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에 직접 손대는 정책…결국 소비자에 피해 돌아가

신성환 차기 금융학회장, 정부 '가격 개입'에 쓴소리
카드수수료, 국가 결제수단 돼..의무수납제 없애야
대출금리, 은행독과점 아닌데 원가문제 삼는건 반시장적
  • 등록 2019-02-22 오전 6:00:00

    수정 2019-02-22 오전 6:00:00

차기 한국금융학회장으로 내정된 신성환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해외 주요국은 우리나라처럼 금융당국이 가격 규제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정부의 정책 중 최악의 정책이 가격에 직접 손을 대는 것이지요. (최근 금융당국의 무리한 가격 개입은) 부작용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차기 한국금융학회장으로 내정된 신성환(56)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21일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해외 주요국들은 우리나라처럼 가격 규제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신 교수는 한국금융연구원장, 한국연금학회장 등을 역임한 대표적인 금융 전문가다. 올해 7월부터는 경제·금융 분야의 학계를 대표하는 한국금융학회를 이끌게 된다. 금융학회는 지난 1989년 출범했고, 현재 금융 관련 경제·경영학자 700여명이 회원으로 있다. 100여개의 금융기관과 연구기관도 참여하고 있다.

원가 문제 삼으면 은행 노력할 유인 사라져

신 교수는 최근 신용카드 수수료율 논란부터 입을 열었다. “당연히 반(反)시장적인 정책이지요. 당국이 신용카드 수수료에 직접 손을 대는 정책은 최대한 피해야 합니다. 결국 그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어요.” 카드사들은 최근 대형마트, 통신사 등 대형 가맹점에 수수료율을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는데, 이는 당국의 소상공인 수수료율 인하 정책으로 인한 후폭풍이라는 게 금융권의 시각이다.

신 교수는 “문제는 어느 업종이든 신용카드를 무조건 받도록 법제화돼 일종의 국가결제수단으로 돼버렸다는 점”이라며 “정부 규제가 들어갈 수 있는 법적 근거”라고 말했다. 현행 여신전문금융업법은 신용카드 의무수납제가 규정돼 있다. 이 법적 근거를 빨리 없애야 한다는 게 신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카드사도 (소상공인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이 줄어들 수 있으니) 어떻게든 살 방법을 찾아야 할 것 아니냐”며 “다만 대기업들의 협상력이 높아 수수료율 인상이 녹록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예컨대 코스트코는 1999년 삼성카드와 단독 계약을 맺은 이후 ‘1카드 정책’을 지속했고, 올해 5월부터는 현대카드만 받기로 했다. 신 교수는 “다른 대기업들도 이런 방식을 도입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했다.

신 교수는 대출금리 규제에 대해서도 “같은 맥락에 있는 것”이라고 했다. “대출금리는 일종의 시장 가격(market price)입니다. 규제 권한이 있는 당국이 원가를 문제 삼는 경우는 충분한 경쟁을 통해 이뤄진 가격이 아니라고 판단했을 때 독과점 규제를 하는 것이지요. 은행산업의 경쟁이 치열한지에 대해 회의적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은행업은 독과점 산업도 아니고 엄연히 시장이 있는데 원가를 문제 삼는 건 반시장적입니다.”

신 교수는 그러면서 “당국은 금융산업의 유효경쟁을 어떻게 불러올 것인지, 그런 환경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지 시각을 갖고 중장기적으로 접근하는 게 맞다”며 “원가를 문제 삼기 시작하면, 은행 사람들은 노력할 유인이 사라지니 식물인간이 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빅데이터 경제, 정부 입김 세지면 안 돼

해외 주요국의 사정은 어떨까. 그는 “해외는 이런 일이 드물다”고 단언했다. “영국이 대표적인데요. 영국 금융감독당국은 리포트를 통해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가장 중요한 건 경쟁환경 조성’이라고 명확하게 적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당국이 툭하면 ‘과당경쟁’이라는 표현을 쓰는데요. 경제학에 그런 말은 없습니다. 경쟁이 격하면 격할수록 소비자는 좋은 것이지요. 오히려 우리 금융산업은 (정부 규제가 과하다보니) 충분한 경쟁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고 봅니다. 지금까지 은행은 면허료(license fee)를 취하는 수준에 머물었다고 봐야겠지요.”

신 교수는 아울러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빅데이터 경제’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동의한다”며 “국회에 계류된 ‘데이터경제 3법(신용정보법·개인정보보호법·정보통신망법)’은 빨리 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인정보 보호와 관련된 우려가 있지만, 이에 대한 민감도가 너무 큰 것 같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데이터 경제도 정부의 입김이 세질 가능성을 신 교수는 우려했다. 그는 “빅데이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민간사업자가 출현하도록 도와주는 선에서 정부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또 기관을 만들어 관리하기 시작하면 장기적으로 산업 자체의 발전이 저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교수는…

△1963년생 △서울대 경제학과 △미국 매사추세츠공대 경영대학원 석·박사 △세계은행 선임재무역 △한국투자공사 운영위원 △한국연금학회장 △기금운용평가단장 △한국금융연구원장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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