 중소형 공모주들이 상장후 높은 수익률을 거두며 테마주화된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이른바 ‘묻지마 투자’ 조짐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2분기까지는 이익 실현 여부, 공모구조 등을 따졌지만 최근에는 다소 느슨해졌다는 평가다.

공모주 가격 제한폭 확대에 따른 이상 징후도 나타나고 있다. 높은 수익률에 대한 기대감에 기관투자자들이 몰리면서 공모가가 줄줄이 상향되고, 기관 수요예측 결과를 토대로 공모주에 투자하는 일반 투자자들이 이에 동조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수요예측, 일반 청약에서 가격 거품이 끼는 것도 모자라 상장 후 새내기주 주가도 널뛰기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상승률이 299%에 달하는 종목이 나오는 등 시장이 달아오르자 단기 차익을 노린 개미들이 몰려들고, 이로 인해 주가 변동성은 한층 커졌다. 더 큰 문제는 기관의 공모 물량을 단타 개미들이 모조리 떠안게 되면서 ‘폭탄 돌리기’로 변질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공모주 선점 경쟁을 위해 공모가 가격에 거품을 끼게 한 기관의 탓으로만 마냥 돌릴 수는 없다. 투기로 인한 손실에 대한 모든 책임은 투자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다만 개인과 기관이 이전과 다르게 과열된 투자 양상을 보인다면 시장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신호가 아닐까. 모처럼 활기를 되찾은 공모주 시장이 투기판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금융 당국이 시장 모니터링 강화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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