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도는 예술지원]① 서울문화재단에 뿔난 예술가들, 왜?

최근 '예술지원사업' 발표 지연으로 논란
예술가들 "예술 생태계 무너졌다" 울분
지원 의존하는 열악한 창작환경 보여줘
  • 등록 2019-04-16 오전 5:56:20

    수정 2019-04-16 오전 5:56:20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동숭아트센터 2층에서 연 서울문화재단 ‘2019년 예술지원사업 정기공모 지연에 따른 대책 마련을 위한 예술계 간담회’ 현장(사진=서울문화재단).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 공연기획자 A씨는 4월 말 대학로 한 극장에서 공연을 올릴 계획이었다. 제작비 마련을 위해 올해 초 서울문화재단의 ‘예술지원사업’ 공모에 지원했다. 그러나 3월 중으로 발표가 날 것으로 예상했던 공모 결과가 나오지 않아 난처해졌다. 극장에 계약금까지 지불한 터라 대관기간을 변경하려 했으나 극장에서 이를 거부해 계약금도 포기하고 공연까지 중단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최근 공연계는 서울문화재단 ‘예술지원사업’ 정기공모 지연 사태의 후폭풍을 겪고 있다. 지원을 통해 공연을 준비해온 연극을 중심으로 “예술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원사업에 따라 세운 ‘1년 예술농사 계획’이 서울문화재단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차질을 빚게 됐기 때문이다.

◇180억 지원 사업 공모, 일방적 연기

서울문화재단의 ‘예술지원사업’은 연극·무용·음악·전통·시각·다원·문학 등 문화예술 전 분야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다. △예술작품지원 △예술가지원 △공연장 상주단체 육성지원 △유망예술지원 △창작작업실·연습실지원 △장애예술인 창작활성화지원 △청년예술지원 등 총 7개 부문 12개 세부사업으로 이뤄져 있다. 올해는 약 180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었다.

문제는 서울문화재단이 지난 3월 20일 이들 사업 중 3월 중과 4월 초로 결과 발표를 예정하고 있었던 ‘예술작품지원’과 ‘청년예술지원’의 공모 결과 발표를 4월 중순 이후로 연기하면서 불거졌다. 서울문화재단 측의 일방적 통보에 예술가들이 반발하자 재단은 1주일 뒤 사과문을 게재하고 수습에 나섰다. 그러나 사업 지연 이유로 심의과정 통합과 조직 개편으로 인한 업무과중을 꺼내자 공연계는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것이냐”며 더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대책 마련을 위해 서울문화재단이 최근 서울 종로구 동숭아트센터 2층에서 연 ‘2019년 예술지원사업 정기공모 지연에 따른 대책 마련을 위한 예술계 간담회’에서는 지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공연계의 현실이 여실하게 드러났다. 공연기획자와 연극인들은 서울문화재단의 이번 결정은 현장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는 부당한 처사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계 일각에서는 이번 소동으로 김종휘 대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내놓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서울문화재단 내부 직원이 SNS에 김 대표의 문화에 대한 가치 판단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한 공연기획자는 공모 탈락 여부라도 알려달라고 호소했다. 오는 5월 16일을 목표로 공연을 준비해왔다는 이 기획자는 “4월 중순에라도 탈락 여부를 알아야 공연을 진행할지 안할 지를 결정할 수 있다”며 “예술가들의 1년 창작활동 과정 자체가 지원사업 일정에 맞춰져 있는 상황에서 이번 같은 공모 결과 발표 연기는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창작활동 강제 중단, 피해 막심해

김종휘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올해 정기공모에는 지난해보다 약 1000건 정도가 증가했다”며 “어느 정도 공모 건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예상은 했지만 우리가 준비한 심사절차나 행정 방식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공모 사업 종료일 및 사전사업기간 인정 범위 연장 등을 후속 대책으로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대책들도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이번 사태로 올 상반기 공연이 어려워진 단체 및 예술가들이 하반기 이후로 공연을 준비하게 된다면 극장 대관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내년으로 공연을 미루는 것도 결국에는 올해 창작활동 자체를 못하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한 연극계 관계자는 “공모 1건에 배우·스태프 등 대략 20명이 참여한다고 본다면 이번 공모에 늘어난 1000건에는 곧 2만명의 예술가의 창작할동이 걸려 있는 것과 같다”며 “이번 사태로 예술가 2만명의 창작활동이 강제적으로 지연되거나 중단된 것이라 문제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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