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총의 소확행] 내가 한 착한 일,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일까?

1만원 기부 행위, 청소년 교육사업선 576만원 가치
SROI 통해 사회적가치→화폐 단위로 환산 가능
SK, 기업의 '착한 일' 측정해 현금으로 돌려주는 제도 운영
  • 등록 2018-10-20 오전 6:00:00

    수정 2018-10-20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은총 기자] 여기 만원짜리 지폐 한 장이 있다. 세종대왕 얼굴이 새겨진 손바닥만 한 크기의 초록빛 종이다. 이 종이는 구기거나 거꾸로 들어도 열심히 흔들어봐도 만원이다. 무슨 짓을 해도 만원을 오만원으로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만원의 가치는 늘 일정한가? 지금 당장 지갑에서 만원을 꺼내 저녁을 굶은 독거노인에게 드려보자. 커피 두 잔이면 사라졌을 가벼운 나의 만원은 노인이 종일 일해도 다 줍지 못할 폐지 333kg 무게(고물상 시세 기준 폐지 1kg당 30원)가 된다.

만원의 물리적 성질이나 화폐 단위가 달라진 것이 아니다. 단지 만원의 사회적가치가 달라졌을 뿐이다. 만원은 내 손에 있을 때보다 독거노인의 손에 있을 때 사회적가치가 더 높다.

그렇다면 내가 독거노인에게 만원을 드린 ‘착한’ 행위를 사회적가치로 환산하면 얼마가 될까? 간단하다. 독거노인 만원의 사회적가치 - 내 만원의 사회적가치 = 내가 한 ‘착한 일’의 사회적가치.



한 단계 더 나가보자. 내가 독거노인에게 만원을 드린 ‘착한’ 행위를 화폐 단위로 환산하면 얼마가 될까? 그러니까 내가 한 ‘착한 일’이 돈으로 따지면 얼마가 되느냐는 것이다.

2009년 아름다운재단은 기부금 1만원이 저소득 한 부모 여성가장의 보건사업에서 사용되면 17만9000원의 사회적가치가 창출된다고 계산했다. 여성가장의 질병이 방치됐을 경우 초래되는 의료비용 절감분(1만3000원)과 여성가장이 질병 악화로 일자리를 상실했을 때 소득감소 예방효과(9만5000원), 정부의 사회보장 예산지출 감소 효과(1만7000원) 등이 모두 포함된 수치다.

1만원을 위의 사업에 기부했다고 가정하고 내가 한 ‘착한 일’을 계산해보자. 17만9000원(사업에서 창출된 사회적가치) - 1만원(기부금) = 16만9000원(내가 창출한 사회적가치). 내가 한 ‘착한 일’은 돈으로 따지면 16만9000원이 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기부금 1만원이 소년소녀가장 가정의 주거안정 지원사업에 사용되면 9만7000원의 사회적가치가, 청소년 교육지원 사업에 사용되면 무려 577만원의 사회적가치가 창출된다. 계산해보면 1만원을 기부한 행위는 각각 8만7000원과 576만원의 가치가 있다는 답이 나온다.

사회성과인센티브 어워드 (사진=SK그룹)


누군가 창출한 사회적가치를 객관적이고 정확한 화폐 단위로 환산하는 일은 사회적경제의 중요한 아젠다다. 이때는 매우 객관적이고 정교한 툴이 사용된다. 대표적인 툴이 SROI(Social Return on Investment, 사회적투자수익률)다. 미국의 비영리재단 REDF가 제안해 영국의 NEF(New Economic Foundation, 신경제 재단)가 지원 및 공동개발했으며 현재 국제적인 표준지표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5년부터 SK그룹이 자체 개발한 환산 공식을 통해 사회적기업들이 창출하는 사회적가치를 측정하는 사회성과인센티브(SPC)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측정값을 토대로 사회적기업을 평가하고 우수한 기업에는 사회적 성과의 일부를 현금으로 되돌려주는 일종의 사회공헌활동이다.

재미있는 점은 회사의 경제 성장과 사회적 성과가 늘 비례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미술기획사 에이컴퍼니는 회사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때도 창출하는 사회적가치는 플러스일 때가 많다. 에이컴퍼니를 통해 신진작가들이 수익을 얻고 작품활동을 이어가기 때문이다.

정지연 에이컴퍼니 대표는 “사회성과인센티브가 에이플러스를 평가할 때 소속 미술가들의 수익을 회사의 성과에 포함시킨다”면서 “에이컴퍼니로 인해 많은 미술가가 힘을 얻고 있다는 것을 평가서를 통해 확인하면 뿌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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