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기자24시]거여(巨與),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문체위 법안소위부터 법사위까지
의석수 우세 앞세운 與, 반대 여론 속 언론중재법 강행 돌파
당 내부, 해외서도 우려…설득 나선 與
  • 등록 2021-08-28 오전 9:13:59

    수정 2021-08-28 오전 9:13:59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국회가 언제나 시끄럽고 역동적인 곳이라고 하지만, 이번주는 유독 더 특별했습니다. 그 중심엔 ‘180석(더불어민주당 + 범여권)’이라고 불리는 거대 여당과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있었죠.

야당과 언론계, 심지어 해외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지만 압도적인 의석수를 가진 여당은 말 그대로 ‘독주’를 보여줬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 회의실 앞에서 ‘거대여당의 입법독재, 의회횡포 규탄대회’를 열고 여당의 언론중재법 강행을 규탄하는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문체위 법안소위, 여당 독주의 시작

시작은 지난달 27일이었습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법안 소위를 열고 언론중재법 개정안 16건을 병합한 위원회 대안을 표결에 부쳤습니다. 처음부터 국민의힘 측은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사법체계를 무시한 위헌 헌법”이라고 반발했고, 오후 늦게가 돼서야 과반 의석을 확보한 여당이 이를 강행처리했습니다.

여당이 이 법을 밀어붙이려는 의도를 내비치자 국민의힘뿐만 아니라 정의당과 언론단체, 줄곧 여당에게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던 시민사회단체들도 일제히 우려의 뜻을 밝혔습니다.

문제가 된 대목은 징벌적손해배상의 대상이 되는 허위·조작보도의 정의입니다. 가짜뉴스를 근절해야 한다는 것은 여당뿐만 아니라 언론계까지 인정하는 전제지만, 이 정의를 폭넓게 인정해버리면 ‘빈대를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울 수 있다’는 것이 쟁점입니다.

충분한 논의를 통해 가짜뉴스 양산을 막으면서 이러한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반대 측의 계속되는 주장이었죠.

‘안건조정위 카드’도 역부족…무력한 野

하지만 여당의 독주는 계속됩니다. 8월 17일 문체위 전체회의를 열고 언론중재법 의결하기로 한 것이죠. 문체위는 총원 16명 중 민주당이 8명, 열린민주당 1명이 소속돼 있어 상정만 한다면 무난히 의결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에 대해 문체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안건조정위원회’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이는 다수 정당의 입법 횡포를 막기 위한 장치로, 신청이 되면 상임위원장은 여야는 최장 90일 동안 법안을 논의할 안건조정위를 구성해 토론을 진행해야 합니다. 여야 3대 3 숫자를 맞춘다는 조건이죠.

여기서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변수로 떠오릅니다. 도종환 문체위원장이 안건조정위원 야당 몫 중 한 자리에 김 의원을 넣기로 한 것입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김 의원이 가세한 순간, 안건조정위 카드는 무력화될 수밖에 없는거죠. 그리고 다음날 모두의 예상대로 안건조정위에서 언론중재법은 통과됩니다.

박병석(가운데) 국회의장과 윤호중(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에서 회동하고 있다. 한편, 논란을 빚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처리는 다음 본회의로 미뤄졌다.(사진=노진환 기자)
당 내부, 해외서도 우려 목소리…전방위 설득 나선 與

결국 문체위 전체회의로 다시 돌아온 이 법안은 지난 19일 의결돼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갔습니다. 각 상임위에서 의결된 법안에 대해 체계·자구심사를 하는 법사위 역시 총 18명 중 민주당 의원이 11명으로 단독 처리가 가능한 구조입니다.

그리고 이번주 화요일 법사위에는 전운이 감돌았습니다. 국민의힘 측에서 총력저지를 예고하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법사위 회의실 앞에는 수십명의 야당 의원이 나와 농성을 벌였고, 회의는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졌습니다. 야당의 반발은 다시 한 번 한계에 부딪혔고 법사위에서도 강행 처리됐죠.

네 번에 걸친 공식 회의에서 민주당이 ‘입법 독주’를 하는 모양새가 되자 이젠 민주당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소신파로 분류되는 조응천 의원을 비롯해 중진인 이상민 의원, 노웅래 의원, 대선주자인 박용진 의원 등도 연이어 신중한 검토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이죠.

심지어 국제 언론 감시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RSF)도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담긴 ‘허위’나 ‘조작’ 보도의 정의가 불명확하다며 개정안의 철회를 요구했습니다.

민주당도 이러한 상황에 조금은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입니다. 지난 27일 오전 연석회의를 열고 30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언론중재법을 처리할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물론 결론은 “계획대로 간다”였지만, 역풍이 만만치 않자 고민을 시작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 요건(180석)을 못 맞출 수도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습니다.

민주당은 이번 주말동안 여러 단체에 대한 설득에 나서며 고민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30일 본회의에서 그 고민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한 달간 아무도 막지 못한 거여(巨與)의 행보, 이번엔 막을 수 있을까요? 거취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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