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하려 했는데"…강신일·정보석, '레드' 재출연 이유는

추상표현주의 화가 마크 로스코 다룬 2인극
3년 만의 재공연…박정복·김도빈과 호흡
"매 시즌 다른 감정 느끼는 새로운 재미"
내달 10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 등록 2019-01-12 오전 6:00:00

    수정 2019-01-12 오전 6:00:00

연극 ‘레드’ 중 마크 로스코 역 강신일(오른쪽), 켄 역 김도빈의 공연 장면(사진=신시컴퍼니).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이번 시즌은 절대 안 하려고 굳게 맹세했었는데…. 작품이 나를 자꾸 끌어들인다.”(강신일) “2015년 첫 공연 이후 연극무대에 트라우마가 생겼다. 이번에도 숨이 확 막혀 두 달 정도 출연 결정을 망설였다.”(정보석)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연극 ‘레드’의 시연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배우 강신일, 정보석은 “쉽지 않은 작품”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두 배우가 연기하는 인물은 추상표현주의의 대표적인 화가 마크 로스코(1903~1970). 예민한 성격의 화가이자 예술과 철학에 대해 누구보다 깊이 고민하는 인물이기에 배우로서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음에 분명하다.

두 배우가 ‘레드’에 출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강신일은 2011년 초연을 시작으로 2013년, 2016년 재공연에 출연했고 정보석은 2015년 재공연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아직도 마크 로스코에 대해 이해할 부분이 많고 매 시즌을 통해 조금씩 그를 알아간다”며 작품의 매력을 설명했다.

연극 ‘레드’ 중 마크 로스코 역 정보석의 공연 장면(사진=신시컴퍼니).


‘레드’는 마크 로스코가 1958년 겪었던 ‘시그램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뉴욕 파크 애비뉴에 있는 시그램 빌딩을 장식할 벽화를 주문받았던 마크 로스코가 1년여 뒤 작업을 포기하고 선금 7000달러를 돌려보낸 일이다. 영화 ‘글래디에이터’ ‘에비에이터’의 시나리오 작가로 잘 알려진 극작가 존 로건은 마크 로스코의 시그램 사건이 보여준 명예와 예술적 순수성 사이의 고민을 가상인물인 조수 켄과의 갈등으로 풀어썼다.

강신일은 “초연 때는 마크 로스코가 가진 예술세계, 철학과 사상 등의 깊이를 이해하려고 했다면 시즌이 거듭되면서는 초연 때 미처 더 파악하지 못했던 부분을 하나씩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이제는 마크 로스코처럼 소멸해가는 세대에 속하다 보니 이번 시즌에는 마크 로스코에 대한 연민이 더 깊이 배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보석은 “‘레드’는 관객으로 볼 때는 즐거운 작품이었지만 배우로서는 마크 로스코라는 인물을 감당하기에 내가 너무 작고 초라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직도 마크 로스코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2015년 공연 때보다 마크 로스코가 무엇을 고민하고 그림에 담고자 한 건지 조금은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연극 ‘레드’ 중 켄 역 박정복의 공연 장면(사진=신시컴퍼니).


공연 시간 100분 동안 예술과 철학에 대한 깊이 있는 대사가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온다. 관객 입장에서도 극을 따라가기에 다소 버겁다. 그럼에도 ‘레드’는 2011년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의 초연 당시 객석점유율 84%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어진 재공연은 90%가 넘는 객석점유율로 인기를 이어왔다.

비결은 마크 로스코와 켄이 보여주는 신구 세대의 긴장감 넘치는 충돌에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2013년과 2016년 공연에 함께했던 배우 박정복과 이번이 첫 ‘레드’ 출연인 배우 김도빈이 켄 역을 번갈아 맡는다. 박정복은 “매번 흥미를 잃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선배 배우들과 함께하는 무대가 항상 즐겁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도빈은 “대본을 읽고 매료됐지만 연습할수록 점점 어려워졌다”며 “그럼에도 공연을 하면서 하루하루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작품 속에서 ‘레드’는 다양한 의미로 등장한다. 세대가 다른 만큼 배우들이 생각하는 ‘레드’의 의미도 달랐다. 박정복, 김도빈은 “우리에게 ‘레드’는 곧 열정이다”라고 입을 모았다. 반면 정보석은 “열정을 동반하는 창조와 성숙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강신일은 ‘연기’라고 말했다. 그는 “레드에 천착하면서 자꾸 이미지를 창출하려는 마크 로스코의 모습은 내 자신도 알지 못하는 감춰진 부분을 찾아가는 연기와 닮아 있다”고 설명했다.

‘레드’는 2월 10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한다.

연극 ‘레드’ 중 켄 역 김도빈의 공연 장면(사진=신시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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