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 명물 종이봉투 상담사 졸업하다

전휘목씨 암투병 끝 8년만에 졸업... 8월 졸업식서 졸업생 대표 연설
군서 뇌종양 판정받아..생존확률 10% 극복 완치 눈앞
엽서 만들어 함께 투병하던 소아병동 아이들에 전달
학교서 종이상자 상담소 만들어 학우들 고민상담도
  • 등록 2018-09-11 오전 6:00:00

    수정 2018-09-11 오전 6:00:00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힘든 날들을 견디고 드디어 졸업을 합니다”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 서울캠퍼스에서 열린 ‘2018년 성균관대 하계 학위 수여식’에서 전휘목(27·국어국문학과) 씨는 연설대에 올라 졸업생 대표로 ‘부모에게 올리는 편지’를 낭독했다. 전씨는 5년 전 뇌종양 판정을 받은 뒤 꾸준한 치료 끝에 완치 판정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는 “입학 한지 8년만에 졸업을 하게 됐다”며 “치료받는 동안 나와 함께 해준 부모님과 졸업의 기회를 준 학교에 감사하다”고 했다. 졸업식이 끝난 이후 전씨를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인근 카페에서 다시 만났다.

29일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서 전휘목(27)씨가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사진=황현규 기자)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로 감사해”

전씨가 몸에 이상을 느낀 건 22살이던 지난 2013년 군대에서 첫 휴가를 다녀온 뒤였다. 휴가에서 복귀한 전씨는 갑자기 눈앞이 보이지 않는 증상이 나타났다. 글자는 커녕 앞 사람도 잘 보이지 않았다.

군 병원을 찾은 전씨는 자신의 머리에 약 3㎝ 크기의 악성 종양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뇌의 깊은 곳에 위치한 송과체선에 생긴 종양(송과체 종양)이었다. 어린이에게 주로 발견되는 종양으로 성인에게는 희귀한 병이었다. 심지어 전씨의 뇌에는 물까지 차있는 상황이었다. 생존확률은 10%가 채 되지 않았다.

그는 “당시 내가 살 수 있는 확률이 낮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며 “마음이 흔들릴 까봐 부모님이 나에게 비밀로 하셨다”고 말했다. 같은 병동의 환자들이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도 전씨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전씨는 “치료 당시에는 오히려 현재 살아있다는 사실 자체에 감사하다는 생각으로 지냈다”고 전했다.

전씨는 수술이후 약 1년간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은 끝에 2015년 복학했다.

전휘목(27)씨가 작년 크리스마스 때 성모병원 소아병동에 기부한 크리스마스 엽서 카드(사진=전휘목 제공)
엽서 기부부터 상담소 운영까지...“내가 잘하는 일 무엇일 지 고민해”

전씨는 퇴원 이후 정기적으로 병원에 재능 기부를 하고 있다. 그림 그리기가 취미인 그는 매년 크리스마스때마다 엽서를 만들어 성모병원 소아암 병동에 전달한다.

전씨는 “내가 앓았던 송과체 종양은 주로 어린이들에게 나타나는 병”이라며 “함께 투병생활을 했던 어린아이들이 세상을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며 부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지금 투병 생활 중인 아이들에게 힘이 되고 싶다”고 했다.

전휘목씨는 투병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뒤 학교에서 학생들의 고민상담을 해주는 작은 방 상담소를 운영했다. (사진=전휘목 제공)
전씨의 재능 기부는 학교 생활에서도 이어졌다. 복학 후 그는 학생회관 1층에 ‘작은방 상담소’를 만들었다. 종이 상자를 덧대서 만든 3.3㎡(1평)짜리 상담소다. 전씨는 자신이 직접 만든 작은 방에서 종이 가면을 쓰고 학생들을 맞이했다. 전씨는 “내가 잘하는 것은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며 “내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무엇일까 고민하다고 상담소를 만들기로 결정했다”라고 말했다.

전씨는 연애 문제부터 진로 문제, 가족 문제 등 교우들의 고민을 들었다. 많을 때는 하루에 10명 가까운 교우들이 전씨에게 고민을 상담하기 위해 찾아 왔다. 전씨는 “내가 한 일은 고민을 듣고 그 이야기를 그림으로 그려준 게 전부”라고 했다. 전씨는 작은 방 상담소를 2년동안 운영했다.

전씨는 현재 대학원 입학을 앞두고 있다. 그는 “막상 대학을 졸업하니까 나도 여느 청년들과 마찬가지로 밥벌이가 가장 걱정된다”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내가 무엇을 할지는 차차 고민해봐야 겠다”며 웃음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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