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플랫폼 세계대전]⑤올해만 700편 자체 제작…할리우드 뛰어넘어 '게임체인저' 등극

넷플릭스, 맞춤형 콘텐츠의 힘
영화 '옥자',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
히트작 잇따르며 회원 1억3020만명
유재석 예능, 김은희 드라마에 투자
韓시장 맞춤 콘텐츠로 야금야금 잠식
  • 등록 2018-10-10 오전 6:00:00

    수정 2018-10-10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류성 산업전문기자] “앞으로 넷플릭스에 콘텐츠 공급을 전면 중단하겠다.”

지난해 8월 세계적 영화제작사 월트디즈니가 전격 단행한 넷플릭스와의 관계청산은 격동하는 글로벌 온라인 콘텐츠 시장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할리우드 최대 영화스튜디오인 월트디즈니는 자체 제작한 영화를 많이 판매할수록 수익을 극대화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넷플릭스가 세계최대 온라인 콘텐츠 스트리밍서비스 업체라는 점을 감안하면 월트디즈니로서는 절대 놓쳐서는 안 될 핵심 고객사다.

그럼에도 월트디즈니가 넷플릭스라는 동지를 적으로 돌리게 된 배경에는 글로벌 동영상 콘텐츠 시장에서 거대 공룡으로 성장한 넷플릭스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절박감이 자리한다. 올 한해만 해도 80억 달러를 들여 700여편의 자체 드라마 및 영화 시리즈를 제작하는 넷플릭스가 본업인 영화유통을 뛰어넘어 이제는 월트디즈니의 고유영역인 영화제작 사업까지 위협할 정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영화 ‘로마’ 베니스 영화제서 인정

급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 시장과 플랫폼 선점을 위한 총성 없는 글로벌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이 전쟁에는 내로라하는 기존 전통 미디어업계, 콘텐츠 제작 및 유통업계, 통신업계, 온라인 플랫폼 업계 등이 사활을 걸고 뛰어들고 있다.

특히 온라인의 주요 소비층인 10~20대 젊은이들이 온라인에서 텍스트보다 압도적으로 동영상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동영상 콘텐츠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국내에서도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 시장의 절대강자는 유튜브다. 이미 국내 동영상 시장의 85.6%를 유튜브가 장악하면서 사실상 독점체제를 구축했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의 차양명 대표는 “유튜브는 젊은 층뿐 아니라 전 세대가 모두 온라인에서 이용을 가장 많이 하는 한국의 대표적 온라인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고 평가했다.

드라마, 영화 등을 중심으로 한 유료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 시장에서는 넷플릭스라는 거대공룡이 자리하고 있다. 미국 헐리우드를 중심으로 격화되고 있는 동영상 콘텐츠 전쟁의 한복판에도 ‘게임 체인저’ 넷플릭스가 버티고있다. 지난 1997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작은 DVD 대여점으로 시작한 넷플릭스는 현재 전세계 190여개 국가에서 1억3000만명의 유료회원을 확보한 세계 최대 동영상 콘텐츠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로 우뚝 섰다.

넷플릭스가 동영상 콘텐츠 시장을 석권한 비결에는 무엇보다 양질의 콘텐츠 경쟁력에 있다. 특히 한해 수십억 달러를 들여 수백편의 영화와 드라마를 자체 제작하는 넷플릭스를 따라잡을 경쟁자는 이제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넷플릭스가 영화, 드라마 제작에 쏟아붓는 예산이나 제작편수는 미국 미디어 및 케이블 방송업계를 통틀어 가장 규모가 크다. 최근 이탈리아에서 열린 베니스 영화제에서는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영화 ‘로마’가 최고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으며 콘텐츠 경쟁력을 다시 한번 세계에 입증했다.

넷플릭스가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 가운데 ‘하우스 오브 카드’, ‘기묘한 이야기’, ‘로스트’ 등은 대표적 히트작으로 손꼽힌다. 넷플릭스는 ‘설국열차’의 봉준호 감독과 함께 만든 영화 ‘옥자’를 자체 제작하기도 했다.

박재진 부산대 신방과 교수는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국내 동영상 콘텐츠 시장 장악력을 급속도로 높여가고 있지만 사실상 국내 업체들이 맞대응을 할 수 있는 뾰족한 해법이 없다”며 “국내 업체들은 메인 시장을 포기하고 그나마 가장 한국적인 콘텐츠로 틈새시장이라도 지켜내는 게 최선책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넷플릭스가 단기간에 동영상 콘텐츠 시장을 장악하게 된 데는 콘텐츠를 유통·판매하는 채널 경쟁력도 큰 힘을 발휘한다. 기존 미디어 및 케이블 TV 등은 시청자가 공급자의 시간표에 맞춰 정해진 콘텐츠만을 감상할수 있는 일방통행적 콘텐츠 유통채널이다.

하지만 넷플릭스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고객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콘텐츠를 자유자재로 즐길 수 있는 유통 채널이라는 점에서 기존 채널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강점을 지녔다. 넷플릭스 관계자는 “일방적인 기존 미디어 채널에 비해 고객이 주도하는 스트리밍 서비스 채널은 동영상 소비패턴의 혁신적 변화를 가져왔다”며 “유통채널의 편의성이 넷플릭스의 성장에 가속도를 주고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넷플릭스 스트리밍 서비스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국경의 의미가 없어지면서 기존 미디어에 비해 해외시장 공략이 한층 수월하다는 분석이다. 넷플릭스가 미국뿐 아니라 한국, 일본, 유럽, 인도, 중국 등 나라별 특화된 콘텐츠를 자체 제작하면서 해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강점을 저변으로 넷플릭스는 전체 유료회원 가운데 절반 이상을 미국이 아닌 세계 190개 국가에서 확보했다.

최근 빈번해지고 있는 미디어 및 통신업계 간 합종연횡도 사실상 동영상 콘텐츠 시장의 절대강자로 자리매김한 넷플릭스에 대한 견제적 성격이 짙다. 지난달 월트디즈니가 713억달러(약 79조원)를 들여 마무리한 21세기 폭스사 합병건도 같은 맥락이다.

디즈니는 자체 보유하고 있는 ‘미키 마우스’ ‘도널드 덕‘ ’라이온 킹‘ 등 콘텐츠에 폭스사의 ’심슨’ ‘엑스맨’ ‘판타스틱4’ ‘데드풀’ 등을 더해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디즈니는 강화된 콘텐츠를 자체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공급하면서 넷플릭스에 맞선다는 전략이다.

지난 6월에는 미국2위 이동통신사 AT&T와 3위 미디어 업체인 타임워너가 합병을 마무리했다. AT&T는 자체 통신서비스에 타임워너가 보유한 워너브러더스,HBO 등의 콘텐츠를 묶음 판매하면서 활로를 찾겠다는 구상이다.

아마존·애플·페북도 동영상 시장 공략

넷플릭스에 맞서 유튜브 또한 현재 제공하는 유료 스트리밍 서비스인 유튜브 프리미엄에 자체 제작한 유튜브 오리지널 콘텐츠를 대폭 강화해 나가고 있다.유튜브는 올 들어 국내에서도 방탄소년단과 지드래곤 다큐멘터리를 자체 제작해 유튜브 오리지널 콘텐츠로 공급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유튜브 관계자는 “앞으로 드라마, 예능, 리얼리티 분야를 중심으로 자체 제작하는 콘텐츠를 대폭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고 설명했다.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 IT 공룡들도 동영상 콘텐츠 시장에 적극적 투자를 하며 시장선점에 나서고 있다. 아마존은 스트리밍 서비스인 ‘프라임 비디오’로 동영상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올해 영상 콘텐츠에 5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구상이다. 아마존은 지난 2010년 아마존 스튜디오를 설립하고 자체적으로 드라마 등을 제작해 스트리밍 시장에 진출했다. 지난해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와 자체 프로그램 계약을 체결한 애플은 고화질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관계사로 두고 있는 사진공유서비스 인스타그램을 통해 동영상 콘텐츠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최근 회원이 최대 1시간 용량의 동영상을 올릴 수 있는 ‘IGTV’를 선보였다. 여기에 페이스북은 지난해 미국시장에서만 선보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페이스북 워치’를 지난달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하면서 유튜브, 넷플릭스 등에 전면전을 선포했다.

국내 통신업계 및 콘텐츠 업계는 “풍부한 콘텐츠와 자금력을 갖춘 넷플릭스와 유튜브를 대상으로 ‘맞짱’을 뜨기에는 역부족이다”고 입을 모은다. 김민기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교수는 “인터넷에 국경이 없다지만 유튜브, 넷플릭스에 대한 광고 등 규제를 강화하는 한편 국내 콘텐츠 업체들에 대한 정부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것만이 그나마 국내업계의 초토화를 막는 길이다”고 조언했다.

국내 업계는 이런 상황에서 넷플릭스에 대항하기보다는 오히려 우호적 관계를 구축해 윈윈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실제 LG유플러스는 최근 넷플릭스와 콘텐츠 공급계약을 맺기 위해 막바지 협상을 벌이고 있다. KT와 SK브로드밴드도 넷플릭스와의 협업관계를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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