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는 남성 호르몬 때문, 고백은 배란기 때"?

사회복무연수 성차별 논란
여성에 대한 오해 가득해...
사회복무연수센터 강사들 자질 의심
  • 등록 2019-05-16 오전 6:12:32

    수정 2019-05-16 오전 8:08:45

사회복무연수센터 기본 교육에서 차별적 발언이 다수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사진=사회복무연수센터 홈페이지)


“배란기 때가 되면 호르몬이 균형이 맞으면서 기본적으로 심리적 안정이 돼요. 그래서 여자들은 배란기 때 남자들이나 주변 사람들한테 잘해준다 이거죠. 갑자기 저희 집사람이 저한테 잘해줄 때가 있어요. 그럼 막 닭살이 돋는데 그때가 딱 배란기죠.”

지난해 2월 충북 사회복무연수센터에서 이뤄진 사회복무요원 기초교육을 수료한 사회복무요원 박정훈(가명·25) 씨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4박 5일 일정의 사회복무요원 기초 교육 강사들은 성에 대한 편견을 그대로 답습하거나 성차별적인 발언을 다수 했기 때문이다.

해당 기초 교육 녹취 자료를 스냅타임이 입수해 강의 내용을 확인해봤다.

녹취에 따르면 양성평등교육 강사는 “남자들의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의 무서운 점이 뭐냐면 공격적이고 충동적인 것”이라며 “예를 들어 성매매할 때 아침에 일어나서 성매매 해야지 이렇게 계획을 세우고 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대부분 성적 충동은 테스토스테론과 술이 연관이 있다”며 “여자들도 술을 마시면 테스토스테론이 나와 원나잇에 응하는 여자들은 만취상태가 많다”고 설명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여자는 무드, 남자는 누드 좋아해

또 사회복무요원 양성평등교육 강사는 “야동을 보고 남자들이 성적인 충동을 느끼는 이유는 남자들은 시각적 자극에 성적 충동을 느끼기 때문”이라며 “남자들은 공격적이고 충동적인 특성이 있기 때문에 그것(공격적, 충동적인 것)을 조심해야 하는 반면 여자들은 정서적이고 분위기를 좋아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마무리하면서 “즉 여자들은 무드를 좋아하고 남자들은 누드를 좋아 한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양성평등교육 강사는 남녀를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발언을 다수 했다. 강사는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 후 성관계를 했다고 해도 남자의 마음은 일반적으로 소홀해진다”면서 “반면 여자들은 더욱 좋아하게 되며 여자들이 몸을 허락했다면 그건 정말 남자를 사랑하는 거라고 할 수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또 사회재난과 안전교육에서 자신을 사회복지학 교수라고 소개한 한 강사는 “대학 수업을 하다 보면 남자들은 핵심만 알려줘도 잘 알아듣는데 여자들한테는 길게 설명을 해줘야 한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해당 교육을 수강한 사회복무요원 박씨는 “기존의 성 역할 통념을 재생산하고 성차별적인 내용은 양성평등교육에서 그치지 않았다”며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는 것을 완곡하게 표현하는 듯 했다”고 했다.

이러한 내용은 성별 이분법으로 남녀를 묘사하고 기존의 성 역할 통념을 더욱 강화시키는 강의라고 여성학자들은 크게 비판했다. 변혜정 여성학 박사는 “남녀의 일반적인 특징이라는 이분법 아래에서는 기존의 성범죄를 오히려 정당화한다”며 “남성이나 여성 누구나 성적 존재로서 성적 욕망이 있는 것인데 이 강의를 들으면 남성만 성적 욕망이 있으며 그 욕망을 참을 수 없다고 이해될 수 있어 성폭력, 성매매 등의 행위가 용인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간은 변태 중 최고?

성희롱 예방과 양성평등교육 강사는 성희롱과 성폭행 등에 대해 가볍게 얘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강사는 “제가 예전에 누드집을 사서 회사에 대리님을 보여 드리려 가져가 점심시간에 봤는데 그때 여직원이 들어왔다”며 “그 여직원은 27살이었고 씩씩한 여직원이라 같이 보자고 했었는데 만약 20살, 21살의 여직원이었다면 같이 보자고 하진 못했을 것이고 성희롱으로 고소해 문제가 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강사는 강간에 대해 “변태 중 최고는 강간인데 그게 마음의 상처로 보면 여자가 남자한테 강간당한 거보다 남자가 남자한테 강간당한 게 훨씬 더 충격이 크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강의를 수강한 사회복무요원 박씨는 “강간에 대해 변태 중 최고라고 가볍게 얘기한 것도 충격이었을 뿐 아니라 성폭력 피해에 대해서는 누구도 경중을 따질 수 없는데 이렇게 성별에 기초해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사회복무요원 업무, 약자 인권보장과 밀접한데...

이러한 성차별적 발언이 난무하고 있는 사회복무연수센터는 사회복무요원들이 담당하게 될 업무가 사회적 약자의 인권보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판단 아래 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인권교육을 시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사회복무연수센터는 2016년 3월 7일부터 인권 교육을 포함한 복무 기본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으며 2018년 기준으로는 3만 1960명, 2019년 기준 3만 5440명의 사회복무요원들이 이 센터를 거쳐 갔다.

변혜정 여성학 박사는 “성 평등 교육의 목적은 관습화된 사회의 통념을 깨고 자신이 이 사회에서 통념에 따른 행동을 함으로써 상대방에게 의도하지 않은 고통을 줄 수 있다고 교육하는 것에 있으며 인간이라면 누구나 있을 수 있는 성적인 욕망을 조정하고 그 결과가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 교육을 하는 것”이라며 “그런데 사회복무연수센터의 양성평등강의는 기본적으로 강사가 성평등·성희롱 전문 강사의 자격이 있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어 변 박사는 사회복무연수센터의 양성평등 강의에 대해 “재미있게 하려고 여러 예시를 든 모양이나 성차별적, 약자 혐오적 시각과 생물학적 본질론에 의거하고 있다”며 “일방적 전달이 아니라 20대 남성의 상황을 성찰적으로 고민할 수 있는 다양한 예시를 통해 성희롱 방지 교육이 이뤄져야 하고 특히 요즘 역차별 등 20대 남성의 분노의 원인 등을 헤아려서 성 평등 교육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강호 병무청 부대변인은 "강의는 연수센터 표준 강의안에 따르며 여성가족부 산하 기관에서 검증받은 자료를 사용한다"며 "재발방지를 위해 일단 녹취록에 문제된 발언을 한 해당 강사들은 앞으로의 모든 교육 일정에서 모두 배제시켰다"고 밝혔다. 이어 "사실 관계에 대한 구체적인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에 관련 위원회를 열어 검토 후 절차를 거쳐 해당 강사들을 해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스냅타임

[김정은 정성광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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