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레스타' 김기민 "동양인 편견 깨는 것이 내가 할 일"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간판스타
11월 '돈키호테'로 8개월 만에 韓 관객 만나
마린스키 통해 발레 바라보는 관점도 바뀌어
"기교 못지않게 감정 표현도 중요하죠"
  • 등록 2018-09-14 오전 6:00:00

    수정 2018-09-14 오전 8:00:31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발레리노 김기민이 최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웃음을 짓고 있다.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흑인은 발레를 하지 못한다는 편견이 있었는데 카를로스 아코스타(쿠바 출신 발레리노)가 등장하면서 편견이 깨졌다. 나 역시 그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만난 발레리노 김기민(26)은 “예전에는 동양인이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무대에 선다는 걸 상상하지 못했다”며 “최근에는 마린스키발레단 뿐만 아니라 파리오페라발레·아메리칸발레씨어터 등 해외 발레단에서도 동양인 무용수를 관심 있게 봐준다”고 말했다.

김기민은 러시아를 대표하는 마린스키발레단의 간판스타다. 2011년 마린스키발레단에 동양인 발레리노로 처음 입단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4년 만에 수석무용수에 오른 그는 2016년 무용계 아카데미상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남성무용수 부문을 받으며 실력을 인정 받았다.

한국에서 공연할 때면 ‘제2의 김기민’을 꿈꾸는 무용 전공생부터 일반 관객까지 인산인해를 이룬다. 김기민은 “내가 더 열심히 하는 것이 후배들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후배들도 동양인도 장점이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두려움 없이 도전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희극발레로는 첫 한국 무대

지난 3월 유니버설발레단 ‘지젤’에 초청돼 국내 무대에 올랐던 김기민이 약 8개월 만에 한국 관객과 다시 만난다. 오는 11월 15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마린스키발레단 &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돈키호테’의 주인공 바질 역을 맡았다.

마린스키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 중 하나인 ‘돈키호테’는 안무가 마리우스파 프티파가 안무한 희극 발레다. 세르반테스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지만 돈키호테와 산초가 아닌 선술집 딸 키트리와 이발사 바질의 결혼 해프닝을 유쾌하게 그린 것이 특징이다. 김기민은 “그동안 마린스키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로만 내한해 더 재미있고 다양한 작품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며 “‘돈키호테’로 한국 관객과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돈키호테’는 김기민이 주변에 발레를 추천할 때 ‘백조의 호수’보다 더 많이 권하는 작품이다. 발레를 잘 알지 못해도 충분히 재미있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예술은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에 ‘예술은 쉽다’고 말하는 건 거짓말이라 생각한다”며 “처음 예술을 접할 때는 ‘돈키호테’처럼 대중성 있는 작품부터 쉽게 다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기민에 따르면 마린스키발레단은 한 달에 30회 이상 공연한다. 단원이 300여 명인 것을 감안해도 공연횟수가 많다. 그 역시 최근까지 런던에서 10일간 8회에 걸쳐 ‘백조의 호수’를 공연해 체중이 4㎏이나 빠졌다. 컨디션 조절 비결은“잘 자고 좋은 음식을 먹는 것”. 김기민은 “요즘 김치를 좋아하게 돼 러시아에서도 빼놓지 않고 먹고 있다”며 웃었다.

마린스키발레단 ‘돈키호테’의 한 장면(사진=State Academic Mariinsky Theatre, 서울콘서트매니지먼트).


◇발레에서 중요한 건 ‘진실성’

마린스키발레단에서는 한국과 달리 리허설을 하면서 1시간 동안 캐릭터 해석과 내용 분석 등 작품에 대한 이야기만 할 때가 있다. 김기민은 더 자연스러운 대화를 위해 러시아어를 독학으로 배웠다. 발레에 대한 관점도 자연스럽게 바뀌었다. 기교 못지않게 감정 표현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기민은 “예전에 러시아 발레 선생님과 함께 한국에서 열린 어느 무용 콩쿠르를 관전하러 온 적 있다”며 “무용수가 실수를 하자 객석에서 아쉬움의 탄성이 나왔는데 러시아 선생님은 이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발레를 할 때 몇 바퀴를 도는 게 중요하지만 러시아에서는 이 작품을 어떻게 표현할지를 더 중요하게 본다”고 강조했다.

김기민의 트레이드마크는 ‘점프’다. 체공시간(공중에 떠 있는 시간)이 유독 길어 그가 점프를 하면 객석에서 늘 환호가 쏟아진다. 김기민은 자신의 점프를 휴지를 떨어뜨리는 것에 비유했다. 그는 “같은 휴지도 부드럽게 떨어뜨릴 수도 무뚝뚝하게 떨어뜨릴 수도 있다”며 “어떻게 하면 힘을 안 들인 것 같으면서도 공중에 멈춰 있는 듯한 느낌을 낼지를 고민한 결과”라고 말했다.

김기민이 발레를 시작한 것은 작곡을 전공한 어머니의 권유 때문이었다. 어릴 적 같이 발레를 배운 형 김기완(29)은 현재 국립발레단에서 활동 중이다. 김기민은 “형과는 지금도 자주 연락을 하면서 서로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도 하고 힘든 것도 함께 나누고 있다”며 웃었다. 그는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으면 남들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처럼 내가 나를 믿어야 관객도 나를 믿는다”며 발레에서 중요한 것은 ‘진실성’이라고 강조했다.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발레리노 김기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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