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더위 먹은 소가 될 순 없다

  • 등록 2019-05-24 오전 5:00:00

    수정 2019-05-24 오전 5:00:00

[오순록 한수원 그린에너지 본부장]‘더위 먹은 소, 달만 보아도 헐떡인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어떤 것으로부터 피해를 입고 난 후, 비슷한 걸 볼 때마다 두려움을 느끼는 상황을 말한다. 지난해 40도가 넘는 메가톤급 폭염이 한반도를 뒤덮었다. 1973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더운 해이자 아프리카 날씨가 무색할 정도였다. 그렇다면, 길고 강해진 더위의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를 지목한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늘어나면서 지구 전체 온도가 높아지고 한반도 역시 이 흐름을 거스를 수 없게 된 것이다.

◇여름 다가오며 되살아난 폭염의 악몽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및 탈석탄 중심의 에너지 전환 정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일단 ‘제3차 에너지계획’을 통해 온실가스 주범인 석탄발전소의 역할을 과감히 축소하고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35%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발전소 운영에도 발전 우선순위를 정하는 ‘환경급전’을 도입할 예정이다. ‘환경급전’이란, 발전소 가동순서를 정할 때 현재처럼 경제성만 고려하지 않고 환경비용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다. 하지만 석탄 발전단가는 kWh당 83.19원으로 LNG발전 122.62원, 신재생에너지 179.42원보다 꽤 저렴하다. 석탄 발전을 끊을 수 없는 가장 큰 유혹이다.

그렇다면 ‘경제’와 ‘환경’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친환경 발전은 불가능한 걸까? 바로 양수발전소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양수(揚水)란 ‘물을 위로 끌어 올린다’는 의미다. 양수발전소는 잉여 전력을 이용하여 펌프로 고지대 저수지에 물을 끌어올려 저장한 다음, 필요한 시기에 이 물을 이용하여 발전하는 방식이다. 물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이산화탄소 배출은 ‘제로’, 전력생산에 필요한 연료를 수입하지 않아도 되니 발전 비용도 ‘제로’다. 양수발전을 기동하는 데는 단 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발전 시간 역시 ‘제로’에 가깝다. 실제 복합화력발전은 30분, 석탄화력발전은 5시간, 원전은 30시간이나 걸린다. 양수발전은 물을 끓이고 용광로를 데울 필요가 없다. 어디 그 뿐인가? 양수발전소를 인근 관광지와 연계하면 명소로 탈바꿈하기도 한다. 새해맞이 명소로 부각되는 청송양수발전소, 가평군 2경으로 주말 근교 산행코스로 사랑받는 청평양수발전소, 유휴터널을 활용한 지역특산 머루와인의 저장·판매시설로 관광 자원화한 무주양수발전소가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양수 발전은 세계적인 흐름이다. 중국은 2020년까지 신규 설비용량을 1700만㎾ 확충해 총 4000만㎾로 전력 생산을 늘릴 계획이다. 호주는 지난해 3월 ‘스노위 마운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억 2200만 달러 이상을 양수 발전에 투자했다. 일본은 최대출력 500㎿ 이상의 수력발전소 24곳 중 1곳을 빼고는 모두 양수발전소라니 더욱 놀랍다.

◇국민 눈높이 맞추는 양수발전소

태아를 둘러싸고 있는 양막 안에 가득 차 있는 액체를 양수(羊水)라 부른다. 태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 생명의 근원수다. 잉여 전력으로 고지대 저수지에 모아둔 양수(揚水) 역시, 인류를 보호하고 생존시킬 또 하나의 생명수가 될 것이다. 한수원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양수발전을 운영하는 전문회사다. 축적된 노하우와 기술력을 갖추고 오는 5월까지 발전소 유치 신청도 받고 있다. 곧 여름이 닥친다. 더위 먹은 소처럼, 대책 없이 공포에 휩싸여 헐떡이기만 할 순 없다. 양수발전이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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