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위기의 현대차를 돌아보며

  • 등록 2018-11-14 오전 6:00:00

    수정 2018-11-14 오전 6:00:00

[이데일리 이종우 이코노미스트] 올해 3분기에 현대차가 2889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2012년 분기 평균 영업이익 2조1100억원의 15%도 안되는 금액이다. 회사측은 이익이 줄어든 배경으로 미국과 중국시장 판매 및 품질관리 전략 실패를 꼽았다.

그게 전부일까? 금융위기 직후 우리 자동차 회사는 최고의 영업 환경을 맞았다. 우선 환율이 우호적이었다. 2007년 5월 100엔당 750원이었던 엔·원 환율이 2008년 11월 1550원까지 상승했다. 1년반 사이에 일본 자동차 업계에 대항해 가격을 반으로 깎아줄 수 있는 여력이 생긴 것이다. 기간도 잠깐에 그친 게 아니라 2012년말까지 무려 4년간 이어졌다.

반면 해외 경쟁 업체는 최악의 상태였다. 도요타자동차는 대규모 리콜 사태에 허덕이고 있었고, GM은 파산신청을 통해 법정관리에 들어갔으며 크라이슬러는 피아트에게 팔려 회사의 존립을 장담할 수 없었다. 세계에서 한국과 독일 자동차 회사만 경쟁력을 온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이런 우호적 상황은 이익 증가로 연결됐다. 2007년 1조8900억원에 지나지 않았던 현대차와 기아차의 영업이익이 2012년에 11조9600억원으로 늘었다. 6년만에 이익이 6.3배 증가한 건데, 양사의 영업이익이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6%로 높아졌다.

이 상황이 지나고 4년 만에 자동차 산업이 위기라는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엔·원 환율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경쟁 상대가 세진 영향도 있지만 우리 기업들이 흑자 관리를 잘 못해 변화하는 상황에 대처하지 못했던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 대규모 흑자를 내는 동안 기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작업이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미래 자동차 개발을 위한 투자가 효과적으로 이뤄지고 있는지도 불분명하다. 대신 돈이 경쟁력 향상과 무관한 곳으로 흘러 들어갔다. 시장 예상보다 두 배나 되는 10조원의 돈을 지불하면서 삼성동 한전부지를 매입했다. 다른 계열사를 사들이는데 에도 많은 돈이 들어갔다.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들어가야 할 재원이 엉뚱한 곳으로 흘러 버린 것이다. 만약 그 때 그런 형태로 돈을 쓰지 않고 경쟁력 있는 모델을 개발하는데 주력했다면 지금 현대차는 물론 우리 경제도 달라져 있을 것이다. 자동차가 가지고 있는 고용유발 효과를 감안하면 고용문제가 지금처럼 악화되지는 않았을 수도 있다. 아직도 값비싼 부동산이 자동차의 경쟁력 향상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2004~2005년 사이에 우리 자동차 기업의 국제 경쟁력이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당시는 경영환경이 가장 어려운 때였다.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 초반까지 내려 왔고, 사회 분위기상 임금 인상을 포함한 다양한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운 상태였다. 국내 자동차의 브랜드 파워도 낮았다. 디트로이트에서는 앞으로 세계 자동차 회사는 다섯 개 정도만 남고 모두 사라질 수밖에 없는데 우리 기업은 그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당시 국내 자동차 회사들은 최악의 상황에서도 견딜 수 있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해외 공장 건립과 기술 개발에 나섰고 그 노력이 2000년대 후반에 대규모 이익을 올리는 기반이 됐다.

기업이 흑자에 도취돼 어려움을 빠진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1995년에 삼성전자가 국내 기업으로 처음 조 단위의 이익을 내자 삼성그룹이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었다 외환위기가 발생해 그룹 전체를 날릴 뻔 했다. 현대중공업은 최고 호황 때 증권회사를 사들였다가 절반 밖에 안 되는 가격에 팔아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이번에는 자동차다. 자동차의 불황은 기업 차원에서 끝나지 않고 고용 둔화를 매개로 국가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문제가 다른 업종보다 더 심각하다.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릴 수는 없다. 앞으로가 문제다. 원인이 방만한 경영에 있었다는 걸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작업에 나서야 한다. 국제 시장에서 팔릴 수 있는 좋은 제품만이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고, 그게 금융시장에서 쏟아지는 비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길이다. 수많은 어려움을 이기면서 커 온 우리 기업의 능력을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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