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취업난에 재패니즈 드림 꿈꾸는 헬조선 청년들

日구직자 1명당 일자리 1.63개..한국은 0.6개 그쳐
노동인구 감소로 정부·기업 해외 인재 유치 총력전
日서도 고소득 일자리는 경쟁 치열..철저히 준비해야
  • 등록 2019-03-08 오전 5:00:00

    수정 2019-03-08 오후 5:48:03

채용박람회에서 취업준비생들이 채용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좀 더 다양한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서 일본 취업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もっとたくさんの機會があると思って日本就職を考えることになりました)

지난 4일 서울 신촌의 한 스터디룸. 졸업 후 일본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이모(24·여)씨는 화이트보드에 그림을 그려가며 유창한 일본어로 자신의 삶에 대해서 설명했다.

일본에서 면접 대비방법으로 많이 활용되는 ‘모티베이션그래프’를 활용한 자기분석이다.

이씨의 발표를 들은 5명의 청년들은 면접자 역할을 맡아 “그동안 어떤 전문성을 쌓아왔는지”, “기회가 생긴다면 어떤 쪽으로 일하고 싶은지” 등의 질문을 일본어로 던졌다. 이들 역시 일본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구인난 시달리는 日…구직자당 일자리 1.63개

최악 취업난을 피해 일본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일본은 심각한 저출산·고령화로 일할 사람이 줄어들면서 기업들이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구직자 1명당 일자리 수를 뜻하는 ‘유효구인배율’이 일본은 지난해 1.63배였다. 구직자 1명당 1.63개의 일자리가 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의 유효구인배율은 0.6배에 불과하다.

앞으로 이같은 상황은 지속될 전망이다. 일본 후생노동성 산하 사회보장심의회 연금부회가 2017년 일본의 장래인구를 추산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의 인구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2018년 1억 2652만명에서 2065년 8808만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일본 정부는 물론 일본 기업들 역시 외국인 인재를 고용하는데 사활을 걸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일자리가 부족한 산업을 중심으로 외국인 인재 고용을 쉽게 하기 위한 다양한 체류자격을 신설하고 일본 유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일본 기업 취업을 권장한다.

오는 4월부터는 외국인들이 살기 쉬운 환경을 만들기 위해 다국어지원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일본 기업 역시 해외 인재 유치를 위해 현지 유학생은 물론, 해외까지 나가 취업설명회를 연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이같은 분위기에 힘입어 일본현지기업에 취업한 한국인 역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2018년 10월 말 기준 발표한 외국인노동자 고용현황을 보면 일본현지기업에 취업한 한국국적 노동자는 6만 2516명으로 2013년(3만 4000여명)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특히 일본기업은 ‘평생 직장’ 개념이 아직 남아있어 2~3년간 신입사원 교육을 시킨 후 실전에 배치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취업준비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이유다.

특히 최근에는 해외 인재 확보를 위해 외국인 근로자를 대상으로 일본어·일본문화·비즈니스 매너 등을 알려주는 다양한 사내교육프로그램을 신설하고 비자 취득, 기숙사 제공 등 일본 정착을 도와주는 회사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일본서도 좋은 일자리는 경쟁 치열

그렇다고 일본에만 가면 무조건 좋은 일자리를 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일본이 구인난이라는 것만 믿고 체계적인 준비없이 일본 취업에 도전했다가는 낭패를 볼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일본 대기업 채용이 확정돼 일본행을 준비 중인 조국현(27) 씨는 “일본 역시 좋은 일자리는 경쟁이 치열하다”며 “일본 취업이 쉽다는 것은 삼성전자에 입사보다는 ‘상대적’으로 쉽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기업이 한국인 구직자에게 원하는 것은 단순노무직이 아닌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춘 고급인력이기 때문이다.

다만 최근에는 일본어가 능숙하지 않더라도 영어가 능숙하면 채용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구인구직 플랫폼 ‘원티드’의 김민정 일본취업 담당 매니저는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일본어실력은 필수”라면서도 “일본기업 역시 일본어 실력만 고집하면 좋은 인재를 놓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해 회사에 필요한 역량을 갖췄다고 판단되면 채용하는 추세”고 말했다.

특히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엔지니어·프로그래머 등은 일본어 실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더라도 두 팔 벌려 환영한다는 전언이다. 한국인은 일본어 습득 속도가 빠른만큼 수습기간 동안 일본어 실력을 키울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다.

이외에 일본기업들이 높이 평가하는 한국인 구직자들의 강점은 △적극적이다 △디지털에 친숙하고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는 속도가 빠르다 △문화적으로 닮은 점이 많고 인사시스템이 비슷해 적응이 쉽다는 것이다.

김 매니저는 “일본 기업이 한국인을 선호하는 이유를 파악해 어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이 또 하나 강조하는 것은 취업이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일본기업에 취직한다는 것은 단순히 일본에서 ‘일’을 한다는 것 뿐만아 아니라 일본에서 ‘생활’을 한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코트라(KOTRA)가 지난해 일본에 취업한 청년 1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일본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으로 높은 주거비(53.6%)나 고물가(36.6%) 등 경제적 어려움 이외에도 외로움(42.9%), 문화적 차이(24.1%), 일본인과의 교류(17.9%) 등 사회·문화적인 면을 호소하는 이가 많았다.

김은진 코트라 연구원은 “일본 취업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일본문화가 좋아서 일단 취업해보고 결정한다는 마음보다는 인턴십, 워킹 홀리데이를 통해 사전에 해당 회사에 진지한 마음으로 조사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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