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異야기]①이훈구 세화피앤씨 대표 “제약 접고 잡은 염색약, 金동아줄”

대표 맡은 후 구조조정, 제약사→염색약업체로 체질 개선
홈쇼핑 히트 헤어케어 브랜드 ‘리체나’ ‘모레모’ 잇단 성공
연매출 500억 눈 앞…스킨 분야로 화장품 사업 영역 확대
  • 등록 2018-05-08 오전 6:53:13

    수정 2018-05-08 오전 6:53:13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이대로 가도 괜찮을까….”

1994년 경기도의 한 고속도로, 이훈구 세화제약(현 세화피앤씨(252500)) 대표는 수원 톨게이트를 앞에 두고 돌연 차를 돌렸다. 그는 제약사의 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GMP) 의무화가 시행되자 관련 접수를 하기 위해 서울로 향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가는 차 안에서도 새로운 투자가 옳은 것일지 고민이 떠나지 않았다. 결국 발 걸음을 돌려 되돌아온 이 대표는 GMP 도입을 철회하고 과감히 제약 사업을 정리했다. 대신 성장동력으로 삼은 것은 비(非) 주력사업이던 염모제(염색약)였다. 전략은 주효했다. 염색약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른 데 이어 헤어케어 제품으로 범위를 넓혔고 이제는 연 매출 500억원대를 바라보는 코스닥시장 상장사로 자리매김했다. 기업 체질을 바꾸고 코스메틱 브랜드로 해외 진출을 확대하고 있는 이 대표의 성공 스토리가 궁금했다.

이훈구 세화피앤씨 대표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헤어케어 브랜드 ‘모레모’를 통해 해외 시장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직원과 주주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주식회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선택과 집중…염색약 시장 점유율 1위 차지

1985년 입사해 10여 년 만에 세화제약을 이끌게 된 이 대표는 당시 큰 변화를 마주하게 됐다. 제약사들이 GMP 시설을 의무로 갖추도록 하는 제약산업 선진화 방안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의약품 제조시설을 해당 기준에 맞게 개조해야만 했다.

당시 경영 상황이 여의치 않았기에 결단이 필요했다. 그는 “GMP로 장기 운영하면 수익은 나겠지만 생산속도가 현재보다 5배가량 늦어지고 품질관리쪽 증원도 해야 하기 때문에 6개월 내 부도가 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며 “결심이 서니 매출 65%가량을 차지하던 제약 사업을 과감히 정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제약 영업에 종사하던 직원들을 모두 내보내는 아픔을 겪었다.

그가 관심을 둔 분야는 3가지 염색약을 판매하던 염모제 사업부다. 이 대표는 “제약 시장은 경쟁도 많고 리베이트도 치열하지만 염색약 분야는 경쟁자가 많지 않았다”며 “세계적 기술을 갖고 있음에도 신경 쓰지 않던 염색약 제품 개발에 돌입했다”고 술회했다.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염색약은 물에 타서 사용하는 분말 형태가 많았는데 적은 양과 사용 시 불편함, 강한 암모니아에 따른 부작용 등이 문제였다. 이 대표는 “이발소에서 분말 제품에 거품을 내 사용하는 것을 보니 점도가 강해져 흘러내리는 것을 방지할 수 있었다”며 “이발소 사례에 착안해 1996년 크림 형태의 염색약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회사가 내놓은 액상 염색약은 출시 후 인기를 끌었고 이전까지 40% 수준이던 시장 점유율은 70%대로 껑충 뛰었다. 염색약 사업이 성과를 내면서 구조조정의 후폭풍을 최소화하게 됐고 절반으로 깎았던 직원 성과급도 원상 복구할 수 있었다.

헤나 기술 개발…히트브랜드 ‘리체나’ 출시

“한국 사람들의 염색약 사용 목적은 80%가량이 새치 때문이고 머리카락이 자라는 속도는 한 달에 평균 1cm 정도다.” 이 대표가 염색약 사업의 성장성을 높게 본 이유다. 새치를 염색하기 위한 수요가 꾸준해 안정적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좋은 제품을 만들어 시장을 넓히기 위한 이 대표의 노력은 국내외를 가리지 않았다. 새 제품을 개발한 뒤 얼마 지나지 않은 1997년 이스탄불 전시회에 참가해 헤나 염색을 접한 것이 대표 사례다. 화장품 영역인 염색약으로 브랜드 경쟁이 치열한 유럽시장에 당장 진출하는 것은 어렵다고 본 그는 중동 시장 조사를 위해 현지 전시회 방문을 결정했다. 하지만 마침 터진 외환위기로 중동행 항공편이 줄줄이 취소됐다. 전시회 참가비로만 약 6000달러를 지불했는데 이마저도 허공에 날리게 됐다.

그는 “어떻게든 중동에 가야한다는 심정으로 물색하다가 성지순례 단체와 함께 항공편을 이용하게 됐다”며 “단체 여행객 일정과 맞추다 보니 체류 기간에 여유가 있었고 전시관과 현지 시장에서 머릿결을 곱게 하는 헤나 원료를 접할 수 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한국에 돌아와 헤나에 대한 연구를 지시해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이후 2000년대 국내 미용실 위주로 헤나 염색약 열풍이 불면서 기회가 왔다. 회사는 곧장 유효성과 안정성, 독성 등의 허가를 받아 수입 헤나 추출물보다 함유량이 12배 이상 높은 헤나 원료 염색약을 개발했다.

이 대표는 “고농축 헤나 추출물을 함유해 염색 시 모발 손상을 최소화하고 염색 후에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한 것”이라며 “헤나 기술력을 바탕으로 2004년 ‘리체나’ 브랜드를 론칭했고 이후 홈쇼핑에도 진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동에서 겪은 하나의 경험과 분석이 홈쇼핑 방송 대표 히트 상품인 ‘리체나’ 염색약 탄생 원동력이 된 것이다.

코스닥 상장 삼수…“화장품 영역 확대할 것”

염색약 사업으로 경영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이 대표는 주식시장 상장을 본격 추진하게 된다. 그는 “회사 상장은 대표이사를 맡을 때부터 세웠던 목표”라며 “제약 사업을 정리할 때도 직원들에게 약속했던 것이 증시 상장”이라고 역설했다.

기업공개(IPO)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리체나를 출시하고 난 후 2005년 처음 상장을 시도했다. 기업 외형 성장을 위해 충북 진천 지역에도 공장을 짓고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회계 감사에서 지정 감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별안간 헤나 추출물 중금속(망간) 함량 문제가 불거지면서 타격을 받았다. 이 대표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식약청에서 망간은 우리 몸에 꼭 필요한 필수 미네랄이고 함량 자체도 큰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지만 결국 상장이 무산됐다”며 “2010년에도 상장을 추진했다가 해외법인 청산 등의 이슈가 걸림돌이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3년 코넥스시장에 우선 상장하고 지난해 9월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과의 합병을 통해 코스닥시장에 발을 들였다.

상장 후 세화피앤씨는 새로운 브랜드 ‘모레모’를 통해 제3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물미역 트리트먼트’로 유명한 헤어케어 제품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며 홈쇼핑에서도 소비자 반응을 이끌고 있다. 이 대표는 “상장사로서 외형을 갖추기 위해 장기적으로는 헤어제품뿐 아니라 스킨 분야로도 범위를 넓혀갈 계획”이라며 “좋은 원료와 기발한 마케팅, 연구개발(R&D)을 통해 직원과 주주 모두 만족할만한 회사를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이훈구 대표는

△1982 고려대 기계공학과 졸업 △1982~1985 (주)유공 근무 △1985 세화제약 입사 △1994~ 세화피앤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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