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는 이 기사가 나온 후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1999년 말까지 1년 동안 150%가 상승해 배럴당 25달러가 되더니 2005년에 50달러, 2008년에는 150달러가 됐다.
2008년 3월에 골드만삭스가 유가 전망을 내놓았다. ‘최악의 경우’라는 수식어가 붙긴 했지만 1~2년 내에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를 넘을 거라고 전망했다. 신흥국 경기 호황으로 석유 수요가 급증한 반면 공급은 답보상태에 있어서가 이유였다. 금융위기 때 36달러까지 떨어졌던 유가가 2011년에 다시 100달러대를 회복했지만, 2014년 말에 다시 하락해 결국 30달러대 초반까지 밀렸다. 엉터리 전망을 내놓기는 우리나 세계적으로 명성이 있는 기관이나 똑같은 것 같다.
유가가 한때 배럴당 40달러 중반까지 하락했다. 작년 9월 80달러에 육박하던 상황에서 갑자기 하락을 시작해 불과 석 달 만에 절반 가까이 떨어져 버린 것이다.
유가가 하락했지만 과거와 달리 경제나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경제 구조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1980년대는 세계 경제가 인플레에 시달리던 때였다. 물가만 높은 게 아니라 인플레와 경기 둔화가 맞물린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었다. 어떤 나라건 정부의 모든 역량을 물가 안정에 맞출 수밖에 없었는데 미국은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20%까지 인상할 정도였다. 유가 하락은 이런 악순환을 끝내는 계기가 됐다.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자 1982년부터 인플레가 진정됐고 1985년에는 안정국면으로 들어갔다. 인플레를 막기 위한 극단적 정책들이 하나 둘 해제됐고 금리가 빠른 속도로 하락하면서 금융시장이 활성화됐다.
2000년대는 인플레 공포가 사라졌다. 경기가 둔화될 때마다 디플레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물가가 낮아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올라가는 상황이 벌어져도 물가 상승률이 4%를 넘지 않았다. 지금도 세계 경제는 2000년대 경제 구조의 연장선상에 있다. 선진국 경제가 10년 가까이 확장을 계속해도, 미국의 실업률이 50년 내 최저치까지 떨어져도 물가 상승률이 2%를 크게 넘지 않는다. 그래서 유가가 80달러까지 올라가도 또 몇 달 후에 절반으로 떨어져도 주목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유가는 상당기간 50달러를 중심으로 움직일 걸로 전망된다. 상당기간이란 최소한 올해 말까지를 의미한다. 수년 전 높은 유가로 인해 공급 규모가 늘어난 부분이 빠르게 해소되기는 힘들다. 10년에 걸친 경기 확장기간에도 크게 늘지 않았던 석유 수요가 갑자기 늘어날 수도 없다. 이 둘을 감안한 균형점이 현재 가격대가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