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대상 이 작품] 찬란한 백색 군무, 이룰 수 없는 욕망

- 심사위원 리뷰
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
코끼리 행진·대규호 군무 압도적
니키아 역 강미선 '몰입의 카타르시스'
  • 등록 2018-11-15 오전 6:05:00

    수정 2018-11-15 오전 6:05:00

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의 한 장면(사진=유니버설발레단).


[박재홍 한성대 무용학과 교수] 유니버설발레단의 ‘라 바야데르’가 지난 1일부터 4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했다. 마리우스 프티파의 안무와 루드비히 밍쿠스의 작곡으로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이 1877년 초연한 ‘라 바야데르’는 유니버설발레단이 1999년 세종문화회관에서 국내 초연한 이래 2004년 세종문화회관 재개관 기념으로 공연했다. 이후 15년 만에 마리우스 프티파 탄생 200주년과 세종문화회관 개관 40주년을 기념해 다시 무대에 올려졌다. 120여 명이 출연하는 총 3막 5장의 대규모 작품으로 발레단의 기획과 제작 역량을 과시하는 레퍼토리 중 하나다.

‘라 바야데르’의 뜻은 ‘사원의 무희’다. 인도 힌두사원의 무희 니키아와 왕의 총애를 받는 장군 솔라르의 신분을 넘어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중심으로 공주 감자티의 솔라르를 향한 마음과 힌두사원의 최고 승려 브라민의 니키아를 향한 마음이 얽혀 있는 4각 관계를 바탕 이야기로 삼고 있다. 최고 권력을 가진 공주와 승려는 자신이 마음에 둔 사람의 사랑을 얻지 못해 괴로워하고, 서로 사랑하는 무희와 장군은 사랑을 이룰 수 있는 권력이 없어 괴로워하다 비극을 맞이한다. 어쩌면 ‘라 바야데르’의 사랑에는 자신의 운명으로 가지지 못하는 것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꿈이 투영돼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런 관점에서 관객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출연진의 극적인 움직임과 연기는 ‘라 바야데르’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이라 하겠다. 이때 발레동작의 일란성 쌍둥이라 할 수 있는 음악의 역할은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움직임과 소리라는 쌍둥이는 누가 누구에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함께 표현대상을 추구해야 한다. 밍쿠스의 음악 특징의 관점에서도, ‘라 바야데르’라는 작품의 내용과 스타일의 관점에서도 극적 효과 대신 서정성을 강조한 이날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무용수의 극적 움직임과 짝을 이뤘다고 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비극적인 사랑을 암시하는 서곡이 잦아들고 1막 1장의 막이 오르면 화려한 의상의 대규모 출연진이 강렬한 채색의 웅장한 무대장치를 배경으로 힌두사원의 정원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스팩타클’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준다. 2막 궁전 정원에서의 코끼리 행진과 대규모 군무에서 이러한 장관은 절정에 다다른다. 3막 2장 망령의 왕국에서는 32명의 무희 망령의 춤이 볼거리를 대신한다. 어둠 속에서 빚어내는 무희 망령의 찬란한 백색 군무는 이전의 모든 무대장치의 화려함을 압도하고 대미를 장식했다.

이날 공연에서 누구보다도 무희 니키아 역을 맡은 강미선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춤은 당연히 몸으로만 추는 것이 아니다. 강미선의 춤에는 작품과 운율에 대한 깊은 해석이 배어 있다. 그리고 그것과 혼연일체가 된 테크닉으로 몰입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빼어나게 훌륭한 무용가다. 간토지 오콤비얀바의 황금신상도 안정된 테크닉을 기반으로 역할의 특징을 훌륭하게 표현했다.

‘라 뱌야데르’는 초연 이래 박탕 차부키아니와 블라디미르 포노마레프, 나탈리아 마카로바 등 여러 안무가들의 개정을 거쳐 오늘의 모습을 갖게 됐다. 유니버설발레단의 ‘라 바야데르’는 순수함과 완벽을 추구하는 발레단 특유의 스타일에 충실한 근자에 보기 드문 훌륭한 공연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안무가들은 당시 어느 부분에 대한 결핍을 인식했기에 개정했을까 생각해보게 된다.

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의 한 장면(사진=유니버설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의 한 장면(사진=유니버설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의 한 장면(사진=유니버설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라 바야데르’의 한 장면(사진=유니버설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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