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무실 윤리위]심사기한 못박고,본회의 자동부의… 의원들이 결단해야

13대 출범한 윤리특위, 징계 제소만 늘고 심사 않는 ‘고질병’
의장 직속 자문위 제언, 의원들도 법안 발의
“국회법 고치는 것도 의원들인데…연목구어” 개탄도
  • 등록 2019-02-19 오전 6:00:00

    수정 2019-02-19 오전 6:00:00

국회 윤리특위 회의(사진=뉴시스)
[이데일리 김미영 기자] 제소는 늘지만 심사는 않는 국회 윤리특위를 제대로 기능케 하려면 국회의원들의 의지가 필요하다. 그동안 윤리위의 ‘식물화’ 지적이 제기돼왔던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도 이미 충분히 나와 있다. 문제는 이를 현실화하는 데 주저하는 의원들이다. 동료 의원을 징계해달라고 요구하면서도 정작 징계안 처리엔 미적대고, 징계안 처리를 외면하고 있다.

징계안, 대개 ‘임기만료 폐기’ 수순…‘정치적 액션용’ 전락

18일 국회에 따르면, 국회의원 징계안 제출 건수는 늘어나는 추세다. 국회 윤리특위가 처음 생긴 13대 국회에선 5건에 그쳤지만 2000년대 들어 16대에선 13건, 17대 37건, 18대 57건까지 늘었다. 19대에선 39건이었고, 20대는 3년이 채 못된 현재 철회 3건을 빼면 26건이다. 철회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임기만료로 폐기된다. 윤리위 제소가 제소 자체에 의미를 두는 ‘정치적 액션용’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건 그래서다. 애당초 징계를 관철시키려 하기보단 동료 망신주기식 용도로만 의원들이 오남용하고 있단 얘기다.

이 때문에 윤리특위가 제기능을 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는 방안도 여럿 나왔다. 이미 10년 전인 2009년 국회의장 직속 국회운영제도개선 자문위원회는 국회법을 고쳐 국회의원에 대한 윤리심사제를 강화토록 제언했다.

윤리심사자문위를 윤리조사위로 명칭을 바꾸고 활동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이 첫 번째다. 현재도 윤리위에 징계안이 회부되면 자문기구인 윤리심사위가 의견을 제출하도록 국회법이 규정하고 있지만 영향력은 미미하다. 이에 따라 자문위를 조사위로 격상해 당사자와 이해관계자에 대한 출석요구권, 금융거래 내용 등 관련자료 제출 요구권을 부여하는 등 실질적인 조사 권한을 부여토록 했다.

윤리특위의 심사 기한도 강화해 임기만료 폐기 수순을 밟지 않도록 대안을 냈다. 현재도 윤리특위에 징계안이 넘어오면 3개월 내 심사를 종료토록 돼 있지만, 규정이 전혀 지켜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개선안은 징계안이 특위에 회부되는 시점부터 윤리심사 종료까지 모든 절차에 각각의 소요기한을 못 박았다. 징계안이 제출되면 △윤리특위는 바로 윤리조사위에 통보하고 △윤리조사위는 통보일로부터 3일 이내 회의를 소집해 조사활동을 시작하며 △3개월 내 조사결과를 윤리특위에 보고하고 △윤리특위는 조사결과를 보고받은 날로부터 2주 이내에 심사를 종료토록 했다.

윤리특위의 심사 태업을 무너뜨릴 마지막 ‘한 방’은 본회의 자동상정 제도 신설이다. 윤리조사위에서 조사결과를 받은 윤리특위가 4주 내 심사를 종료하지 않으면 징계안을 바로 본회의로 올리는 것이다. 징계안에 공개회의에서의 사과, 출석정지 및 수당 감액, 제명 등 징계유형이 구체화적으로 적시되지 않았을 경우엔 윤리조사위 조사결과보고서를 윤리특위의 조사결과보고서로 간주해 표결토록 했다.

그러나 당시 제도를 고치지 못한 까닭에, 이후에도 의장 직속 혁신자문위 등에서 비슷한 제언이 잇따라 나왔다.

윤리위 강화법안도 먼지만 쌓여…“외부적 충격 필요”

국회의원들도 문제의식을 갖고 있긴 하다. 윤리위 기능강화 법안이 꾸준히 나온 배경이지만, 역시 법안을 처리해야 하는 주체가 의원들이라는 점에 한계가 있다. 윤리특위를 활성화하자고 법안을 내면서도 법안 심사에는 뒷짐을 지고 있는 실정이다. 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은 20대 국회 초반인 2016년 7월 의장 직속 자문위에서 냈던 제언들을 담아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특히 여야 4인씩 동수로 위촉하는 윤리심사자문위원을 학계·법조계·시민단체 등에서만 추천 받도록 했다. 심사 기한 관련, 심사자문위의 의견 제출은 30일 이내로 하고 윤리특위의 심사 기한은 3개월 이내로 바꾸도록 했다.

당시 소관상임위인 운영위 전문위원실에선 “윤리특위와 윤리심사자문위의 구성과 활동 등에 있어서 자정 능력이 부족해 국민의 불신이 심화되고 있다”는 개정안 취지에 공감하며, 개정안의 방향에 대해 대체로 ‘적절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2년 6개월이 지나도록 법안은 운영위조차 통과하지 못했다.

20대 국회 들어서 정 의원과 마찬가지로 윤리심사자문위의 심사보고서 제출 기한, 윤리특위의 심사 기한 등을 보다 명확히 규정한 법안들이 몇몇 나왔지만 역시 심사 단계에서 멈춰 있다.

의원직을 내려놓은 오세정 국민의당 전 의원은 징계안의 본회의 자동부의를 골자로 한 국회법 개정안을 냈다. 윤리특위가 윤리심사자문위로부터 징계에 관한 의견을 제출받은 이후 2개월 이내에 심사보고서를 제출토록 하고, 기간 내에 제출하지 못할 경우 의장이 징계안을 본회의에 바로 부의해 표결할 수 있도록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김철민 의원이 윤리특위에 회부된 날부터 60일 이내에 의원 징계안 심사를 마치지 않으면 의장이 바로 본회의에 부의토록 법안을 냈다.

윤리특위 위원장인 박명재 자유한국당 의원은 윤리위 제소 요건인 ‘사유가 발생한 날 또는 그 징계대상자가 있는 것을 알게 된 날부터 10일 이내’ 규정을 ‘30일 이내’로 바꾸는 국회법 개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제소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는 만큼 의원들로선 달갑지 않은 대목이다.

박 위원장 측은 “음주운전을 한 이용주 민주평화당 의원의 윤리위 제소는 어영부영 열흘을 보내 이뤄지지 않았다”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고 적절한 시기를 놓칠 수도 있으니 연장하자는 취지지만 공동 발의 의원을 찾는 게 쉽지만은 않다”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의원들의 제식구 감싸기 탓에 아무리 제도개혁 필요성을 얘기해도 바뀌지 않고 있다”며 “외부적인 충격을 줘서라도 윤리위를 고쳐야지, 지금같은 상황에선 연목구어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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