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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6월 20일 문학 KIA전 이후 무려 1455일 만에 나온 기록. 통산 6번째 완투이자 5번째 완투승이었다. 올시즌 타고투저의 현상이 심해지는 가운데 토종 투수들 중 처음 나온 완투승이라 의미는 더 컸다.
17일 삼성과 경기를 앞두고 있는 문학구장 SK 더그아웃.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김광현은 이날 해설을 맡은 김재현 위원, 김정준 위원과 만났다. 김재현 위원과 김정준 위원 모두 SK서 선수로, 전력분석원으로 김광현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 본 선배들이다.
김재현 위원이 오랜만에 만난 김광현을 보고 먼저 악수를 건네며 축하 인사를 전했다. “광현아, 완투 축하한다. 잘 던졌다.”
김광현도 밝게 웃었다. 그러면서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던 김광현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완투해서 선배들에게 칭찬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런데도 왜 김광현은 선배들에게 “잘 던졌다”는 칭찬을 한 번도 받지 못했던 걸까. 김광현은 “(당시 포수였던) 박경완 감독님도 그렇고, 김재현 위원님, 김정준 위원님 모두 칭찬은 해주시지 않았다”고 울먹(?)였다.
이를 듣던 김정준 위원은 김광현을 향해 “딱 한 번 칭찬해 줄만큼 잘 던진 날이 있었는데, 그날은 내가 아파서 병원에 있던 날이었다”고 웃으며 해명했다. 김정준 위원이 말한 그날은 2010년 6월 삼성전에서 9회 2아웃까지 노히트 행진을 하고 있던 날이었다. 비록 대기록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가장 잘 던진 날이었다고 곱씹었다.
선배들이 김광현을 향한 칭찬에 인색했던 진짜 이유는 있었다. 김광현은 완투에 만족해야하는 선수가 아니기 때문이다. 김광현을 지켜보는 선배들의 공통된 마음이었다.
박경완 감독의 생각 역시 똑같았다. 박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며 “광현이가 버릇이 나빠질까봐 그랬다”며 웃었다. 박 감독은 “물론 칭찬해줄만한 순간은 분명 있었다. 그렇지만 광현이는 진행형인 선수였다. 완투에서 만족하면 안됐다. 우리나라 최고의 투수로 성장해야할 선수다. 지금에 만족하지 말고 더 분발하라는 의미에서 칭찬은 따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래도 타고투저의 흐름 속에서 토종 1호 완투 경기를 한 김광현이 대견하긴 하나보다. 박 감독은 “광현이의 경기를 봤는데 잘 던지더라. 어느 해보다 열심히 하고, 집중하려는게 눈에 보인다”면서 그간 아껴뒀던 칭찬의 한 마디를 꺼냈다.
박 감독은 이어 “지금도 똑같다. 광현이는 지금에 만족해선 안된다. 5안타를 맞고 완투를 했다면 다음엔 안타수를 줄여야하고 노히트도 노려봐야 한다.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승리 투수가 되지 않더라고 팀의 승리를 만들어주고 나오는게 에이스의 모습이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