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익공유제’로 새로 규제 씌우려는가

  • 등록 2018-11-08 오전 6:00:00

    수정 2018-11-08 오전 6:00:00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협력해 실현한 이익을 나누는 ‘협력이익 공유제’의 법제화를 밀어붙일 태세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연내에 관련법을 고쳐 제도 도입 기업에 세제 혜택 등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마련해 내년부터 시행할 방침이라고 한다. 기업 간 이익 배분에 정부가 직접 나서는 건 시장경제에 반하는 데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다는 점에서 재고할 필요가 있다.

대·중소기업 간 상생이라는 취지는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부작용이 너무 많다. 우선 협력 이익의 개념이 모호한데다 중소기업의 기여분을 어떻게 결정할 것인지도 논란거리다. 자칫 대·중소기업 간 갈등만 부추길 우려가 있다. 정부는 자율이라고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사실상 반강제나 다름없다는 점도 문제다. 규제를 개혁하지 않고 되레 더 늘리는 꼴이라는 비판이 나올 만하다.

중소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지도 의문이다. 부담을 느낀 대기업들이 협력업체를 해외로 변경하는 등 해외이전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국내 중소기업의 협력 기회 자체가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국내 업체들을 죽이는 정책이 될 수도 있다. 대기업 협력 중소기업이 전체의 20% 정도로 혜택이 이들에게만 편중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 된다.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과도 상충된다. 실패 위험을 무릅쓴 혁신의 대가를 다른 기업과 나눠야 한다면 혁신 의지는 시들해질 수밖에 없다. 외국 협력업체가 이익 공유를 정부 정책에 의한 지원금이라며 불공정 행위로 문제 삼을 소지도 없지 않다. 과거 이명박 정부 당시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협력이익공유제와 비슷한 ‘초과이익 공유제’를 추진하다가 그만둔 게 이런 부작용 때문이었다.

한은에 이어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정도로 우리 경제는 매우 암울하다. 이런 판에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릴 여건을 조성할 생각은 않고 오히려 발목 잡는 정책만 내놓으니 딱한 노릇이다.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데 반대할 사람은 없지만 대기업의 이익을 나눠주겠다는 발상은 득보다 실이 크다. 중소기업이 활력을 찾아 스스로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옳은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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