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대두 값 떨어졌는데 설탕·식용유 값이 오른 이유

원당가격, 작년 11월 고점 찍은 후 내리막…4개월새 20% ↓
설탕 물가지수 되레 오름세…식용유·대두도 흐름 유사
정부, 이미 밀가루 사례 들어 압박…일부 가격 인하
업계 “애초 인상폭 자체 충분치 않아…제반비용 고려도”
  • 등록 2024-04-05 오전 6:05:00

    수정 2024-04-05 오전 6:05:00

[이데일리 남궁민관 기자] 지난해 역대급 고점을 기록했던 국제곡물 가격이 올 들어 속속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이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주요 소비자단체 뿐만 아니라 정부도 앞장서서 밀가루와 식용유, 설탕 등 소비자 가격 인하 압박을 하고 있다. 제분업계는 이달 들어 일부 제품가격을 인하했지만 성난 민심을 달래긴 역부족인 모양새다.

대다수 식품업계는 인건비·물류비를 비롯한 제반비용 부담 증가 등을 들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당분간 이들을 향한 가격 인하 압박은 계속될 것이란 관측이다.

(그래픽= 김일환 기자)
원당·대두 값 안정화에도 설탕·식용유 값 고공행진

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식품산업통계정보(FIS)에 따르면 설탕의 원재료인 원당의 3월 평균 국제가격(뉴욕상업거래소 기준)은 t당 479.06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011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11월 평균(602.08달러) 대비 20.4% 낮아진 가격이다.

하지만 국내 설탕 소비자가격은 오히려 소폭 오름세를 보였다. 통계청이 매달 발표하는 소비자물가지수(2020년 100 기준)를 살펴보면 설탕은 지난해 11월 144.46에서 12월 146.34로 올라선 뒤 올해 3월(146.27)까지 146대를 이어가고 있다.

식용유와 대두, 밀가루와 소맥도 유사한 흐름이다.

대두 국제가격(시카고상업거래소 기준)은 지난해 7월 평균 t당 554.17달러로 기록한 이후 꾸준히 하락하면서 올해 3월 435.39달러까지 떨어졌다. 반면 대두를 원재료로 한 식용유의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7월 155.44에서 11월 171.84까지 치솟았다가 올해 3월 167.08로 소폭 안정화된 모양새다.

지난 2022년 5월 평균 t당 453.1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소맥(캔자스시티상품거래소 HRW 기준)가격은 지난달 절반 이하인 213.07달러까지 급락했다. 반면 밀가루 소비자물가지수는 2022년 5월 126.70에서 6월 137.07로 올라선 이래 꾸준히 130대를 웃돌면서 3월 136.47을 기록했다.

특히 이같은 소맥 및 밀가루 가격의 추이는 그간 국제곡물 가격 등 원재료 가격이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수개월의 시차를 고려해야 한다는 식품업계 주장을 무색케 하는 근거로도 활용된다. 소맥 가격이 2021년 8월(264.00)과 유사한 수준인 200달러 중반대 들어선 건 지난해 10월(244.64달러)로 각각 반년여의 시차를 고려하면 올해 3월에는 2022년 1월(111.13)과 비슷한 수준의 밀가루 소비자물가지수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밀가루 제품.(사진=연합뉴스)
일부 소비자 가격 낮췄지만…“전면적 인하 쉽지않다

실제로 지난달 초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국제곡물 가격이 2022년 고점 대비 절반가량 하락했지만 밀가루·식용유 등 식품가격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고물가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관련 업계를 압박했다. CJ제일제당(097950)삼양사(145990), 대한제분(001130) 등 소비자용 밀가루 제품과 오뚜기(007310) 식용유 제품의 이달부 소비자가격 인하를 끌어내기도 했다. 총선 전후 식용유·제당업체들에 대한 압박은 강도가 더욱 높아질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들은 “원재료만으로 제품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전면적 가격 인하는 여전히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가격 인상은 원재료 뿐만 아니라 각종 제반 비용을 모두 계산해 결정한다”며 “하지만 소비자들에게 일일히 복잡하게 설명하기 어려워 이해하기 쉬운 국제곡물 가격 상승을 대표적인 배경으로 설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국제곡물 가격이 하락했다고 제품 가격을 인하할 수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상당 기간 원재료 및 제반비용 증가에 따른 손실을 감내하다가 최소 수준으로 가격 인상을 결정하는 것”이라며 “원재료 가격이 다시 하락한다고 해서 가격 인하의 여지가 생기는 게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나마 밀가루나 설탕, 식용유는 다른 가공식품 대비 원재료의 원가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향후 국제 곡물가격이 더 하락한다면 가격 조정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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