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세월호 막으려면 산업은행도 지원 나서야”

[인터뷰]최지환 한일고속·안재용 대선조선 대표
국내 최초 2만톤 카페리 실버 클라우드호 취항 소회
“세월호 땐 日 중고선 수입→지금은 국내 기술 건조”
“성공 원인은 금융 지원..해운·조선업 적극 육성해야”
  • 등록 2018-10-19 오전 5:00:00

    수정 2018-10-19 오전 5:00:00

최지환 한일고속·안재용 대선조선 대표이사 모습. [사진=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국내 기술로 만든 첫 번째 카페리 여객선(실버 클라우드호) 프로젝트에 참여한 조선·해운사 대표들이 “일본에서 노후 중고선을 가져와 무리하게 운항한 관행이 세월호 사고의 발단”이라며 “앞으론 신규 선박을 더 도입하도록 국책은행 지원이나 연속적인 예산 집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버 클라우드호 운항선사인 한일고속 최지환(사진·42) 대표이사, 건조사인 대선조선 안재용(사진·52) 대표이사는 지난 16일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최 대표는 “앞으론 국책은행이 해운·조선산업을 살리고 육성하는데 나섰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정부의 연안여객선 현대화 펀드에 대한 지원 선종을 늘리고 펀드 규모를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 해양수산부는 지난 17일 전남 완도여객선터미널에서 실버 클라우드호(2만263t, 완도-제주행) 취항식을 열었다. 선체 무게가 세월호 무게(6825t)의 3배 정도로 국내 최대 규모의 카페리다. 이번 취항식은 세월호 사고 직후 2014년부터 시작한 정부지원 사업이 첫 결실을 맺고,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과제(노후선박 현대화)가 이행된 결과다.

하지만 국내 최초 국산 카페리를 만드는 게 쉽지는 않았다. 안 대표는 “‘국내 중소형 조선소가 건조할 수 있을까’라는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게 제일 큰 애로사항이었다”고 전했다. 최 대표는 “조선소, 금융권 등 모두가 2만t급 카페리를 만든 경험이 없어서 속 터지는 일도 많았다”고 어려움을 내비쳤다.

그럼에도 이들 대표들은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었던 원인 중 하나로 금융 지원을 언급했다. 안 대표는 “금융을 50% 무이자로 획기적으로 한 게 선주들을 움직였다”고 평했다. 해수부는 예산을 통해 2019년까지 1000억원의 현대화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 펀드를 통해 건조 가격(실버 클라우드 기준 492억원)의 절반을 무이자로 지원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선사는 15년(3년 거치+12년 원금 상환)에 걸쳐 대출금을 상환하면 된다.

이처럼 신규 선박을 건조하는 수요는 갈수록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최 대표는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이 25년 이상된 노후 선박의 수입을 금지했다. 따라서 우리도 중고선박을 동남아에 파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배를 만들어야 하는 실정”이라며 “앞으로 연안여객선 산업은 선박을 만드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대표는 “현재는 건조 자금 중 절반은 현대화펀드 지원을 받지만 나머지는 은행권 융자를 받아야 한다. 실버 클라우드 지원과 관련해 산업은행을 먼저 접촉했지만 리스크 때문에 선박금융은 곤란하다고 했다”며 “앞으로는 국가적으로 해운·조선업을 육성하는 취지에서 민간은행보단 국책은행이 나섰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양 대표와의 일문일답 주요 내용이다.

지난 17일 전남 완도여객선터미널에서 취항식이 열린 연안여객선 현대화 1호 선박인 실버 클라우드호. 세월호 참사 이후 노후 선박을 교체하는 정책,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과제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다. 오는 25일 오전 7시20분에 제주에서 완도로, 오후 3시30분에 완도에서 제주로 첫 출항할 예정이다. 은빛 구름처럼 편안한 운항을 하겠다는 취지에서 실버 클라우드로 이름이 지어졌다.[사진=해양수산부 제공]
-실버 클라우드호 취항의 의미?


△(안=)국내 기술, 국내 선주, 국내 금융이 잘 어우러져 만든 아주 기념비적인 프로젝트다. 금융을 50% 무이자(15년 상환)로 획기적으로 한 게 선주들을 움직였다고 본다. 과거에는 일본산 중고선을 도입해 몇년 간 사용하다가 필리핀, 인도네시아에 수출했다. 노후 선박을 쓰던 관행이 물레방아처럼 돌다가 세월호 사고가 터졌다. 노후 중고선을 들여와 무리하게 개조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참사가 없었을 것이다. 실버 클라우드호 프로젝트는 이런 세월호 슬픔을 가지고 시작된 것이다.

△(최=)3가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첫째, 고객 맞춤형 선박이 가능해졌다. 그동안에는 중고선을 수입해 와서 개·보수해 사용했다. 경제적 이유 때문이다. 이 결과 선박 구조 등이 국내 사정과 꼭 맞지는 않았다. 앞으론 국내에서 선박을 건조하게 되면 국내에 맞는 선박이 가능해질 것이다. 둘째, 연안여객선 산업이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갈 것이다. 한일고속이 실버 클라우드호 운영에 나선 이후 다른 선사들도 이런 흐름을 따라오고 있다. 앞으론 신형 선박으로 연안여객선 주요 항로에 투입이 될 것이다. 셋째, 해운·조선 산업을 키우는 효과다.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은 25년 이상된 노후 선박의 수입을 금지했다. 따라서 우리도 중고선박을 파는 게 아니라 어떻게든 배를 만들어야 하는 실정이다. 우리가 빨리 이 시장을 선점하는 게 필요하다.

-그동안 애로사항은?


△(안=)‘국내 중소형 조선소에서 과연 카페리를 건조할 수 있을까’ 하는 선주들의 의구심이 있었다. ‘건조할 수 있을까’라는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게 제일 큰 애로사항이었다.

△(최=)조선소, 금융권 등 모두가 2만톤급 카페리를 만든 경험이 없던 게 제일 애로사항이었다. 속 터지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경험을 쌓게 됐다. 이 경험을 공유할 생각도 갖고 있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안=)선박 안전성이다. 정부에서 아젠다로 제시한 것도 선박의 안전성이었다. 좌우 쏠림 없이 제대로 갈 수 있는 운항 장비, 승객들이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는 시스템·장비가 완벽하게 구비됐다.

-앞으로 바라는 점?

△(안=)연안여객선 현대화 펀드의 지원 선종을 늘리고 펀드 규모를 확대하는 게 필요하다. 한일고속이 큰 결심을 해서 선박 건조에 나섰다. 세월호 사고가 발생한 이후 선주들의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우리 기술로 선박 건조를 하는 쪽으로 바뀐 것이다. 선사들이 지원 신청을 했고 실버 클라우드호 이후에 3곳이 올해 현대화펀드 지원 대상에 선정됐다. 이 결과 펀드 재원이 모두 소진됐다. 앞으로 예산이 더 확보돼 연속적인 예산 집행이 필요하다.

△(최=)건조 자금 중 절반은 현대화펀드 지원을 받지만 나머지는 은행권 융자를 받아야 한다. 산업은행을 먼저 접촉했다. 하지만 리스크 때문에 선박금융은 곤란하다고 했다. 그래서 국책은행보다 이자가 높은 민간은행에서 빌리게 됐다. 앞으론 국책은행이 해운·조선산업을 살리고 육성하는데 나서줬으면 한다. 세월호 사고는 중고 노후선박을 들여와서 무리하게 운항을 했기 때문이다. 앞으론 신규 선박을 도입해 이런 관행이 바뀌어야 한다. 안전 운항을 통해 국민들의 우려도 불식시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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