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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수영 기자] 시행 만 12년, 가입자 623만6000명, 적립금 150조원,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퇴직연금 규모다. 짧은 기간을 감안하면 양적 성장속도가 빠른 편이지만 연간 수익률이 1%대, 5년 평균도 3% 미만으로 수익률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대부분 퇴직자가 연금이 아닌 일시금 형태로 수령하고 있어 노후 소득보장장치 기능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이데일리가 한국금융투자협회에 의뢰해 은행·보험·금융투자·근로복지공단 등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공시한 퇴직연금 적립금을 분석한 결과 상반기 현재 총 적립금 규모는 150조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3조 가까이 증가했다. 반면 수익률은 6월 기준 연 1.8%로 물가 상승률, 수수료 등을 고려하면 마이너스인 셈이다. 반면 국민연금은 지난해 연 수익률 4.8%, 5년 평균 수익률 5.1%다. 해외에선 호주 퇴직연금이 5월 말 기준 연 10.3%, 미국이 4월 말 기준 13.5%로 우리와 대조적이다.
수익률이 저조하자 퇴직 후 연금이 아닌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퇴직자가 훨씬 많다. 지난 2005년 도입된 퇴직연금제도 이후 지난해 만 55세 이상 퇴직 연금 수령을 개시한 사람은 24만718명. 이 중 98.4%가 일시금으로 퇴직금을 한번에 인출했고, 나머지 1.6%만이 연금으로 나눠서 수령하고 있다. 김성일 KG제로인 연금연구소장은 “재정부담으로 국민연금의 소득 대체율이 축소(2028년 40% 예상)되면서 퇴직연금의 중요도가 커지고 있다”며 “해외 선진국에 비해 저조한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무엇보다 기업과 근로자의 관심을 끌어올리는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퇴직연금= 근로자의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회사가 지급해야 할 퇴직금을 퇴직연금사업자(은행·보험·증권사)에 맡기고 기업이나 근로자가 직접 운용지시를 한 뒤 은퇴시 일시금 또는 연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퇴직연금은 회사가 운용지시를 하는 확정급여형(DB형)과 근로자가 직접 운용지시를 하는 확정기여형(DC형), 개인이 개별적으로 가입하는 개인형퇴직연금(IRP)로 나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