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전환 꼬인 인천공항 비정규직노조 "설에도 농성장 지켜요"

설 앞둔 4일 조합원들 공항 천막서 투쟁
인천공항 비정규직원, 천막농성 40일째
정규직전환 여부 쟁점…노사 갈등 지속
"부모 못봬 마음 아프지만 동료 지켜낼것"
전기 끊긴 민주노총 "경쟁채용 철회해야"
  • 등록 2019-02-04 오전 10:09:50

    수정 2019-02-04 오전 11:09:05

박건(가운데) 민주노총 인천공항지역지부 자기부상지회장이 설을 하루 앞둔 4일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앞 천막농성장에서 조합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 = 인천공항지역지부 제공)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설 연휴에도 천막농성장 지키면서 투쟁합니다.”

설을 하루 앞둔 4일 오전 9시30분께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8번 게이트 앞에서는 비정규직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민주노총 인천공항지역지부의 약식집회가 진행됐다. 천막농성장 당번인 박건(48) 자기부상지회장과 셔틀트레인지회장, 야간근무를 마친 조합원 등 20여명이 참석해 피켓팅을 하면서 고용 안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은 천막농성 투쟁을 시작한지 40일째이다.

박 지회장과 셔틀트레인지회장은 전날 농성장에서 밤을 보낸 승강설비지회장, 수하물지회장과 이날 오전 9시께 교대했고 5일 오전 9시까지 24시간 동안 천막농성을 벌인다. 박 지회장은 인터뷰에서 “오늘은 회사 근무가 비번이지만 농성조여서 천막농성장에 나왔다”며 “고향인 전남 고흥에 계시는 아버지를 찾아뵙지 못해 마음이 아프지만 동료 조합원들의 정규직 전환을 위해 농성투쟁에 결합했다”고 말했다.

공항공사 합의 변경에 ‘고용 불안’ 확산

비정규직 노조인 인천공항지역지부(지부)의 천막농성은 지난해 말 인천공항공사(공사)의 정규직 경쟁 채용 합의에서 비롯됐다.

공사는 앞서 1년 전인 2017년 12월26일 민주노총과 인천공항 비정규직원의 정규직 전환을 합의했지만 1년 뒤인 지난해 12월26일 보안검색노동조합(비정규직 노조) 등 한국노총 소속 노조 4곳과 합의서를 새로 체결해 기존 합의를 깼다.

공사는 정규직화 계획이 확정된 2017년 5월12일 이후 채용된 비정규직원 3000여명에 대해 경쟁 채용 방식을 적용하기로 지난해 12월 방침을 바꿨다. 이 때문에 애초 인천공항 전체 비정규직원 9800명 가운데 공사 직접고용 대상 3000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정규직 전환을 약속한 6800명에서 3000여명이 경쟁 시험을 치러야 한다.

인천공항공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공약한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제1호 사업장으로 지난해까지 비정규직원의 기대가 컸지만 현재는 노사 갈등으로 투쟁 국면을 맞고 있다. 민주노총은 공사와 4개 노조의 합의를 야합으로 규정했고 지난해 12월27일부터 공항 앞에서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민주노총 인천공항지역지부 조합원들이 4일 오전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앞에서 약식집회를 하고 있다. (사진 = 인천공항지역지부 제공)


박 지회장은 “공항철도㈜ 직원인 자기부상지회 조합원 50여명(2017년 5월 전 입사)은 오는 7월 인천공항공사 자회사 정규직원으로 전환된다”며 “그러나 2017년 5월12일 이후 채용된 조합원 7명은 공사의 합의 파기로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하고 경쟁시험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정한 절차를 통해 채용된 조합원들이 경쟁 채용 문제로 마음이 붕 떠있는 것 같다”며 “이러다 사고라도 날까 걱정이다. 자기부상 열차 업무는 선로 유지·보수 등 위험한 일이다. 고용 불안이 안전문제로 이어지지 않게 하려고 노력하지만 걱정이 많다”고 했다.

셔틀트레인 조합원들은 공사 자회사 정규직으로 채용됐지만 일부 조합원은 다시 시험을 봐야 할 처지에 놓였다. A(41)셔틀트레인지회장은 “2017년 5월 전에 용역업체에 입사한 셔틀트레인지회 조합원 50여명은 지난해 1월 공사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됐다”며 “그러나 2017년 5월12일 이후 자회사 정규직으로 입사한 6명은 공사의 합의 파기로 신분이 불안정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 6명은 블라인드 채용을 거쳐 공정하게 자회사로 입사했지만 방침이 바뀌어 또다시 경쟁시험을 치러야 한다”며 “조합원들은 외부에서 지원하는 구직자들과 경쟁할 경우 탈락해 해고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불안감이 크다”고 설명했다.

박 지회장과 셔틀트레인지회장은 이날 공항 앞 약식집회, 1인 시위, 조합원 간담회 등을 진행하며 투쟁 결의를 다졌다. 설인 5일은 탑승교지회, 정보통신지회가 천막농성을 하고 연휴 마지막인 6일은 부대교통지회, 보안검색지회가 이어간다.

민주노총 “신임 사장 대상으로 투쟁할 것”

민주노총 인천공항지역지부는 공사와 한국노총 소속 노조의 합의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으로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부 조합원 1000여명은 지난달 31일 오전 인천공항 앞에서 설 선물 반납 투쟁을 벌이며 정규직 전환을 요구했다.

조합원들은 공사가 지급한 스팸·식용유 세트 2개씩, 전체 2000여세트를 공항 앞에 쌓아놓고 투쟁 결의대회를 했다. 집회가 끝난 뒤에는 해당 선물 세트를 모두 공사에 반납했다.

지부 관계자는 “지금 조합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보장”이라며 “합의를 파기한 공사의 설 선물을 거부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정규직 전환 이행을 위해 공사는 야합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인천공항지역지부 조합원들이 1월15일 인천공항 앞에서 투쟁 결의대회를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 = 민주노총 제공)


집회가 진행된 이날 오후 공사는 지부에 천막 철거 요청 공문과 전기 차단 안내 공문을 보냈다. 공사는 공문을 통해 “민원이 발생해 천막 철거를 요청한다”며 “철거가 완료되지 않으면 민형사상 조치를 취한다”고 밝혔다. 또 “공항 전기가 무단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확인돼 2월1일 오전 10시 천막의 전원을 차단한다”고 전했다. 천막 전기장판과 전등 등에 사용된 전기는 이달 1일부터 차단됐다.

신철 인천공항지역지부 정책기획국장은 “전기가 끊겨 조합원들은 핫팩을 품고 농성장을 지킨다”며 “천막농성은 경찰에 집회신고를 하고 신고한 물품, 방식에 따라 합법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천공항 전기는 공항을 이용하는 모든 국민에게 무료이고 용역업체들도 무료로 사용한다”며 “전기료까지 낸다고 했는데 유독 노조활동에 전기를 끊은 것은 지부에 대한 탄압이다. 굴하지 않고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지부는 인천공항공사 신임 사장과의 교섭을 통해 정규직 전환 협상을 추진할 방침이다. 요구가 수용되지 않으면 파업투쟁까지 벌이기로 했다.

한편 2016년 2월2일 취임한 정일영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이달 1일로 임기 3년이 끝났지만 신임 사장 공모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관계로 임시로 임기를 며칠 연장했다. 지난해 12월 신임 사장을 공모한 공사는 지원자 서류 심사를 거쳐 올 1월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에 후보를 추천했다. 기재부 운영위 심사가 완료되면 국토교통부 장관이 후보 2명을 청와대에 보고하고 대통령이 최종 임명한다.

공사 관계자는 “신임 사장 임명이 늦어지는 이유를 모르겠다. 임명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정일영 사장이 근무한다”며 “민주노총과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입장이 완고해 협상이 안 된다. 사장 임명이 완료돼야 대화 여지가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 천막농성장의 전기 차단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며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대응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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