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 투수 버릇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

  • 등록 2014-03-18 오전 11:01:00

    수정 2014-03-18 오전 11:01:00

스프링캠프 연습 경기를 지켜보고 있는 넥센 밴 헤켄(왼쪽)과 나이트(오른쪽). 이 중 밴 헤켄은 지난해 투구 버릇 노출로 한 때 어려움을 겪었지만 코칭스태프의 조언을 잘 받아들여 위기를 탈출한 바 있다. 사진=넥센 히어로즈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새로운 외국인 선수들이 대거 가세하면서 각 팀 전력 분석팀도 바빠졌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선수들의 버릇을 찾아내는 일. 특히 투수들의 습관, 일명 쿠세가 있는지 살피는 것이 주요 업무다.

시범경기를 통해 이미 몇몇 선수들의 버릇이 파악됐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자연스럽게 그 부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준비가 시작됐다. 반대로 버릇이 노출된 팀은 그것을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 들어갔다.

버릇 만이 아니다. 투수들의 슬라이드 스텝도 수정 대상이 된 선수들이 적지 않다. 현재 상태로는 한국의 발 야구를 견디기 힘든 선수가 몇몇 눈에 띄고 있다.

간혹 이 부분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올 시즌 한국 무대를 밟은 선수들은 대부분 메이저리그 경험을 갖고 있으며 나름 자신이 속한 리그에서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그곳에서 습관이 큰 문제가 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의미다. 또 버릇을 안다고 다 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공연히 한국식 틀에 그 선수들을 넣으려다 더 큰 고기, 즉 성적을 놓치게 되는 것은 아닐지에 대한 우려가 그것이다.

물론 일리 있는 지적일 수 있다. 때론 단점을 고치는 것 보다 장점을 살리는 방식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의 버릇이나 슬라이드 스텝은 단순히 한 선수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팀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본다면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우리는 외국인 선수를 흔히 ‘용병’이라 부른다. ‘전쟁’을 연상 시키는 단어라는 거부감이 크지만 그만큼 이기기 위해 영입한 선수라는 인식이 강하다. 모든 팀들은 당장 팀의 흐름을 바꿔 줄 기둥 선수를 기대하며 외국인 선수를 영입한다.

그만큼 선수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수 밖에 없다. 인격이나 인성에 앞서 실력과 성적으로 의지가 될 선수를 원한다.

외국인 선수들 중에는 버릇이나 슬라이드 스텝을 지적했을 때 “그건 이전에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며 받아들이지 않는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그런 선수 중 팀의 일원으로서 우리 선수들과 하나 된 마음을 갖게 된 경우는 없었다.

포수로서 이제 전설로 남게 된 박경완 SK 2군 감독은 “수 없이 많은 외국인 투수의 공을 받아 봤다. 그 중에는 깜짝 놀랄 만한 경력을 지닌 선수도 있었다. 하지만 팀의 충고나 조언에 귀 기울이 않은 선수는 적어도 한국에선 성공하지 못했다”며 “본인은 주자가 도루를 하건, 상대가 버릇을 알고 치건 상관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상황을 함께 겪는 동료들은 다르다. 불안감이 커질 수 밖에 없다. 거기에 결과까지 덩달아 안 좋아지면 그 선수에 대한 신뢰는 크게 떨어진다. 팀 워크가 매우 중요한 한국 야구에서 동료들의 신뢰를 잃은 선수는 국적에 상관 없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 베테랑 선수도 “몇년 전 슬라이드 스텝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 선수가 있었다. 주자만 나가면 2루와 3루는 그냥 무사 통과였다. 그 선수의 평균 자책점은 그리 높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팀이 이기는데는 별 도움이 안 됐다. 같이 하는 선수들이 너무 힘들어했기 때문이다. 주자가 1루에 있는 것과 2,3루에 있는 것은 야수들의 피로도가 완전히 다르다. 결국 그 선수는 재계약에 실패했다. 성격은 좋은 선수였지만 야구를 함께 하기엔 너무 버거웠다”고 말했다.

어떤 선수도 나올 때 마다 좋은 결과를 낼 순 없다. 하지만 어떻게든 해 보려고 노력하는데도 안 되는 것과 해 보지도 않고 실패하는 것은 팀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그것이 팀의 주축 선수일 경우는 더욱 그렇다.

그 어느 해 보다 화려한 경력의 외국인 선수들이 대거 한국 땅을 밟은 올 시즌이다. 과연 이들의 버릇과 습관이 개인과 팀의 성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 그리고 과연 그 중 얼마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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