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강의 이해못해"…韓까지 와서 `기초중국어` 듣는 中유학생들

전체 유학생 가운데 중국인 비중 48.2%
절반 가량 "한국어 수업 따라가지 못해"
울며겨자먹기로 '기초 중국어 강의' 수강
"한국어 능력 키울 수 있는 대학 프로그램 만들어야"
  • 등록 2019-03-06 오전 6:11:00

    수정 2019-03-06 오후 4:08:21

오성홍기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황현규 기자] “중국 유학생이 한국까지 와서 왜 굳이 기초 중국어 수업을 듣는 거죠?”

김영주(22)씨는 지난해 중국어 기초 교양 수업을 듣기 위해 중국인 학생들과 수강 신청 경쟁을 벌어야 했다. 강의 정원 40명 가운데 중국인 학생은 5명이나 됐다. 김씨는 “한국어 실력이 부족한 중국인 유학생이 학점을 위해 중국어 강의를 듣는 것 같다”며 “정작 한국 학생들의 수업 참여 기회만 박탈된다”고 토로했다.

현저하게 떨어지는 한국어 능력을 가진 중국인 유학생들로 대학가가 진통을 겪고 있다. 특히 학점을 받기 위해 기초 중국어 수업을 듣는 경우까지 있어 국내 학생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유학생들의 한국어 실력 향상을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中유학생, 한국어 수업 어려워…“학점 위해” 중국어 강의 수강

지난해 8월 교육부가 발표한 2018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국내 대학에서 공부하는 유학생 총 14만 2205명 가운데 중국인은 48.2%에 이르는 6만 8537명에 이르고 있다. 두 번째로 많은 베트남 유학생(2만 7061명)의 두 배 이상이다.

그러나 중국인 유학생의 한국어 실력은 대학 수업을 따라가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현장 목소리다. 대학에서 글쓰기를 가르치는 A교수는 “한국에서 4년 넘게 지낸 중국인 유학생 중 한국어 문장도 제대로 쓰지 못하는 경우 많다”며 “문장도 못 쓰는데 어떻게 한국어 수업에 따라가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유학생 중 다수가 중국인인데 그들끼리 몰려다니다 보니 한국어를 배울 기회를 잃는 경우도 다반사”고 덧붙였다.

실제 유학생 중 절반 가까운 학생들이 한국어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작년 11월 서울대 다양성위원회가 발간한 서울대학교 외국인 학생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유학생 432명 가운데 47.2%가 “한국어 수업을 전혀 혹은 부분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대부분 이해한다”는 응답은 17.8%에 그쳤다. 그러다 보니 한국어로 진행되는 수업을 피해 중국어 교양 수업을 찾는 중국 유학생도 있다. 서울 성북구 한 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 유학생 이원충(22·LI YUANCHOUNG)씨도 그 중 한 명이다. 경영학과 전공인 이씨는 작년 교양과목으로 `중국어 1` 강의를 수강했다. 이씨는 “한국어 강의보다 학점을 따기 쉬운 기초 중국어 수업을 들었다. 학점은 B+를 받았다”고 했다.

작년 10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18 코트라(KOTRA) 외국인유학생 채용박람회에서 유학생들이 채용 게시판을 살피고 있다. (사진=뉴스1)


한국 학생 불만…“한국어 교육 프로그램 개발해야”

상황이 이렇자 한국 학생들의 불만도 커졌다. 유창하게 중국어를 구사하는 중국인 학생들로 인해 수업 분위기가 저해되거나 수업 참여 기회를 빼앗긴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중국 유학생과 기초 중국어 수업을 들었다는 홍준상(25)씨는 “정작 중국어를 배우고 싶어하는 한국 학생의 수강 기회가 없어진다”며 “쉬운 중국어이기 때문에 중국인들이 수업시간에 자거나, 딴짓을 하는 경우도 잦다”고 토로했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서강대·경희대 등 주요 대학들은 한국 학생만을 위한 중국어 수업을 개설하는 고육책을 쓰고 있지만 결국 유학생의 한국어 실력을 높이는 게 근본적인 해결책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유학생의 대학 입학 기준은 공식적으로 없다. 대학마다 자율적으로 입학 기준을 선정한다. 교육부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토픽 3~4급이 대학 입학의 기준이다. 토픽은 재외동포 ·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능력시험이다. 최근 법무부도 하위대학에 진학하는 유학생의 비자발급 기준을 토픽 3급으로 정했다. 그러나 유학생이 토픽 기준을 맞췄다고 해서 한국어 수업을 따라간다는 보장은 없다는 게 전문가 판단이다. 김용경 경동대 한국어교원학과 교수는 “토픽은 기초 한국어 실력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라면서도 “일상적인 회화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시험이긴 하지만 대학 수업 이해도까지 담보할 수 있는 시험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교수는 “대학 입학시험 성격의 토픽과는 별개로 대학 내에서 지속적으로 중국 학생들을 비롯한 유학생들이 한국어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라며 “학교가 별도로 한국어 위탁교육원 등을 세워 의무적으로 한국어를 1~2년 간 교육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만 하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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