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렵게 만든 클럽문화"...클럽서 죄지은 기분

  • 등록 2019-03-26 오전 6:00:00

    수정 2019-03-26 오전 6:00:00

영업을 중단하면서 간판이 사라진 버닝썬 입구.(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정준화 기자] “길거리에서 해피벌룬을 하는 걸 보면, 업주들이 신고하곤 했어요. 어렵사리 만든 문화를 한방에 보내다니...”

승리가 영업에 관여한 버닝썬 사건 여파로 클럽문화가 직격탄을 맞았다. 홍대에서 클럽을 운영하는 몇몇 관계자는 “젊음의 발산 무대였던 클럽이 퇴폐의 온상으로 찍혔다”고 볼멘소리를 내놨다. 몇 해전 홍대 거리에 해피벌룬이 들어왔을 때 이를 없애기 위해 자발적으로 나섰던 업주들도 많았다. 법을 어기지 않고 위해 일부 클럽에서 춤을 출 수 있도록 조례를 만들기 위해 나선 이들도 있었다.

“2000년 초반 홍대부터 시작된 클럽 문화는 금요일같은 특정한 날 1만원에서 2만원 정도면 몇몇 클럽을 오가면서 맥주를 즐기고 음악을 듣고 춤을 나누던 젊음의 문화였다. 강남의 일부 클럽에서 룸을 운영하는 등 과도한 상업성에 몰두하더니 결국 그 여파를 우리까지 겪게 됐다.”

클럽은 2000년대 초반 서울 홍익대와 이태원 일대에서 시작됐다. 맥주를 손에 들고 춤을 추는 형태에서 테이블을 설치한 형태로 바뀌곤 했다. 승리의 소속사였던 YG엔터테인먼트의 수장 양현석 프로듀서는 클럽문화의 막 활성화될 즈음 NB라는 클럽으로 화제를 일으켰다. 자사 소속인 빅뱅 등의 음악을 기반으로 한 힙합 클럽이었다. 후에 NB는 외국인 관광객의 서울 체험 코스로 떠올라 분점을 내기도 했다.

“홍대 클럽은 기본적으로 가벼운 음주와 함께 음악을 듣는 곳이었다. 클럽 베라 등이 EDM을 내세웠다면, NB는 힙합을 주무기로 한 게 예다. 양현석 프로듀서는 부비부비로 알려진 춤 문화가 나오자 7080 세대까지 아우르는 클럽을 만드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클럽문화는 아레나 등 일부 클럽에서 VIP를 위한 룸이 만들어지는 등 고가 마케팅을 하면서 퇴색되기 시작했다. 아레나 등 클럽은 홍대나 이태원에서 놀던 클러버들이 이동하는 이른바 ‘애프터 클럽’을 내세웠다. 홍대나 이태원이 오전 4시 즈음 문을 닫는 반면 애프터 클럽은 오전 6시에 절정을 치달아 아침을 넘겨 정오에 문을 닫기도 했다. 결국 과도한 음주나 이벤트로 클러버들을 잡아야만 했다. 최근 불거진 강남 클럽 버닝썬의 해피벌룬에 이은 마약 투약 의혹, 성추행 성폭행 구설 등이 알려지면서 클럽 자체가 싸잡아 비난받고 있다. 70년대 호텔의 나이트클럽 문화에서 80년대 강남역과 이태원 일대 디스코텍 문화, 90년대 신촌과 신천 등의 락카페 문화, 2000년대 홍대 등 클럽문화로 이어지는 젊음의 공간이 퇴폐와 불법의 온상처럼 비판받고 있다.

결국 세간의 관심을 받으면서 관련 없는 일부 홍대 클럽까지도 된서리를 맞았다. ‘클럽’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 자체가 부정적으로 바뀌면서 클럽을 찾는 손님들의 발길이 뜸해진 것. 클럽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적극적인 프로모션을 펼치기가 조심스럽다. 강남의 경우 아레나와 버닝썬이 문을 닫자 또 다른 애프터 클럽인 OOO으로 몰려드는 기현상도 생겼다. 서울 마포구 한 클럽의 관계자는 25일 이데일리에 “작년과 비교해보면 매출이 확실히 줄었다”며 “0시 이전에는 홍대 대부분 클럽이 무료입장임에도 발길이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불법적인 운영은 하지 않고 있는데, ‘클럽’에서 일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죄인이 된 것 같은 기분”이라며 “클럽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정적으로 변한 것 같다”고 전했다.

정상적인 영업을 하고 있던 클럽에도 ‘버닝썬 사태’로 불똥이 튀면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향유할 수 있었던 건전한 클럽 문화까지 사라질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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