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7월말 청와대 기업인 초청 호프미팅 당시 건배주로 채택돼 이름을 알린 ‘세븐브로이’의 강서맥주, 달서맥주를 먼저 알아본 곳은 크라우드펀딩이었다. 청와대의 낙점을 받기 한 달전쯤 세븐브로이는 중개업체 와디즈를 통해 1억원을 조달하기 위해 3개월 만기 채권을 발행했는데 무려 2억5000만원의 자금이 몰렸다.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서 자주 접했던 데다 에일(Ale)맥주가 인기를 끌다보니 대중들의 관심이 뜨거웠다.
크라우드펀딩이 일종의 팬덤 문화를 형성하거나 불특정 다수가 좋아할 만한 취미나 트렌드 등에 민감해지면서 점차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영화, 뮤지컬 등 문화콘텐츠에 투자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게임, 강연콘텐츠, 삼겹살 전문점 심지어 신재생에너지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다. 크라우드펀딩 1위 중개업체 와디즈 관계자는 “크라우드 펀딩 자체가 대중이 직접 참여해 투자 여부를 결정하다보니 트렌드에 민감하다”고 말했다.
팬덤이 투자 이끈다…슈퍼어썸, 3개월간 이자 4% 지급
금융위원회 집계 결과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허용 이후 올 6월말까지 17개월간 진행된 펀딩 건수(197개) 중 3분의 2 가량이 제조업(60)이나 IT 및 모바일(52) 또는 음식 및 광고 등 기타(28)에 집중됐다. 대중들의 관심사 변화에 따라 영역이 확장되고 있다.
강연을 하는 TV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날 정도로 교육과 재미를 동시에 얻고자 하는 욕구가 크라우드펀딩에도 반영되고 있다. 강연콘텐츠 회사인 ‘세상을바꾸는시간15분’은 이달 중순 3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주식 2만주를 발행했는데 청약률이 113%나 됐다. 특히 CBS프로그램에 방영되면서 이름이 알려진터라 평소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이 직접 투자에 나선 경우가 많았다.
고깃집 ‘철든놈’을 운영하는 아이언랩의 자회사인 아이언미트는 지난달 ‘숙달돼지’ 서울 사당동 직영점을 열면서 1년만기 채권을 발행해 2억원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청약률이 무려 124%에 달했다. 숙달돼지는 작년 11월 서울 문래동에 오픈한지 넉달만에 하루 매출 300만원을 달성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채권의 기본 이자율은 연 9%이지만 사당점 연 매출액에 따라 추가 이자를 차등 지급해 12억원 이상이면 19%의 이자를 지급한다. 이럴 경우 투자자는 이자를 더 받기 위해 스스로 고객이 됨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홍보역할을 맡으면서 기업의 매출 증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공동구매 형식의 리워드형 투자도 꾸준한 인기몰이
2013년부터 시작된 리워드형(Reward) 크라우드펀딩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와디즈는 올 상반기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선 44건, 54억원의 자금을 중개했으나 리워드형에선 360건, 45억원의 자금을 끌어모았다.
리워드형은 목표액 100%를 채울 경우 공동구매처럼 제품 등을 구입하는 형태로 투자라기보다 제품 구매에 가깝다. 해당 기업은 선주문 결제 후 제품을 제작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고 부담이 없다. 투자자는 신제품을 먼저 취득할 수 있거나 기존제품이라도 시장가격보다 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실제로 샤플의 백팩과 캐리어는 지난달 500만원을 목표로 펀딩을 진행했으나 13억원을 돌파해 리워드형 펀딩 사상 최대액을 기록했다. 와디즈 관계자는 “욜로(YOLO, 자신의 행복을 가장 중시하고 소비하는 태도) 등 사회적 트렌드에 맞춰 좋아하는 것이나 개인의 취향과 안목을 반영한 프로젝트에 투자할 수 있다는 것이 크라우드펀딩에 투자자와 기업이 몰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