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43일의 기록]"촛불이 들불로"…750만 촛불 일군 집단지성의 힘

58개 노동·농민단체와 1500개의 시민단체 연대체 퇴진행동
24명 운영위원·상황실장 5명 등 시민 활동가들이 촛불 지켜
"자발적 후원이 가장 큰 동력,십시일반 모금으로 집회 운영"
  • 등록 2016-12-12 오전 6:30:00

    수정 2016-12-12 오후 3:35:11

[이데일리 사건팀] 150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인 ‘박근혜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지난 9일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뒤 “광장의 위대한 촛불이 이룬 성과”라고 평가했다. 시민사회와 정치권, 언론의 반응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에 분노해 하나둘씩 광장에 모인 촛불은 옆 사람으로, 다른 지역으로 옮아붙으며 전국으로 활활 타올랐다. 수만명으로 시작한 광장의 촛불은 수십만명에서 100만명으로, 6차에는 230만명 이상의 들불로 번졌다. 탄핵안 가결을 이끌어 낸 주권자의 승리는 분명 광장에 모인 촛불의 힘이다.

시민사회단체 총망라…집단 지성의 힘

7주간 연인원 745만여명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세계적 관심사가 된 촛불 집회가 두달 가까이 이어질 수 있었던 가장 큰 동력은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다. 하지만 기획과 운영 등 물밑에서 촛불 집회를 뒷받침한 퇴진행동이 없었다면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이끈 촛불집회는 불가능했다.

퇴진행동의 양대 축은 민중총궐기 투쟁본부(투쟁본부)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연대회의)다. 투쟁본부는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 등 58개의 노동·농민단체가 중심이고 연대회의는 참여연대·환경운동연합·민변·한국여성단체연합 등 1500개의 시민단체 연대체다.

촛불 집회 초반은 지난 9월 20일 발족한 투쟁본부 중심이었다.

처음으로 10월 19일 첫번째 촛불집회부터 100만 인파가 몰린 지난달 12일 ‘민중총궐기’ 집회까지는 투쟁본부가 이미 기획했던 집회였다. 노동·농민단체가 주도하기는 했지만 국정농단 의혹의 실체가 차츰 드러나면서 분노한 시민들이 합류하면서 집회의 무게추는 성과연봉제, 쌀값 폭락 등 개별 이슈를 뛰어넘어 ‘박근혜 대통령 퇴진’으로 바뀌어갔다. 이때부터 일반 시민들의 참여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시민들의 적극적 참여로 집회의 성격이 변화하자 10월 말 투쟁본부와 연대회의, 백남기투쟁본부, 4·16연대, 민주주의국민행동 등 5개 단체는 몇 차례 시국모임 끝에 지난달 7일 임시운영위원회를 열어 조직 및 기구 구성안을 수립했다. 이틀 뒤 퇴진행동이 정식 발족했다.

퇴진행동에는 따로 대표가 없다. 당초 대표를 두는 방안을 고려했으나 지도부 몇명에 의해 퇴진행동을 좌지우지될 수 있는 상황을 우려해 집단지도체제를 선택했다.

매주 화요일 혹은 수요일에 운영위원회를 열어 주요 의사결정을 한다. 참여 단체별로 1명씩 대표를 운영위 회의에 보낼 수 있다. 많게는 100여명이 참석한다. 상임운영위원은 박석운 진보연대 대표,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 김정렬 전여농 사무총장, 최헌국 박근혜 퇴진 기독교 운동본부 상임집행위원장, 김혁 민주노총 사무부총장 등을 주축으로 상임운영위원 24명이 촛불집회의 큰 방향을 논의한다.

박 진보연대 대표는 과거 ‘한미FTA 저지범국민운동본부 대표’를 맡는 등 줄곧 노동분야 등에서 활동해왔다. 염형철 사무총장은 지난 1994년 ‘푸른환경을 지키는 청주시민모임’을 결성해 환경운동에 발을 들인 이후 2012년부터 국내 최대 환경단체인 환경운동연합을 이끌고 있다. 염 총장은 2001년 출범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도 맡고 있다.

사회는 주로 김혁 민주노총 사무부총장과 염형철 사무총장이 번갈아 본다.

각 단체들의 생각이 다른 만큼 운영위 토론은 보통 3~4시간 동안 치열하게 전개된다. 또 시민평의회 등을 통해 수렴한 시민들의 제안도 적극 반영한다.



시민들의 자발적 후원이 동력

운영의 세부적인 안과 실무 부분은 상황실을 통해 진행된다. 상황실은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과 김은진 진보연대 집행위원장,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박병우 민주노총 대외협력실장, 최영준 노동자연대 운영위원 등 5인의 공동상황실장 체제로 운영된다.

상황실은 △정책기획팀 △선전홍보팀 △언론팀 △집회 기획팀 △시민행동팀 △법률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주말 촛불집회는 이태호·박병우·최영준 상황실장과 집회 기획팀, 시민행동팀 등이 행진 계획 등 구체적인 일정을 수립한다.

광화문 광장 무대에 오르는 가수들을 선정하는 것도 집회 기획팀의 주요 업무 중 하나다. 무대에 서고 싶은 가수들이 인연이나 친분이 있는 각 시민사회단체에 공연 희망 의사를 전달한다. 예를 들어 특정 가수가 시민사회단체에 공연 무대에서 서고 싶다고 연락을 하면, 이 가수외에 각 단체로부터 전달받은 다른 가수까지 포함해 집회 기획팀 내부 협의를 거쳐 무대에 오르는 가수를 정한다. DJ Doc의 경우 가사 중 일부가 여성혐오 단어를 떠올린다는 한 여성단체의 반대로 인해 기획팀 협의 과정에서 막판 무산됐다.

광화문 광장 무대에 오르는 가수의 공연은 지난 3일 6차까지 촛불집회를 문화제로 승화시키는 데 결정적 기여를 한 요소였다. 가수들은 무대에 올라 헌정 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에 많은 시민들과 같은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렸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은 가수들의 공연에 위로를 받고 힘을 얻었다.

그동안 양희은을 비롯해 이승환, 조PD, 전인권, 가리온, 한영애, 안치환, 노브레인, 이은미, 권진원씨 등이 촛불집회 무대에 올랐다.

취재진에게 집회 계획과 향후 일정 등을 공지하고 매주 한 차례 이상 개최하는 기자 간담회는 박진 상황실장 겸 공동 대변인과 언론팀의 몫이다.

법률팀은 집회 장소와 행진 계획을 두고 번번이 경찰과 부딪쳐야 한다. 경찰이 청와대 방향 행진을 제한하면 서울행정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내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안진걸 상황실장과 민변 소속 권영국 법률팀장이 경찰 측의 대응을 주도하고 있다.

촛불집회 규모가 갈수록 커지면서 비용 또한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기본적으로 평균 7000만원 안팎의 비용이 들어가는데 사상 최다 인원이 참가한 지난 6차 촛불 집회의 경우 총 2억 3000만원 정도가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퇴진행동은 집회 현장의 시민들이 십시일반 낸 돈과 후원 계좌(농협 302-1066-1087-11 이승철 )모금으로 이를 충당한다. 홈페이지를 통해 후원금 및 지출 내역을 공개하고 있다.

퇴진행동은 탄핵안이 가결되기는 했지만 박 대통령 퇴진이 확정될 때까지 촛불집회를 계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국민 모두가 이 시국으로 힘들어 하지만 한편으로 이 과정을 통해 우리가 퇴색된 민주주의를 다시 차근차근 복습해 나가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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