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이하 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ARK 이노베이션 ETF(ARKK)에선 하루 만에 4억 6500만달러(약 5150억원)어치 환매가 이뤄졌습니다. 이는 일일 기준 ARK 인베스트먼트에서 이뤄진 가장 큰 규모의 환매였다고 하네요. 이날 ARK 지노믹 레볼루션 ETF(ARKG)에서도 2억 200만달러가, ARK 웹 ETF(ARKW)에서도 1억 1900만달러의 돈이 빠져나갔다고 합니다. 현재 ARKK의 운용자산(AUM)이 266억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중 약 2%의 돈이 하루 만에 빠져나갔단 얘기가 됩니다.
시장의 급등락에 못 견딘 투자자들이 그만큼 돈을 뺀 것으로 보입니다. 22일 나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46%나 하락했고, 23일에도 0.5% 하락했으니까요. 심지어 ARKK가 가장 많이 담고 있는 테슬라의 주가는 22일 8.55%나 하락했고, 이튿날에도 2.19% 하락했습니다. 23일 장중엔 13%대까지 하락하기도 했죠. ARK의 ETF를 사는 투자자들은 급등을 추종하기 위한 수요가 많았던 만큼 지수 급락에 빠르게 충격을 받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이는 최근 경기가 회복하면서 물가가 오르고 있는데, 금리 역시 이에 반응해 급등하면서 벌어진 일입니다. 금리의 상승은 성장주엔 쥐약입니다. 성장주는 미래의 성장 기대감을 반영해 높은 평가를 받는데 금리가 오르면 안전자산인 채권을 사도 수익을 얻으니 주식, 그 중에서도 주가가 높은 성장주의 매력은 반감되는 탓입니다.
실제 ARK의 지분율이 높은 종목의 최근 하락률은 가파릅니다. 시가총액이 20억달러인(약 2조 2000억원·한화(000880)와 제일기획(030000)의 시총 수준) 스트라시스 내 ARK의 지분율은 21%에 달하는데요, 23일 장중 22%까지 하락하다가 낙폭을 다소 회복하긴 했지만 11%대 하락으로 장을 마쳤습니다. ARK는 시가총액이 9857만달러(약 1100억원·오스템임플란트(048260) 시총 수준)인 오가노보홀딩스 주식을 약 20% 소유하고 있는데요, 이 역시 23일 12%대 급락해 장을 마쳤습니다. 컴퓨젠(CGEN)이나 2U(TWOU) 등 ARK의 지분율이 높은 종목들도 대체로 비슷한 경향을 보였습니다.
월가에선 캐시 우드를 보며 전설의 투자자 닐 우드포드를 떠올리기도 합니다. 닐 우드포드는 대중과 반대로 베팅하는 전략으로 1990년대 이후로 꾸준히 시장을 이겨온 인물입니다. 전성기에는 무려 시장수익률(FTSE All Share)의 세 배가 넘는 수익률을 내기도 했죠. 그러나 브렉시트(Brexit)에 대한 잘못된 베팅을 하면서(남들과는 달리 브렉시트 영향이 단기적으로 그칠 것이라 판단) 지속적인 성과 부진에 시달렸고 펀드는 환매 요청이 늘어났습니다. 문제는 우드포드가 갖고있던 주식의 상당부분이 비상장 주식이나 소형주식이었다는 점이죠. 밀려드는 환매요청에도 주식을 제때 팔 수가 없자 유동성 위기에 시달린 우드포드의 펀드는 결국 2019년 문을 닫습니다.
캐시 우드의 전략은 대규모 환매로 인해 한 번 취약성을 드러낸 상황. 월가가 그녀를 보는 눈은 이전보다 더 회의적으로 변한 모양새입니다. 과연 ‘돈나무 언니’는 거대해진 펀드를 노아의 방주로 만들어 투자자들과 거친 파도를 헤쳐 나갈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