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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이번 시즌은 절대 안 하려고 굳게 맹세했었는데…. 작품이 나를 자꾸 끌어들인다.”(강신일) “2015년 첫 공연 이후 연극무대에 트라우마가 생겼다. 이번에도 숨이 확 막혀 두 달 정도 출연 결정을 망설였다.”(정보석)
지난 10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연극 ‘레드’의 시연을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배우 강신일, 정보석은 “쉽지 않은 작품”이라며 혀를 내둘렀다. 두 배우가 연기하는 인물은 추상표현주의의 대표적인 화가 마크 로스코(1903~1970). 예민한 성격의 화가이자 예술과 철학에 대해 누구보다 깊이 고민하는 인물이기에 배우로서 연기하는 것이 쉽지 않음에 분명하다.
두 배우가 ‘레드’에 출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강신일은 2011년 초연을 시작으로 2013년, 2016년 재공연에 출연했고 정보석은 2015년 재공연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아직도 마크 로스코에 대해 이해할 부분이 많고 매 시즌을 통해 조금씩 그를 알아간다”며 작품의 매력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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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신일은 “초연 때는 마크 로스코가 가진 예술세계, 철학과 사상 등의 깊이를 이해하려고 했다면 시즌이 거듭되면서는 초연 때 미처 더 파악하지 못했던 부분을 하나씩 찾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도 이제는 마크 로스코처럼 소멸해가는 세대에 속하다 보니 이번 시즌에는 마크 로스코에 대한 연민이 더 깊이 배어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정보석은 “‘레드’는 관객으로 볼 때는 즐거운 작품이었지만 배우로서는 마크 로스코라는 인물을 감당하기에 내가 너무 작고 초라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아직도 마크 로스코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2015년 공연 때보다 마크 로스코가 무엇을 고민하고 그림에 담고자 한 건지 조금은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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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시간 100분 동안 예술과 철학에 대한 깊이 있는 대사가 쉴 새 없이 쏟아져 나온다. 관객 입장에서도 극을 따라가기에 다소 버겁다. 그럼에도 ‘레드’는 2011년 동국대 이해랑예술극장에서의 초연 당시 객석점유율 84%를 기록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어진 재공연은 90%가 넘는 객석점유율로 인기를 이어왔다.
비결은 마크 로스코와 켄이 보여주는 신구 세대의 긴장감 넘치는 충돌에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2013년과 2016년 공연에 함께했던 배우 박정복과 이번이 첫 ‘레드’ 출연인 배우 김도빈이 켄 역을 번갈아 맡는다. 박정복은 “매번 흥미를 잃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선배 배우들과 함께하는 무대가 항상 즐겁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도빈은 “대본을 읽고 매료됐지만 연습할수록 점점 어려워졌다”며 “그럼에도 공연을 하면서 하루하루 행복감을 느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레드’는 2월 10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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