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 이 작품] 아미의 떼창을 보면 BTS가 보인다

- 심사위원 리뷰
이합집산과 경계 해체, 방탄소년단 성공의 키워드
  • 등록 2018-09-13 오전 6:00:01

    수정 2018-09-13 오전 6:00:01

방탄소년단 콘서트(사진=빅히트엔터터인먼트)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총 9만여 명의 아미(ARMY·방탄소년단의 팬을 지칭)들이 몰렸다. 지난 달 25·26일 양 일 간에 걸쳐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방탄소년단의 콘서트에서다.

마치 종합운동장을 포위라도 하듯 몰려든 팬들은 저마다 무기처럼 ‘아미밤’이라고 불리는 야광봉을 들고 있었다. 아미들이 구입한 이 야광봉들은 블루투스 기능을 활용해 중앙제어시스템으로 전체 불빛의 점멸과 색깔을 조절할 수 있는 것이었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공연에서 이 야광봉은 놀라운 객석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글자를 새기기도 하고 마치 파도가 치듯 움직이기도 하며 색색으로 빛나기도 하는 그 야광봉들은 공연의 주체가 방탄소년단만은 아니라는 걸 보여줬다.

아미 또한 공연의 일부분이었다. 무대 위에서 방탄소년단이 멋진 군무와 노래를 들려줬다면, 아미들은 무대 밑에서 일사분란하게 ‘연습된’ 응원 동작을 야광봉을 들고 보여줬고 노래의 빈자리를 떼창으로 채웠다. 그것은 마치 스타와 팬이 함께 만든 하나의 무대처럼 보였다.

만일 외국인들이 그런 팬 문화를 경험한다면 놀라울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무대 위와 무대 아래, 스타와 팬 사이를 가르는 경계 같은 게 순간적으로 무너지는 풍경들이 연출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 콘서트(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왜 그들을 ‘아미’라고 부르는지도 실감할 수 있었다. 질서정연하게 자리를 지키며 일사분란하게 일어나고 앉으면서도, 저마다의 호응을 능동적으로 하는 그들은 진짜 ‘군대’처럼 보였다. 아마도 각자 자신들의 생활로 돌아가면 평범한 일상을 살아갈 것이지만, 이렇게 ‘방탄소년단’의 아미로 뭉쳐지면 엄청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그 모습은 실로 인상적이었다.

이날 공연의 콘셉트 자체가 바로 이런 아미의 ‘일상’으로 흩어졌다가 ‘팬클럽 활동’으로 뭉치는 ‘이합집산’의 묘미를 담고 있었다. 스타디움에 세워진 거대한 디지털 화면들은 노래 중간 중간에 방탄소년단의 일상적인 모습들을 담아냈다. 미소년들의 그 평범해 보이는 일상은 그러나 함께 모여 노래를 부를 때는 폭발적인 에너지를 뿜어내는 카리스마로 돌변했다.

이것은 그들의 군무가 가진 특징이기도 했다. 한 사람이 맨 앞에서 춤을 추다가, 어느새 뒤쪽으로 도열해 붙은 다른 멤버들과 백댄서까지 더해져 거대한 군무로 변해가는 그 과정은 방탄소년단과 아미가 갖고 있는 ‘이합집산’의 그 짜릿함을 그대로 보여줬다. 일상적인 미소년들이 무대 위에 모이면 돌변하는 것처럼,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아미들도 저마다의 일상을 살다가 ‘방탄소년단’이라는 키워드로 뭉치면 군대 같은 힘을 과시할 것이었다.

방탄소년단 콘서트(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이번 앨범 타이틀곡인 ‘IDOL’의 가사나 음악적 장르가 탈 경계의 양상을 보여주는 것처럼, 무엇이 그들의 진면목인지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아티스트로 불리든, 아이돌로 불리든 그들은 그냥 방탄소년단이고, 열광적인 팬클럽으로 불리든, 아주 평범한 일상의 사람으로 불리든 그들은 그냥 아미일 테니 말이다. 이쯤 되면 누구나 한번쯤 그 이합집산과 탈 경계의 축제를 공유하는, 방탄소년단과 아미가 함께 하는 무대에 오르고 싶지 않을까. 아미가 점점 병력이 늘어가고 방탄소년단이 냈다하면 빌보드에 이름을 올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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