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동성확보·신규투자목적’ 주식 처분 공시 38.5%↑
16일 이데일리가 2018년과 2019년(1월부터 10월 15일까지) ‘타 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처분 결정’ 공시를 전수조사한 결과, 재무구조 개선이나 유동성개선 및 투자재원확보 등을 이유로 타 법인의 주식을 팔아치운 사례가 72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주회사 행위제한 요건 위반사항 해소’ 등 유동성 개선이나 신규 투자와 무관한 경우는 대상에서 제외했고, 자회사와 모회사에서 중복으로 올라온 공시는 한 건만 포함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동일한 이유로 다른 회사의 주식을 팔아치운 사례는 총 52건이었다. 1년 사이 주식을 현금화한 공시가 38.5%나 증가한 셈이다.
먼저 글로벌 경기 둔화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회사에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실탄을 확보해놓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성장동력이 떨어진 기업들이 인수합병(M&A) 등 투자를 염두에 두고 주식을 팔아치울 수 있다는 것이다.
주식을 현금화 해 활발히 신규 투자에 나서는 기업도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는 지난해 7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지분을 처분해 2363억원 가량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당시 한화에어로 측은 ‘글로벌 항공엔진 업체로의 도약을 위한 투자재원 확보’라고 이유를 설명했었다.
실제 한화에어로는 이로부터 3개월 후인 지난해 10월 한화의 기계부문 항공사업을 1669억원에 인수했고, 지난 6월엔 미국 항공 엔진 부품사 ‘이닥(EDAC)’의 지분 100%를 3573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한화에어로측은 인수계획을 전하며 ‘글로벌 항공분야의 혁신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힌 바 있다.
만일의 경우 대비 현금 쥐고만 있는 회사가 대부분
한화에어로처럼 주식을 팔아치운 돈으로 신규 투자에 나서는 경우도 있지만, 상당수의 경우는 주식을 팔아치운 뒤 그저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유동성 확보 등을 이유로 주식을 팔아치운 49개 회사(52건 중 중복회사 제외) 중에서 현재까지 영업양수나 기업출자(특수관계인 대상 제외) 등 투자 관련 공시를 낸 기업은 삼성전기(009150) 대양제지(006580) 네패스(033640) 단 9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40개 회사는 주식을 처분해 손에 쥔 현금으로 재무구조만 개선했을 뿐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진 않았단 얘기다.
이 때문에 기업이 적극적인 투자를 감안해서가 아닌 유동성 확보 차원에서 주식을 팔아치우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M&A 역시 낙관적 경제 전망을 토대로 이뤄지기 때문에, 기업들이 경기 둔화가 가시화되고 있는 상황에선 M&A조차 하기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뿐만 아니라 주식이 더 떨어질 것을 감안해 선제적으로 처분하는 것일 수도 있다고도 지적했다. 박 센터장은 “디플레이션 시대에는 현금보유가 최고의 자산이라는 얘기도 있다. 유가증권이라는 것 자체도 경기가 나빠지면 가치가 떨어지지 않냐”고 되물으며 “유가증권은 적절한 시기에 처분을 하는 것도 중요하니 주가가 더 떨어지기 전에 팔자는 움직임일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