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근로자법 서둘러야" 업계·맞벌이 부부는 발동동…국회는 세월아 네월아

맞벌이 가정 간절한데…당정 합의 2월 통과 물건너가
비용 부담 증가·근로자 구조조정 등 논란거리도 여전
“법안 통과 늦어지면 가사서비스 시장 현대화도 지연”
  • 등록 2021-02-17 오전 12:00:00

    수정 2021-02-17 오전 12:00:00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가사근로자법’ 제정 작업이 국회에서 발목이 잡혀 지지부진하다. 정부안이 상정됐지만 주무 상임위원회인 환경노동위원회가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재해기업 대표이사 청문회 등을 이유로 논의 자체를 계속 미루고 있다. 당정이 합의한 2월 중 국회 통과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다. 가사근로자법은 가정 내 청소, 세탁, 육아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사도우미도 근로자와 같이 주휴수당, 유급휴가, 퇴직급여 등의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가사도우미 권익 보호에 방점이 찍혀 있지만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가사서비스 업체 인증제 도입 등 소비자가 신뢰할 수 있는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져 관련 업계는 물론 이용자들도 법 제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법안 통과가 지연될수록 가사서비스의 현대화작업 또한 늦어질 수 밖에 없다며 국회가 관련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10명 중 9명 “가사근로자법 제정돼야”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가사근로자법이 2월 통과는 현실적으로 어렵게 됐다”며 “정부안이 마련돼 있지만 관련 단체와 의원들이 다른 의견을 내고 있어 추가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가사도우미의 노동은 ‘집안일’이라는 인식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노동’으로 인정받지 못했고, 근로자로서 권리도 열악했다. 이에 노동계에서는 가사근로자의 처우 개선과 권익 보호를 위해 해당 법안의 통과를 꾸준히 요구해왔다. 현재 이수진 의원안, 강은미 의원안 등 2건의 의원안과 함께 정부안이 국회 환노위 법안심사 소위에 계류 중이다.

특히 이번 법안에는 정부가 인증한 업체에 한해 소속 도우미들을 근로자로 인정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어 맞벌이 부부 등 주요 이용자들도 기대가 크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가 맞벌이 여성근로자 5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대상자 10명 중 9명 이상이 가사근로자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응답했다. 응답자들은 가사근로자법 제정에 따른 기대효과로 믿고 맡길 수 있는 가사서비스 제공(73.8%)을 가장 많이 꼽았다. 특히 제도가 시행되면 정부가 인증한 업체를 이용하겠다는 의견이 85.6%에 달했다.

설문조사에서 가사서비스를 이용해 본 경험이 있는 이용자들이 꼽은 서비스의 가장 아쉬웠던 점은 종사자의 신원보증(32.4%)이었다. 소개기관의 책임 있는 서비스 제공 부족(26.7%), 종사자의 잦은 변경(15.7%) 등이 뒤를 이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비용 부담 증가·근로자 구조조정 등 논란거리도 여전

그러나 이같은 전폭적인 지지에도 불구, 속도를 내지 못하는데는 비용증가 등 일부 논란의 여지가 남아 있어서다. 근로계약 체결 등 요건을 갖춘 기관들을 인증하는 방식으로 가사근로자를 양성화하면 4대 보험 가입 등으로 인해 인건비 부담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이번 법 제정으로 조선족 등 외국인이 주로 혜택을 받게 되고, 가사서비스 제공 업체가 서비스의 질을 높이지 않고 소비자 부담만 키울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주무부처인 고용부는 소비자 선택지를 다양화한 만큼 이같은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가사근로자법이 제정되더라도 가사서비스 이용자는 직접고용 가사서비스와 기존 직업소개 방식 사이에 선택할 수 있다”며 “서비스 이용 가정이 품질에 비해 이용요금이 높다면 직업소개 방식을 계속 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가사서비스에 종사하는 조선족이나 외국인은 일부 입주 가사근로자로 소수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가사근로자 이용비용 증가가 수요 감소로 이어져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카카오 가사도우미 같이 대형 업체가 인증기관이 되면 관련 시장이 대형 업체 위주로 재편되면서 영세 중개업소들이 폐업위기에 몰릴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해당 법안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폭 등 역효과가 충분히 연구되지 않았다”며 “공청회나 법안소위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가사노동자협회는 국내 가사 근로자를 30만∼60만명으로 추산한다. 이는 통계청이 파악하고 있는 가사 근로자 규모(15만여명)를 월등히 넘어서는 수치다.

(그래픽=이미지투데이 제공)
“법안 통과 늦어질수록 가사서비스 시장 현대화 지연”

전문가들은 가사근로자법 논란은 국회 논의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가사근로자의 염원이자 맞벌이 가정의 기대에도 국회 논의는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당초 이달 임시국회서 해당 법안을 처리할 것이라고 여당에서 공언하기도 했지만, 최근 환노위에선 중대재해기업 관련 대표이사 청문회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박지순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은 “분명 가사근로자법이 통과하면 현재 가사근로자의 구조조정과 함께 비용 부담 증가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도 “큰 틀에서 현재 가사도우미 시장이 불안하고 불투명해 사고가 발생해도 문제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투명하게 운영하고 관리할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비용부담 우려 가구는 가사도우미 사용 바우처 제도를 사용하는 등 정책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가사근로자 서비스 영세 사업장은 협동조합을 운영해 사업의 혁신 등 미래에 대응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근로자도 수요자도 염원하는 법이 미뤄질수록 가사근로자 사업의 현대화는 지연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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