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눈]사드 위기 이후 한중관계에 대한 기대

  • 등록 2017-11-08 오전 6:10:00

    수정 2017-11-08 오전 6:10:00

[베이징= 이데일리 김인경 특파원] 지난주 한국에서 휴가를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는 중국 여행객으로 가득했다. 일요일도 아닌데 비행기가 꽉 찼다는 내 말에 스튜어디스는 서울-베이징 노선은 원래 인기노선인데다 지난주부터 관광객들이 조금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내 옆 자리에 앉은 20대 중국 여성은 한국엔 어쩐 일로 왔느냐는 내 질문에 쇼핑을 하러 일 년 반 만에 방문했다고 말하며 면세점에서 산 시계를 보여줬다. 여행이 만족스러웠느냐는 질문에도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내년에는 부산에도 가볼까 싶다고 말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싸고 갈등을 거듭했던 한중관계가 서서히 풀리고 있다. 지난달 종료될 것으로 보였던 한중 통화스와프가 가까스로 연장되더니 중국의 19차 공산당 대회가 끝나자 한국을 대하는 중국의 태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중국은 시진핑 정부 2기 출범과 함께 미국에 대항할 만한 글로벌 리더십의 국가, 형님 외교를 하겠다고 선포했다. 우리 정부 역시 중국의 변화를 눈치채고 빠르게 접촉했다.

결국 한국과 중국 양국은 지난달 31일 교류정상화에 합의하는 선언문을 게재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날 “양국이 한반도 비핵화 실현,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이라는 원칙을 재차 확인했고 모든 외교 수단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을 지속해서 추진한다는 데에 뜻을 모았다”며 ‘“양국의 전략적 소통과 협력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또 사드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이 원래 사드 배치 목적에 따라 제 3국을 겨냥하지 않고 중국의 전략 안보 이익을 훼손하지 않겠다고 명확히 말했다”고 언급했다. 최근 일 년간 한중 관계를 옥죄여 온 사드 문제에 대해 양국이 이해관계로 한발 더 나아간 것이다.

선언문이 나오자마자 그동안 막혀 있던 교류는 봇물 터지듯 쏟아지고 있다. 오는 10~11일 다자간 외교의 장인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인 가운데 문 대통령은 연내 방중도 추진하고 있다. 또 중국 공산당에서 우리 여당과 야당에 특사도 보낼 예정이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19차 당 대회 결과를 설명하기 위한 중국 공산당 특사가 30여 개국을 방문하는데 이 중 우리나라도 포함돼 있다. 여기엔 중국 공산당 고위급 인사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겨울이 되면 정치권뿐만 아니라 문화 및 관광의 교류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평창 동계올림픽 바로 다음 동계올림픽이 베이징에서 열리는 만큼 중국 스포츠계, 관광업계 인사들이 대거로 한국에 몰려올 전망이다.

물론 경색됐던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 것은 아니다. 외교 관계자 역시 지금 해빙기운이 여실하다 해도 북한이 핵 실험을 재개하거나 미사일을 쏘면 다시 한중관계가 경색 국면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교민은 정부끼리 다시 손을 잡는다 해도 중국 국민 속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반한(反韓) 감정이 모두 제거되긴 어려울 것이라고도 걱정한다. 게다가 제조업과 유통업에서 한국 기업을 따라잡으려 하는 중국 경제의 성장 속도 역시 우리 기업들을 조마조마하게 만들고 있다.

하지만 벌써 노심초사할 필요는 없다. 지난 일 년간의 사드 위기를 지나며 한중관계는 1992년 수교 이후 새로운 국면에 돌입했다. 이제 전과 다르게 어떤 새로운 걸음을 걸어야 할 지는 우리의 몫이다. 중국을 그저 기회의 시장이라 볼 때는 이미 지났고 한국에서 유행이 됐던 물건들을 팔고 이미 성공했던 서비스를 제공해서 중국 소비자를 유혹할 수 있는 시대도 이젠 지났다. 다행히도 우리는 이번 위기를 통해 한국과 중국이 얼마나 다른 나라인지, 또 중국에 기대기만 하면 얼마나 쓰라린 결과가 나오는지 우리는 배웠다. 그 배움은 분명 앞으로 한중관계를 모색할 때 값진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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