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 덕 칼럼]내로남불 vs 신언서판

홍종학인사 ‘내로남불’ 비판
공직의 전리품화가 신 적폐
코드 대신 미래인재 등용해야
정권 바뀌어도 업적 이어져
  • 등록 2017-11-10 오전 6:00:01

    수정 2017-11-10 오전 6:00:01

[남궁 덕 콘텐츠전략실장] 차악(次惡) 후보자를 뽑는 게 선거라고 한다. 지금 우리의 관직 인사도 이런 모습으로 변질되고 있다. 좋은 취지로 제 16대 국회 때인 2000년에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되면서부터 나타난 일이다. 인사검증의 터널을 건너지 못하는 후보자들이 늘어나면서 ‘인사가 만사’는커녕 ‘인사가 망사’로 귀결되는 일이 다반사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1기 청와대 및 내각 구성에서 안경환 법무, 조대엽 고용노동,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등 장관후보자 3명을 포함해 고위공직자 7명이 낙마했다. 지금은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도마에 올라있다.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육성에 대한 그의 비전과 안목이 논란거리가 아니다. 홍 후보자가 특목고 폐지를 강력하게 주장하면서도 정작 자녀는 유명 특목중학에 진학시킨 점, 부의 대물림을 비판하면서도 처가에서 재산을 상속받으면서 ‘쪼개기’ 증여로 세금을 크게 줄인 점, ‘삼수해서도 서울대 가라’며 학벌논란에 불을 붙인 점 등이 비판대상이다. 여론은 이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멘스, 남이 하면 불륜)을 문제 삼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가 홍 후보자를 엄호하면서 “기자도 기사 쓴 대로 사냐”고 말해 구설수에 올랐다.

내로남불 여론이 법 잣대에서 나온 게 아니다. 홍 후보자의 도덕성을 들여다본 것이다. 그런 후보자를 추천한 청와대의 인사관에 고개를 젓고 있는 것이다.

국정감사가 끝나면 공공기관과 공기업 등 새 정부의 인사권이 미치는 수천 곳 공직 인사가 잇따를 전망이다. 재삼재사, 꼭 생각해주길 바란다. 공직을 선거 승리의 전리품으로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리품으로 생각하는 순간 5년 후 이름이 뭐가되든 ‘블랙리스트’가 나돌고, 검찰 칼춤이 출현할 것이다. 이런 낡은 관행을 끊는 게 진정한 적폐청산이다.

정권도 한번 스치는 인연이라고 생각할 순 없을까. 문재인 정부도 이념과 선거기여도, 당성 등을 보고 공직자를 가려내고 있다고 한다. ‘캠코더’다. 이런 원칙을 적용해 현직을 쫓아내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A기관이 있다고 치자. 기관장은 전 정권의 누구 줄로 왔고, 라인이 누구다. 휘슬블로어(내부고발자)를 찾아 과거 행적을 캐고, 자리를 비우게 한다. 이렇게 빈자리엔 논공행상이 기다리고 있다.

5년은 그리 길지 않다. 공직의 전리품화는 인사필패로 귀결된다. 전직 국무위원은 이런 아이디어를 낸다. “가칭 국가자문회의를 만들어 거기에 공신 1000명 보임한다. 20개 분야로 나눠 사무국 붙여서 대통령을 보좌하도록 하자. 제대로 봉급도 줘서 장구치구 북치도록 하자. 대신 국가를 운영할 공공분야 일자리를 건드리지 말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공공분야에 안정성과 전문성이 생긴다. 코드인사 색깔인사는 위험한 악순환 고리를 갖고 있다.”

그는 코드인사 보은인사가 선의의 정책도 후선으로 밀리게 만들면서 정권의 힘을 빼게 한다고 지적한다. 채용비리 같은 암덩어리가 똬리를 틀게 된다.

기자가 보기엔 한국 산업생태계는 대기업 공기업 기타기업으로 이뤄져 있다. 3각축의 하나인 공기업 분야가 5년마다 큰 변곡점을 맞는 건 위태로운 일이다. 공직자 복지부동은 ‘5년 악순환법칙’의 후유증인지 모르겠다.

신언서판(身言書判)은 1500여 년 전 당나라 시대 인재등용 원칙이다. 신은 사람의 용모와 풍채를 말한다. 불만과 분노만 있는 사람은 곤란하다. 언은 사람의 언변을 말한다. 말에 조리가 없고 뜻이 분명하지 않으면 관료될 자격이 없다. 서는 필적을 가리킨다. 글씨는 사람의 됨됨이를 반영한다. 이 시대로 치환하면 글씨보단 글에 가깝다. 판은 판단력을 말한다. 신체 건강하면서 말하고 글이 좋아도 세상 이치를 판단하는 능력이 없으면 리더가 될 수 없다.

신언서판 원칙을 이번 정부에서 낙마한 고위공직자 후보에 대입해보면 내로남불이 과한 비판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신언서판 인사원칙은 미래를 준비할 인재를 발굴하라는 코드가 숨어있다. 과거의 인연보다는 우리가 볼 수 없는 미래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미래의 전령 같은 인재를 찾는 게 최고의 인사원칙이다. 그게 신언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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