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꿎은 피해자 속이 부글부글

은퇴자·1주택 장기보유자 등 “집값 오른 게 내 죄냐”
  • 등록 2007-03-22 오전 8:35:08

    수정 2007-03-22 오전 8:35:08

[조선일보 제공] ‘보유세 폭탄’이 현실로 다가오면서 투기와는 상관없는 선의의 피해자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소득이 적어 세금 낼 길이 막막한 ‘은퇴자’, 한곳에서만 붙박이로 살아온 ‘1가구 1주택자’, 자녀 교육환경 좋은 곳에 새로 둥지를 튼 ‘월급쟁이들’이 대표적인 피해자들이다.

이들은 주택 보유세가 지난해에 비해 3~4배나 늘어나게 되자, “집 값 오른 게 내 죄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폭발 직전인 선의의 피해자들

①은퇴자=서울 개포 주공아파트 34평형(현재 시세 13억원)에 25년째 살고 있는 박모(65)씨. 그는 금융회사에서 30년 근무한 뒤 외환위기 때 퇴직해 연금으로 생활하고 있다. 그의 현재 수입은 국민연금 월 46만원, 은행이자(예금 5000만원) 월 25만원 등 월 71만원 수준. 아파트 관리비(월 20만~30만원), 식비(월 60만~70만원), 경조사비(월 30만원) 등을 내고 나면 매달 90만원 정도 적자다. 부족한 생활비는 출가한 자식들이 보내주는 용돈으로 근근이 해결한다. 이런 박씨가 올해 내야 할 보유세(재산세+종부세)가 무려 550만원. 박씨는 “1년 만에 3배씩 올리는 게 무슨 세금이냐, 수탈이나 다름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②1주택 장기보유자=서울 목동 7단지 35평 아파트에 사는 주부 이모(40)씨. 10년 전 결혼할 때부터 목동에서 살았고, 3년 전 대출을 끼고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를 구입했다. 집을 옮긴 것은 평수를 넓혀 초등학생 자녀 2명에게 방 하나씩을 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올해 내야 할 보유세가 450만원. 남편의 한 달 월급보다 더 많다. 이씨는 “내가 왜 투기꾼으로 낙인 찍혀 세금 폭탄을 맞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③자녀 교육에 발목 잡힌 월급쟁이=서울 강남 도곡동 40평형 아파트에 거주하는 은행원 박모(42)씨. 서초구에 살다 자녀(초등 3년) 교육을 위해 작년 3월 이곳으로 이사 왔는데 올해 내야 할 세금이 1200만원 선. 그는 “학원이 많고 학군도 좋아 이사를 했는데 연봉 7000만원 중 두 달치 월급이 세금으로 들어가고, 넉 달치 월급은 애 학원비로 들어가니 미칠 지경”이라고 말했다.

④월세 세입자=서울 강남 대치동의 원룸 주택 세입자 6명은 며칠 전 날벼락을 맞았다. 집주인 김모(48)씨가 올해 부담해야 할 보유세 350만원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월세를 45만원에서 5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세입자들이 불만을 제기하자 서씨는 “그러니까 결과적으로 정부가 서민들만 잡는다는 얘기가 나오는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전문가들 “부작용 커, 퇴로 열어줘야”

신한은행 고준석 부동산팀장은 “현행 세제로는 1년 보유자나 10년 보유자나 똑같은 세금을 내야 한다”며 “투기 목적이 없는 사람에 대해서는 주택 보유 기간에 따른 ‘세금 감면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세무전문가인 남시환 세무사는 “다주택자에게 집을 팔 수 있는 유예기간을 더 주고, 1가구 1주택자에겐 양도소득세율을 낮춰주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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