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일자리 늘려야 정부 지원?'…앞뒤 바뀐 中企정책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우리도 일자리 만들고 싶죠. 그런데 전반적인 경영환경이 열악하지 않습니까. 가뜩이나 경영하기 힘든데 정부 지원도 일자리 양에 따라 우대한다니 뭔가 뒤바뀐 것 같습니다.”

최근 경기도 안산 소재 반월시화국가산업단지에서 만난 전자부품 제조 중소기업 A사 직원의 하소연이다. 이 직원은 정부 지원과제를 신청하고 이를 총괄하는 업무를 한다. 이 같은 하소연은 지난달 말 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사업을 일자리의 양과 질에 따라 우대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가뜩이나 채용을 늘리기 힘든 상황에 직면한 중소기업들이 지원을 받기 위해 채용을 늘려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처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하는 만큼 중소기업 분야에서 일자리가 확대돼야 하는 것은 맞지만 이처럼 지원책을 미끼로 채용을 늘리려는 것은 앞뒤가 바뀌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최근 중소벤처기업부가 일자리 양에 따라 중소기업 지원사업 우대를 상향하겠다는 정책을 발표한 만큼 물밑에서 이같은 중소기업들의 불만은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중기부는 ‘일자리 정부’의 정책방향에 맞춰 선도적으로 정부 지원체계를 일자리 중심으로 재설계, 지난해 4월부터 이 같은 일자리 우대 정책을 추진해왔다. 일자리 양의 확대는 물론, 사업주와 근로자간 성과공유기업, 근로시간 단축기업 등이 평가 기준에 해당된다. 대부분 정부가 현재 중점 추진 중인 정책들이다. 중기부는 제도 도입 첫해인 지난해 46개 지원과제(5.2조원 규모) 평가시 일자리 우수기업을 20% 내외로 반영했다. 하지만 올해는 일자리 우대기업 지원과제를 63개로 늘리고 비율 역시 30%까지 상향키로 했다.

정부 입장에선 ‘잘하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준다’는 개념일 수 있다.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중소기업들에게 우선 지원해 전반적인 일자리 창출 및 일자리 질 개선을 유도한다는 측면에선 일부 효과가 있을 수 있다. 실제 중기부는 우선 지원한 일자리 우수기업들이 추가적으로 고용을 확대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의 생각은 다소 달랐다. 인천 소재 자동차부품업체 B사 대표는 최근 한 행사장에서 기자와 만나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으로 중소기업 전반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일자리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실제 이런 정책들 때문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측에서 고용을 줄이고 있는데 어떻게 일자리를 만들라는 것이냐”고 목소리 높였다. C금형업체 관계자 역시 “구인이 필요하지만 상황상 여의치 않은 업종들도 있고, 업황 상 인력을 확대할 여력이 없는 기업들도 있는데 무작정 ‘일자리 창출기업=우수기업’이라는 등식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른 한켠에선 무조건식의 중소기업 지원으로 좀비기업을 양산하는 것보다 현 정부 방식대로 집중력 있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리가 있는 이야기이지만, 중소기업 경영상황이 최악까지 떨어진 현 시점에선 유연한 정책 운용의 묘가 필요하다는 업체들의 하소연이다. 중소기업계 한 관계자는 “중기부가 홍종학 전 장관 시절부터 ‘일자리 정부’에 대해 강조하면서 지원정책을 일자리 중심으로 가져가고 있는 모습”이라며 “최근 2년새 최저임금 두 자릿 수 인상,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 등 파급력 있는 노동정책이 숨가쁘게 추진된 상황인데, 중기부가 중소기업들에게도 숨통을 틔워줄 수 있는 정책 운용을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