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캣츠’ 내한공연은 그동안 한국 관객만을 위해 마련한 특별한 무대를 선사해왔다. 2막 오프닝 넘버 ‘행복의 순간들’(The Moment of Happiness) 중간에 삽입돼 있는 대표곡 ‘메모리’(Memory)의 한 소절을 제마이마 역의 외국 배우가 한국어로 부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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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서울 송파구 샤롯데씨어터에서 40주년 기념 내한공연으로 개막한 ‘캣츠’에서도 어김없이 한국어 가사로 부르는 ‘메모리’가 등장한다. 언제 들어도 가슴 뭉클한 명곡이지만 이번에는 그 울림이 다르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를 살고 있는 탓에 “새로운 날 올 거야”라는 노랫말이 관객의 마음을 더 깊이 파고든다.
‘캣츠’는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걸작이다. T.S. 엘리엇의 시집 ‘지혜로운 고양이가 되기 위한 지침서’를 무대로 옮긴 이 작품은 제각각 개성이 뚜렷한 고양이들로 변신한 배우들의 춤과 노래, 퍼포먼스를 보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겁다. 여기에 클래식과 록, 디스코, 팝 등 다양한 장르가 뒤섞인 앤드루 로이드 웨버의 음악도 뮤지컬 본연의 재미를 느끼게 한다.
1981년 초연 이후 지금까지 큰 변화가 없었던 작품이기도 하다. 왜 ‘캣츠’를 다시 봐야 하는지 궁금증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올해는 여느 때보다 뛰어난 배우들로 캐스팅을 꾸려 이들의 활약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리자벨라 역의 암필은 웨스트엔드에서 ‘미스 사이공’ ‘레미제라블’ 등의 주역을 맡았던 디바다. 또한 웨스트엔드 출신의 스타 댄 파트리지(럼 텀 터거 역), 그리고 국내 뮤지컬 팬들에게도 친숙한 브래드 리틀(올드 듀터러노미 역) 등이 출연해 여느 해보다 뛰어난 열연을 펼친다.
‘캣츠’는 고양이들의 이야기지만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럼 텀 터거와 사고뭉치 몽고제리·럼플티저처럼 청춘의 열정을 느낄 수 있는 고양이가 있는가 하면, 그리자벨라와 극장 고양이 거스처럼 과거의 영광을 뒤로 한 채 쓸쓸히 삶을 이어가는 고양이도 있다. ‘캣츠’는 이들 모두의 삶을 존중하며 희망을 잃지 말자고 노래한다. 40주년을 맞은 ‘캣츠’는 코로나19 시대를 위로하는 뮤지컬로 다시 태어났다. 공연은 11월 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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