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버린 도시와 집…승효상 '건축미학' 정수

건축가 승효상 에세이 2권 동시 발간
-빈자의 미학(128쪽ㅣ느린걸음)
쓰임·나눔·비움…건축의 미 재조명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224쪽ㅣ돌베개)
좁은 골목·낡은 건물…공공영역 주목해야
  • 등록 2016-10-19 오전 6:07:00

    수정 2016-10-19 오전 6:07:00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한국 건축의 거장 김수근(1931~1986)의 직계 제자다. 1974년부터 1980년까지 김수근의 공간연구소에서 일하며 마산 양덕성당과 서울 경동교회 등 김수근의 대표작에 참여했다. 1986년부터 3년간은 공간연구소의 대표를 역임하기도 했다. 2002년 미국건축가협회로부터 명예 펠로십을 받았으며 같은 해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한 ‘올해의 작가’로 뽑히기도 했다. 건축가로서는 처음이었다.

승효상(64)은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다. 파주출판도시의 마스터플랜을 설계했고 ‘건축학도의 살아있는 교과서’로 불리는 유홍준 교수의 집 수졸당 등을 건축하며 한옥과 궁궐로 대표되는 한국건축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무엇보다 고전 탐구와 탁월한 글쓰기로 건축에 관한 인문학적 담론을 이끈 것으로 유명하다. 집을 짓고 도시를 설계하는 건축가는 단순히 쟁이나 장인에 머물지 않고 시대를 통찰하는 현인이 돼야 한다고 역설한 것도 그다.

이 같은 건축철학을 담은 책이 ‘빈자의 미학’이다. “가짐보다 쓰임이 중요하고 더함보다는 나눔이 중요하며 채움보다는 비움이 중요하다”며 이를 드러낸 건축과 설계도·사진 등을 싣고 은유적이면서 문학적 문체로 건축을 사유한다. 1996년에 발간한 책은 건축서로서는 드물게 1만 5000부 이상 팔리며 건축학도에겐 고전이 됐다. 성장과 팽창으로 내달리던 당시 한국사회에 비움과 절제라는 화두를 선언하며 초기 건축 11점을 선보였다. 하지만 책은 10년 만에 절판되는 비운을 겪는다. 승효상 자신도 소장치 않고 있다는 그 책을 20주년을 기념해 새롭게 펴냈다.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는 승효상이 2014년 서울시 초대 총괄건축가로 임명된 후 경험한 소회를 엮은 도시건축론이다. 국가의 수도로 6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서울은 한국의 자화상이었다. 하지만 발전을 상징하던 고층빌딩은 스스로를 무너뜨린 전통이자 욕망의 민낯이 됐다. 개발과 보존의 갈등 속에서 건축과 도시의 상관관계를 고민하던 그는 권력·자본을 위한 스펙터클의 건축은 허망함만 줄 뿐 이젠 좁은 골목길, 작고 낡은 건물, 자연이 만든 삶터, 다원적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공공영역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빈자의 미학’이 승효상의 건축 원전이라면 ‘보이지 않는 건축 움직이는 도시’는 원전의 해설서다. 두 책 사이 새로운 천년이 놓였으나 변화 대신 심화의 꽃이 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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