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다 유기견이야"…동화 같지만 슬픈 '그 개'

지난 5일 개막한 서울시극단 신작 연극
부새롬 연출-김은성 작가 2년 만의 재회
"어른의 세계 진입하는 슬픈 성장 드라마"
  • 등록 2018-10-07 오전 10:17:06

    수정 2018-10-07 오전 10:17:06

서울시극단 연극 ‘그 개’의 한 장면(사진=세종문화회관).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우리는 다 유기견이야.”

시도 때도 없이 욕이 튀어나오는 틱 장애 때문에 왕따가 된 16세 여중생 해일. 해일의 유일한 친구는 동네 뒷산에서 우연히 만난 유기견 무스탕이다. 둘을 이어주는 것은 바로 ‘혼자’라는 사실. 해일은 무스탕과 함께 펼치는 상상의 세계를 웹툰으로 그리기 시작한다.

지난 5일 개막한 서울시극단의 신작 연극 ‘그 개’는 중학생 해일의 성장담을 그린다. 풀밭을 연상케 하는 초록색 무대, 무대 한편에 놓여 있는 미끄럼틀과 시소, 비탈길로 산을 형상화한 무대 배경이 동화 같은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그러나 작품은 마냥 밝지 않다. 이별을 통해 어른의 세계로 진입한다는 잔인하면서도 슬픈 성장담이기 때문이다.

작품은 해일과 무스탕의 이야기와 함께 해일의 아버지를 운전기사로 둔 제약회사 회장 장강과 그의 충견 보쓰, 수입이 변변치 않은 학원강사로 힘겹게 살지만 막 태어난 아이와 함께 꿈을 잃지 않는 젊은 부부 영수와 선영의 이야기를 씨줄과 날줄로 엮는다. 경제적, 사회적 지위는 제각각인 이들은 한 동네에서 살며 서로 알게 모르게 영향을 미친다. 지금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일상이다.

이번 공연은 연극 ‘로풍찬 유랑극장’ ‘뺑뺑뺑’ ‘썬샤인의 전사들’ 등으로 함께한 극작가 김은성과 연출가 부새롬이 2년 만에 의기투합해 공연계의 관심을 모았다. 부 연출은 “이 작품은 중학생 해일의 성장 드라마로 가장 친한 친구를 버림으로써 어른의 세계로 진입해가는 과정을 그린 슬픈 성장 드라마다”라고 소개했다.

김 작가는 자신이 살고 있는 서울 성북구 성북동에서 영감을 얻어 극본을 썼다. 그는 “성북동 비탈길에서 만난 사람들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작품”이라며 “북악산에 버려진 유기견과 성북동의 커다란 저택을 지키고 있는 개, 그 사이에 어중간하게 서 있는 내가 어떻게 하면 잘 지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담았다”고 말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개’를 배우가 직접 연기해 눈길을 끈다. 부 연출은 “갑자기 등장하는 인물도 많아서 만화적인 요소를 과장적으로 표현하는 분장과 의상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무대는 장강의 저택을 주요 배경으로 삼아 여러 인물의 이야기를 펼친다. 김 작가는 “연극적인 놀이가 가능한 공간을 고민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부 연출과 김 작가의 만남을 가능케 한 것은 김광보 서울시극단 예술감독이다. 김 예술감독은 2016년 김 작가와 함께 ‘햄릿’을 재해석한 ‘함익’을 서울시극단 정기공연으로 선보인 적 있다. 김 예술감독은 “그동안 눈여겨 봤던 김 작가와 부 연출의 아름다운 작업이 서울시극단에서도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번 작품에 창작진으로 모시게 됐다”고 말했다.

밝고 경쾌한 분위기로 막을 여는 작품은 후반부 예상치 못한 전개 속에서 다소 무겁게 막을 내린다. 일상적인 인물의 현실적인 이야기가 공감대를 자극하지만 설명 형식의 대사가 많아 늘어지는 느낌도 없지 않다. 윤상화, 유성주, 김훈만, 박선혜, 신정원, 안다정, 이지혜 등이 출연하며 서울시극단 연수단원들이 다양한 역할의 ‘팝업 인물’로 등장해 연기 앙상블을 펼친다.10월 21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서울시극단 연극 ‘그 개’의 한 장면(사진=세종문화회관).
서울시극단 연극 ‘그 개’의 한 장면(사진=세종문화회관).
서울시극단 연극 ‘그 개’의 한 장면(사진=세종문화회관).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디올 그 자체
  • 깜찍 하트
  • '곰신' 김연아, 표정 3단계
  • 칸의 여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