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종호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의 ‘블라인드(Blind) 채용’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영업직 등 일부 직무에 한해 도입했던 블라인드 채용을 전체 직무를 대상으로 확대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등 민간기업에서도 도입을 지속 확대하는 모습이다.
블라인드 채용은 직무와 관련 없는 출신지역과 학교, 가족관계, 신체조건, 사진 등 차별적 요소를 가리고 직무 능력만으로 채용하는 제도다. 공공기업 채용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블라인드 채용이 전면적으로 도입됐다. 이에 발맞춰 민간기업 채용에서도 최근 들어 블라인드 채용이 늘어나는 상황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동아쏘시오홀딩스그룹 일부 계열사와 애경산업(018250) 등은 이미 신입사원 모든 직군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채용을 실시하고 있다.
애경산업은 올해 신입사원 선발에 블라인드 채용을 새로 도입했다. 서류·면접 과정에서 최소한의 요건만 만족했다면 학교나 학점 등을 보지 않는다.
CJ(001040)는 ‘리스펙트(Respect) 전형’을 통해 신입사원을 채용 중이다. 이 전형은 출신학교 및 학점, 영어점수 등 일명 ‘스펙(Spect)’이라고 불리는 정보를 입사지원서에 기재하지 않는 블라인드 채용제도를 말한다. 올해까지 CJ제일제당(097950)의 식품영업, CJ(001040)ENM의 콘서트기획, CJCGV(079160)의 멀티플렉스 매니저, CJ대한통운(000120)의 계약물류 등의 다양한 직무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다.
SK(034730)그룹 계열사인 SK텔레콤(017670), SK하이닉스(000660), SKC&C 등은 일부 신입사원을 서류와 면접단계에서 블라인드 전형으로 선발한다. 틀에 박힌 취업스펙에서 벗어나 지원자 스토리와 역량만으롱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SK는 신입사원 채용 후 인턴기간을 거쳐 지원자 역량을 평가해 최종합격 여부를 결정한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대기업들의 채용방식이 공개채용, 수시채용, 블라인드 채용, 정규직 전환형 인턴채용 등 다양해지면서 스펙을 보지 않는 전형이 확대되고 있다”며 “취업준비생은 불필요한 스펙을 쌓기 보다는 일하고 싶은 직무와 관련된 SNS 홍보 서포터즈, 인턴십, 공모전 참가, 대학생기자 활동 등 구체적인 경험을 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