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청동기 무기 기술을 갖게 된 아스달이라는 문명이 그 무력을 바탕으로 주변 부족들을 침략, 약탈하는 정복전쟁을 벌이고, 그러자 이 부족들이 연맹을 해 아스달과 맞서는 이야기가 바로 ‘아라문의 검’이다. 시즌1에 해당했던 ‘아스달 연대기’에서는 문명이 어떻게 자연 속에서 그 이치에 따라 살던 이들을 핍박하고 약탈해 덩치를 키워가는가를 그렸다면, ‘아라문의 검’은 그 자연 속에 살던 이들마저 아스달에 노예로 끌려온 후 그 문명의 맛에 변화해가는 과정 또한 담는다. 인간의 욕망에 불을 질러 이미 시작된 문명은 그래서 결코 과거로 회귀하지 않는다. 문명의 맛을 본 이들은 그 속에서 저마다 더 큰 부와 권력을 위해 자신을 내던진다. 마치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것처럼 문명은 끝없는 전쟁과 약탈을 밑바탕으로 커져간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보다 체계적인 국가 시스템이 필요해진다. 적어도 부족 간의 전쟁과 약탈을 없애기 위해서는 이를 하나로 통합하는 강력한 국가가 요구되는 것. 물론 이렇게 탄생한 국가는 또 다른 국가와의 더 큰 전쟁을 예고하지만, 적어도 국가라는 틀 안에서는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통해 질서가 유지된다. 그런데 빠른 문명으로 청동기 기술에서부터 이제 철기
기술 까지 갖춘 아스달이 그러한 무력 하나로 유지되지 못하고 또 국가로 성장할 수 없다는 걸 이 드라마는 이들과 맞서는 세 인물을 통해 보여준다.
이미 단군신화에도 등장하는 칼과 방울 그리고 거울의 의미는 현재까지도 국가에 대한 질문 앞에 해석의 가능성을 지닌다. 즉 국가의 기본적인 존립 기반은 역시 칼로 대변되는 힘이 아닐 수 없다. 무력이든 경제력이든 힘이 밑바탕 돼야 일단 외세로부터 지켜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독재이자 폭압이 된다. 생명과 영혼 같은 보편적인 가치를 지킴으로써 하나로 결집시켜주는 현대적 의미로서의 방울이라 할 수 있는 정신적인 힘이 필요하고, 나만이 아니라 타자를 인정하고 그래서 외부 문화나 문명에 대해서도 열려있는 현대적 의미로서의 거울이라 할 수 있는 공감능력 또한 필요하다.
현재 세계정세는 혼돈 속으로 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장기화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에 최근에는 중동에서도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세력 하마스의 갈등이 극한으로 고조되면서다. 이스라엘은 희생을 감수하고라도 이번 기회에 가자지구를 점령하려는 의지를 드러냈고, 여기에 하마스 역시 물러서지 않음으로써 전쟁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만일 전쟁이 본격화되면 레바논 헤즈볼라와 이란까지 가세될 것으로 보여 중동 다른 지역으로까지의 확전으로 번질 수 있는 상황이다. 모든 세계가 연결돼 있는 현시대에 전쟁이란 국지전의 차원을 넘어 모든 국가들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국내의 정치적 상황은 더욱 암담하다. 민생은 사라지고 당파적 대결만 첨예해지고 있으니 말이다. ‘연인’이 보여주는 국가 부재가 만드는 비극들은 그저 사극 속에서나 벌어지는 일은 아니다. 그것이 이미 병자호란이라는 실제 역사 속에서 분명 벌어졌던 일들이라는 걸 되새겨볼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