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생존의 문제"…은행권은 '공학도 채용' 경쟁중

인공지능 인재 확보 잰걸음
해외에선 AI가 사람 대신 대출심사
투자·정치 리스크 측정에도 쓰여
"인력 확보가 디지털 시대 성패 좌우"
  • 등록 2019-10-24 오전 5:00:00

    수정 2019-10-25 오전 10:20:45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미국의 주택담보대출 서류심사 대행업체인 엘리 메이(Ellie Mae). 이 회사는 올해 2월부터 주요 시중은행 등 고객사에 주담대 신청 서류를 판독하는 인공지능(AI) 승인심사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엘리 메이는 미국 주담대 신청 서류의 약 40%를 처리하는 회사다. 그 방식은 이렇다. 은행이 주택 구입자로부터 받은 근로소득 증명서, 급여 명세서, 세금납부 증명서, 은행거래 내역서 등을 판독하는데 AI를 이용하는 것이다. 구별이 어려운 서류도 있으나 AI 특성상 스스로 학습하며 속도와 정확도를 올리고 있다고 한다. 엘리 메이에 AI 원천기술을 제공한 회사는 금융사무 자동화 솔루션업체인 AI파운드리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대출심사 인력이 각종 서류를 확인하는데 적어도 1시간 이상 걸린다면 AI파운드리의 솔루션을 적용하면 5분으로 단축된다”고 설명했다. AI파운드리는 향후 수작업 대출 심사의 97%까지 정확도를 높인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치뱅크는 AI 플랫폼 ‘알파 디그’를 각종 투자 결정에 활용하고 있다. 심지어 국가의 정치 리스크까지 측정하고 있다고 한다. 금융감독원 프랑크푸르트사무소 관계자는 “유럽 은행들은 AI 도입 초기 단계”라면서도 “인터넷뱅킹처럼 수요층 요구가 늘면 AI 활용도 많아질 것”이라고 했다.

AI 인재 대거 채용 중인 국민은행

딴 세상 얘기가 아니다. AI를 통한 금융 지능화 흐름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면서 국내 은행들도 ‘공학도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AI는 생존의 문제”라는 각 금융지주 수장의 의지도 커지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KB 자체 AI 모델을 설계·개발할 공학 전문가를 채용하고 있다. 이번달 31일까지 접수를 받으며 추후 서울 여의도 본점 디지털개발부에서 일하게 된다. 자체 AI 모델 외에 머신러닝(딥러닝) 등 AI 기술을 활용한 챗봇 서비스 개발도 담당하게 된다.

이뿐만 아니다. KB국민은행은 본점 데이터기획부에서 은행 내 AI 전략을 담당하고 업무 제휴를 추진할 전문가도 뽑고 있다. 이 역시 컴퓨터공학, 수학, 산업공학, 경영공학, 통계학 등의 전공자가 대상이다. 접수 기한은 이번 달이며 오는 12월 중순께 합격자가 가려진다. △정형·비정형 데이터 분석을 통한 신사업 발굴 △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경영진의 의사결정 지원 등을 맡을 전문가 채용도 진행 중이다.

KB국민은행의 한 인사는 “전사적으로 AI와 빅데이터 전략을 확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경영진의 디지털 의지와 맥이 닿아있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은 “AI와 5세대(5G)로 대표되는 초연결 시대에서 변화와 혁신은 생존”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AI의 쓰임은 무궁무진하다는 건 나라 밖에서 이미 증명되고 있다. 일본 미즈호종합연구소에 따르면 AI는 △개인과 기업의 신용도 추계 △신용카드 부정거래 방지 △챗봇을 통한 콜센터 업무 지원 △인간이 하는 비정형 업무의 자동화 등에 쓰이고 있다. 수면 위로 드러난 활용도만 이 정도다.

“AI는 과거 산업혁명의 증기기관”

하나금융티아이 산하 하나금융융합기술원은 석·박사급 AI와 빅데이터 분야의 경력직 전문가를 뽑고 있다. AI와 관련한 선행개발 과제를 연구하고 빅데이터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등의 업무를 맡는다. 삼성전자 출신의 김정한 하나금융융합기술원장은 최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AI와 빅데이터는 과거 산업혁명 때 증기기관에 해당한다”며 파격 실험의 뜻을 표했다. 김 원장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삼고초려를 해 데려온 인사다.

신한은행도 AI 엔진 기반 서비스 개발 등을 맡은 디지털·ICT 인재를 채용하고 있다. 현재 면접이 진행 중이며 이르면 다음달 말께 최종 합격자를 발표한다. 우리은행의 사정도 비슷하다. 우리은행은 최근 도입한 기업여신 자동신사시스템에 향후 AI 기술을 적용하는 고도화 계획을 갖고 있다.

금융권 한 고위관계자는 “AI 선두주자는 그룹 내 자회사(신한AI)까지 만든 신한금융”이라며 “다른 대형 금융지주들도 글로벌 흐름에 맞춰 디지털 관련 자회사 설립을 검토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금융권에서는 이공계 인재를 어떻게 끌어올 지가 성패를 좌우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금융지주 임원은 “주요 대학의 경우 이공계 박사과정 때부터 큰 IT 회사들이 장학금을 주며 데려가고 있는데, 그들을 어떻게 금융회사로 오게 할 지 고민”이라며 “디지털 인재를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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