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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류성 기자]“대부분의 국내 의료기기 업체에게 유럽시장 진출은 사실상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품목허가를 받기위해 통과해야 하는 인허가 절차가 미국 FDA(식품의약국)보다 훨씬 까다로워졌다. 판매허가를 받더라도 1~2년마다 정기적으로 임상시험에 준하는 결과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데 국내업체들 입장에서는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나흥복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전무).”
국내 의료기기 업계가 유럽연합이 최근 의료기기에 대한 품목인증 제도를 대폭 강화하고 나서면서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기존 의료기기지침(MDD)을 대폭 강화한 의료기기규제(MDR) 제도를 오는 2020년부터 전격 시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유럽연합은 유럽시장에서 유통되는 의료기기들의 품질과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MDR 도입을 전격 결정했다. MDR은 제조사의 품질관리를 보증하는 기술문서, 임상시험 보고서, 제품평가 사후 보고서 등을 더욱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어 영세한 국내 의료기기 제조사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2017년 국내 의료기기 업계가 거둔 수출기록은 3조58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유럽지역에서만 전체의 19.8%인 7088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엄격해진 MDR 규격을 맞추지 못할 경우 국내 의료기기 업계는 유럽 뿐 아니라 여타 해외지역 수출 차질로 1조5000억원 가량 손실을 볼 것으로 협회는 추산한다. 국내 의료기기업체 527개사가 유럽수출을 하고있다.
여기에 MDR은 제조사에게 제품별로 인허가 및 사후 평가 등 규제를 전담하는 인력을 확보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어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에게 상당한 인건비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비혈관 스텐트 전문기업 엠아이텍의 박진형 대표는 “MDR 규정을 충족시키기 위해 규제전문인력을 기존 3명에서 10명으로 대폭 늘렸다”며 “전체 직원 40여명 가운데 인허가 등 규제관련 인력이 4분의1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인건비 부담이 크다”고 하소연했다.
MDR은 기존 유럽연합에서 품목허가를 받고 판매하던 제품들도 다시 임상시험 보고서를 제출해 인허가를 재등록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자동심장충격기(AED)를 유럽에서 판매하고 있는 씨유메디칼(115480)시스템의 나학록 대표는 “자동심장 충격기에 대해 다시 처음부터 신제품을 개발하는 과정과 똑같이 임상시험을 거쳐 품목허가를 받으려면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된다”며 “대다수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은 이를 감당할수 없어 유럽시장에서 철수하는 계기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