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후발주자 겨냥한 보호무역"..전체 수출의 40% 막힐 판

유럽시장 막히면 중국,미국 제외한 해외시장 진출 불가능
전체 의료기기 수출의 40%가 막힐판
자금력 부족, 국내 의료기기 업계 MDR 고비 넘기 힘들어
낮은 국내 의료기기 규제가 업계 제품경쟁력 발목잡아
국내 의료기기 업계 구조조정으로 이어질듯
  • 등록 2019-06-11 오전 6:20:47

    수정 2019-06-11 오전 8:04:18

[이데일리 이동훈 기자]


[이데일리 류성 기자] 승승장구하던 국내 의료기기 업계에 대형 악재가 돌출, 초비상이 걸렸다.

유럽연합(EU)이 유럽에서 유통되는 의료기기 제품에 대해 안정성과 품질강화를 목적으로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나서고 있어서다. EU는 기존 의료기기지침(MDD)을 대체하는 의료기기규제(MDR)를 3년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2020년부터 전격 시행할 예정이다.

EU는 이전에는 EU지역에서 의료기기 판매를 하려면 권고 수준의 의료기기지침(MDD)을 준수하면 됐으나 MDR은 업체들이 반드시 충족시켜야 하는 규제이자 의무사항이어서 큰 차이가 있다.

MDR은 의료기기 제품별로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필수사항과의 부합성을 입증하기 위해 위험관리,소프트웨어 평가, 임상평가, 사용적합성, 사후시장조사, 사후임상,추이관찰 등을 제품에 적용하고 문서화하도록 업체들에 요구하고 있다.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이 가장 난감해하는 분야는 크게 △기존 유럽지역에서 CE인증을 받고 판매한 제품에 대해 다시 임상시험 및 평가 보고서를 제출,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점 △품목허가를 받고 판매를 하더라도 제품 수명이 다할 때까지 매년 사후시장조사 및 사후임상, 추이 관찰등을 문서로 보고해야 하는 점이다.

국내 의료기기 업계는 “다시 임상시험을 하려면 최소 2~3년의 장기간이 소요될 뿐 아니라 그 비용도 수억원씩 들어가게 된다”며 “아직까지 대다수 유럽진출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이 규모면에서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여기에 판매이후 길게는 수십년간 사후 평가 보고서를 매년 만들어서 심사를 통과해야 하는 규정도 국내 업계의 발목을 잡고있다. 제품을 판매할 때 적정마진을 확보하더라도 이후 사후 임상결과 보고서등을 작성하느라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감당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국내 업계의 예상이다. 나흥복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전무는 “고가의 의료기기 장비를 판매하거나 규모의 경제를 이룬 다국적 의료기기 업체들을 제외하면 유럽시장에서 이익을 내기가 쉽지 않은 최악의 사업환경이 도래했다”고 평가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EU가 유럽지역에서 유통되는 의료기기의 안정성과 품질을 높이기 위해 MDR을 도입했다고 하지만 그 배경에는 보호무역주의가 자리하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한다. 나전무는 “MDR이라는 명분을 내걸고 유럽시장 진입장벽을 높이게 되면 한국 의료기기 업체들 같은 시장의 후발추격자들은 기존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들을 따라잡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분석했다.

국내 의료기기 업계는 유럽시장은 놓쳐서는 안되는 핵심 해외시장이라는 점에서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난감한 상황이다. 주무부처인 식약처와 복지부도 MDR에 대한 대책은 아직까지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수출지원업무를 전담하는 코트라와 협업해 MDR에 대한 대응책을 고민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국내 의료기기업체들의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원론적인 방안외에 마땅한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국내 의료기기 업계는 지난 2017년 기준 유럽에 7088억원 어치 제품을 수출했다.이는 전체 국내 의료기기 업계 수출금액 3조5800억원의 19.8%에 달하는 규모다. 그간 의료기기 수출은 연평균 8% 이상 고성장 기조를 유지해왔다. 유럽은 국내 의료기기 업계가 전통적으로 가장 많이 수출을 하는 핵심 거점지역이다. 수출비중으로 보면 유럽에 이어 미국(16.1%), 중국(16.0%)등이 뒤를 이은다.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이 MDR 규제 요건을 충족시켜 유럽지역에 수출하기 위해 필수적인 CE인증을 획득하지 못할 경우 유럽지역 수출만 차단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업계의 타격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CE인증을 받지 못하게되면 이 인증을 요구하는 동남아, 중남미, 아프리카, 중동 등으로의 수출도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이 유럽을 포함해 이들 지역에서 거두는 수출비중은 전체의 40%를 넘어선다. 정성희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부장은 “MDR 허들을 넘지 못하면 국내 의료기기 업계가 현재 올리고 있는 수출의 절반 가까이가 물거품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대부분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은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지만 EU의 엄격해진 규정을 단기간에 맞추기기 쉽지않아 상당수는 유럽시장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유럽시장에 새롭게 진출하거나 품목 재허가를 받으려는 업체들은 MDR 규제를 충족시키기 위해 비상이 걸렸다.

유럽에 비혈관 스텐트를 수출하는 엠아이텍의 박진형 대표는 “MDR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수준 이상의 까다로운 인허가 규제를 담고 있어 맞추기가 쉽지 않다”며 “글로벌 스탠더드 기술력을 확보한 극히 일부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을 제외하고 유럽시장 진출은 사실상 차단됐다”고 밝혔다.

국내 의료기기 업계 일부에서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간 의료기기에 대한 국내 규제가 상대적으로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느슨했던 현실에 안주한 결과 국내업체들이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데 소홀해 왔다는 것이다. 영국 자동심장충격기(AED)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CU메디칼시스템의 나학록 대표는 “의료기기에 대한 국내 규제가 상대적으로 널널하다보니 약간의 기술을 가지고도 시장에 진입할수 있어 한 품목당 대개 10여개 업체가 난립해 있는 게 현실이다”며 ”MDR은 영세한 국내 의료기기 업계를 구조조정할수 있는 계기가 될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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