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연 작가 "잊고 살았던 꿈, 동심 떠올리며 삶의 원동력 되찾길"

곽재선문화재단 1기 아티스트
'찬란한 꿈'으로 '아트공모전' 대상
개인전 '숲으로의 초대'…40여점 선보여
"환상 속 자연 그려…쉼 얻는 시간 되길"
  • 등록 2023-10-17 오전 6:00:00

    수정 2023-10-17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어릴 적 할머니 댁에 가면 할머니와 함께 뒷산을 산책하곤 했다. 아이의 눈으로 바라본 숲은 신비했다. 오르는 길에는 바위에 투박한 버섯이 붙어 있었고, 커다란 호박잎이 보이기도 했다. 물이 흐르는 개울가도 있었다. 할머니와 함께 쪼그려 앉아 방석 대신 챙겨온 신문지나 잡지로 종이배를 접어 물에 흘려보내며 놀았다. 따스한 추억을 심어주었던 작은 동산은 이제 사라졌지만, 푸른 숲과 별빛이 되어 그림 안에 되살아났다.

곽재선문화재단이 주최한 ‘제1회 아트공모전’의 대상 수상자이자 재단 1기 아티스트로 선정된 김지연(29) 작가가 개인전을 연다. 오는 11월 3일까지 서울 중구 KG타워 아트스페이스 선에서 개최하는 ‘숲으로의 초대’다. 동양화를 전공한 김 작가는 자연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이상의 풍경을 어린 시절의 기억, 동심으로 새롭게 그려내며 힐링의 순간을 선사한다.

13일 아트스페이스 선에서 만난 김지연 작가는 “유년 시절 뒷동산에서 봤던 자연의 분위기와 신비로웠던 식물들을 토대로 상상을 가미해 환상 속 자연을 표현했다”며 “최근 전쟁이나 지진, 각종 사건·사고로 안 좋은 이야기들을 접하게 되는데 푸른 숲을 보면서 잊고 있던 동심을 떠올리고 마음의 안정을 얻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곽재선문화재단 1기 아티스트’ 김지연 작가(사진=이영훈 기자).
‘찬란한 꿈’ 등 40여점 선보여

곽재선문화재단은 청년작가 지원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창작자 발굴·지원을 위해 지난해 계묘년 토끼를 주제로 한 ‘제1회 아트공모전’을 실시했다. 600여명의 지원자 중 김 작가는 대상을 수상하면서 재단 아티스트로 선정돼 개인 전시, 홍보 지원의 특전을 제공받았다. 김 작가는 “수상 이후에도 꾸준히 관심가지고 지켜봐 주셔서 든든했다”며 “작은 갤러리를 대여하는 것만 해도 수백만원이 드는데 넓은 전시 공간도 지원받아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상 수상작이었던 ‘찬란한 꿈’을 비롯해 4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대형 300호로 제작된 ‘새벽의 환상’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이번 전시를 위해 여름휴가도 반납하면서 그렸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왼쪽 위에는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듯한 토끼가 있고, 오른쪽에는 모닥불 주변에 토끼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가운데에는 커다란 당근도 있다.

“처음 그림을 그릴 때 낙하산을 타고 내려오는 토끼가 작품의 출발점이었어요. 토끼가 숲에 불시착해서 새로운 낯선 공간을 발견하게 된다는 스토리로 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했죠(하하). 당근 속에는 물이 흐르고 반짝이는 별이 담겨 있어요. 다들 시간이 지나면서 어린 시절의 꿈을 잊고 살잖아요. 그런 동심과 이상의 세계를 빗대어 표현해 봤어요.”

‘놀이’에서는 어린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뛰어놀듯이 자유롭게 노는 토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새벽의 종이배’에는 어린 시절의 추억처럼 개울가에서 종이배를 만들어 물에 띄우는 토끼가 등장한다. 김 작가는 ‘놀이’에 대해 “그리면서 분위기와 화면 구성이 계속해서 바뀌었다”며 “많은 시행착오 끝에 탄생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곽재선문화재단 1기 아티스트’인 김지연 작가가 300호 대형 작품인 ‘새벽의 환상’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이영훈 기자).
토끼를 그리게 된 계기는 가장 동심을 환기하는 동물이었기 때문이다. 의인화된 작가 자신을 상징하기도 한다. 김 작가는 “동심을 주제로 잡았을 때 어렸을 때 가지고 놀았던 토끼 애착인형이 떠올랐다”며 “어두운 주제보다는 밝은 주제를 선호하는 편”이라고 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토끼들에는 이목구비가 없다. 눈, 코, 입이 없는 토끼는 춤을 추고 연을 날리면서 자유롭게 뛰어논다. 관람객들이 각자의 느낌과 그날의 감정에 따라 토끼의 표정을 상상하면서 보길 원했기 때문이다. 김 작가는 “어린 시절에는 많은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데 현실을 살아가면서 고유의 빛깔을 점차 잃어가는 것 같다”며 “마냥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이 아닌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정신적으로 자유로움을 체험하고 삶의 원동력을 되찾자는 긍정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현재에 멈춰있지 않고 더 발전하는 작업 세계를 선보이는 게 앞으로의 목표다. 김 작가는 “‘너무 동화같아 보이진 않을까’ 하는 것이 항상 고민되는 지점”이라며 “민화적인 부분과의 연결성을 고민하면서 앞으로 끊임없이 발전하는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곽재선문화재단 1기 아티스트’ 김지연 작가(사진=이영훈 기자).
김지연 개인전 ‘숲으로의 초대’ 전경(사진=이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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