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 파수꾼 서부지검…"불법 리베이트 뿌리 뽑겠다"

수액제조사 대표 판매대행사와 짜고 우회 리베이트 제공
불법 리베이트 건강보험 재정 좀 먹고 소비자 약값 상승
"업계 자정능력 회복해야..리베이트 근절까지 지속 단속"
  • 등록 2018-11-29 오전 6:00:00

    수정 2018-11-29 오전 6:00:00

김형석 서울서부지검 부장검사(식품의약조사부)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연매출 200억원 규모의 영양수액제 제조·판매업체 M사 대표인 신모(68)씨. 신씨는 매출확대를 위해 병원과 의사들에게 리베이트를 건네기로 했다.

그는 직접 리베이트를 건넸다가 동티가 날 것을 우려해 중간에 영업대행업체(CS0)인 A사를 끼워 넣었다. CSO는 중소 제약회사를 대신해 병원과 의사를 상대로 의약품 판매를 맡는 일종의 판매전문회사다. 현행법상 제약회사가 의사나 병원에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신씨는 A사와 판매대행계약을 체결할 때 통상보다 높은 수수료를 주고 대신 이중 일부를 의사와 병원에 리베이트로 제공하도록 했다. A사가 대신 리베이트를 지급하게 함으로써 법망을 피해가겠다는 꼼수다.

그러나 검찰은 수사끝에 CSO가 제공한 리베이트가 사실상 신씨의 지시에 의한 것이란 사실을 파악하고 신씨를 불법 리베이트 제공 혐의로 기소했다.

의료계 리베이트는 결국 과잉진료와 의약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환자는 물론 건강보험에도 부담을 준다는 점에서 근절해야할 적폐로 꼽힌다.

최근 리베이트 쌍벌제, 투아웃제 등 정부의 강력한 규제책과 의료계의 자정노력이 더해진 덕에 리베이트 관행이 과거에 비해서는 줄었으나 일부 업체와 의사들은 여전히 과거 잘못된 행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의료계 리베이트와의 전쟁 첨병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이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서부지검 정영수 검사는 “리베이트라 하면 수수자로 개인병원의 중견의사를 생각하는데 이 사건은 종합병원에 근무하는 이제 나이 서른을 갓 넘긴 젊은 레지던트 의사가 대부분이었다”며 “젊은 의사들까지 아무렇지도 않게 리베이트를 받고 있었다는 게 놀라웠다. 그 만큼 리베이트가 만연돼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신씨 등으로부터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현금교부, 법인카드 대여, 식당·카페 선결제 등의 불법 리베이트 11억원을 받은 의사 101명이 입건됐고 이 중 83명은 불구속 기소됐다. 이 사건에서 의사 한명이 받은 리베이트는 많게는 5195만원이나 됐다.

이런 의료계 병폐인 리베이트와의 전쟁 최일선에 있는 곳이 서울 서부지검이다. 서부지검은 국민 건강과 삶의 질과 직결되는 식품과 의약 분야의 범죄를 척결하는 ‘식품·의약 중점검찰청’이다.

지난 2013년 5월 전국 11개 중점검찰청 중 가장 먼저 지정됐다. 중점검찰청 맏형이다. 전담부서인 식품의약조사부에는 의사출신 검사와 KAIST 박사(물리학)출신 검사가 포진해 있다.

필요시 서부지검에 설치돼 있는 ‘부정식품사법 합동수사단’과 ‘약품리베이트 합동수사단’이 함께 가동된다. 두 합수단은 식약처와 보건복지부 등 유관기관 파견 인력과 특별사법경찰관 등으로 구성됐다.

김형석 부장검사(식품의약조사부)는 “국민 개개인의 건강과 생명에 직결되는 서민생활 침해 범죄를 수사하고 있어 관심도 많고 여파도 크다”며 “특히 리베이트는 국가 건강보험 재정을 좀먹고 소비자에게 약값으로 전가돼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해 근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약값이 오르면 국민 의료비지출의 팽창을 가져와 보험재정수지를 약화한다. 리베이트는 의사가 약을 많이 처방할 유인이 돼 불필요한 과다 처방을 가져온다. 또한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개발(R&D)투자 여력도 빼앗는 등 리베이트는 의료계를 좀먹는 대표적 적폐다.

복제약에 의존한 제약시장

그럼에도 의약품 리베이트가 사라지지 않는 것은 의료계의 구조적 문제 때문이다. 의약품은 최종선택권이 의사와 약사에 있다. 무엇보다 국내 제약산업이 신약보다 복제약(제네릭)에 의존하고 있다. 복제약은 특허가 만료된 오리지널 신약의 카피약을 말한다. 보통 특허가 만료된 다음해에 비슷한 복제약이 쏟아진다. 가령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는 지난 2012년 특허가 끝나자 국내에서만 수십종의 복제약이 나왔다.

김형석 부장검사는 “복제약으로 먹고 살고 있는 국내 제약업계는 똑같은 효능의 복제약 중 어떤 것을 처방해줘도 상관없는 의사에게 매달릴 수밖에 없다”며 “제약사 영업사원은 대학원 조교만큼이나 을”이라고 했다.

실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2017년 제약산업 분석보고서를 보면 2016년 의약품 총 매출액 28조5119억 중 제네릭 매출이 15조5914억원으로 52.1%에 이른다. 반면 식품의약안전처에 따르면 1999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신약이 개발된지 18년이 지난 2017년 말까지 개발된 신약은 29개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제약업계가 신약개발에 올인하기도 쉽진 않다.

신약개발은 고위험·고수익 구조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글로벌 신약 개발시 평균 1조~2조원의 개발 비용과 평균 10~15년의 개발기간이 소요된다. 신약개발 성공확률은 5000분의1 수준이다. 신약 개발을 위한 국내 R&D투자 비중도 낮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는 글로벌 10대 제약사가 17.6%(2016년)지만 국내 상장 제약회사의 경우 7%대(2015년)다.

정영수 검사는 “리베이트 제공자는 적발을 우려해 물적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며 “(CSO 리베이트 건에서)40-50명의 영업사원을 조사했지만 누구에게 얼마씩 줬다는 메모를 남긴 사람은 한명 뿐이었다”고 돌이켰다.

수사 개시 및 과정에 내부고발자 등 적극적인 공익신고가 필요한 이유다.

김형석 부장검사는 “발본색원이 목표지만 현실적으로 업계의 자정능력을 회복하는 게 중요하다”며 “리베이트에는 확실한 제재가 주어진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지속적인 단속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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