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방위훈련에 불평 늘어놓을 텐가

  • 등록 2017-08-23 오전 6:00:00

    수정 2017-08-23 오전 6:00:00

오늘은 제404차 ‘민방위의 날’이다. 오후 2시부터 적의 공습에 대비한 민방공 대피훈련이 전국에서 일제히 실시된다. 미국이 대북 군사행동을 거듭 들먹이고 북한도 미사일 보복 위협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한반도 긴장이 극도로 고조된 만큼 이번 훈련은 어느 때보다 엄중한 분위기에서 실제 상황을 상정해 진행한다는 게 정부 방침이다.

민방위훈련은 언제부턴가 훈련이라고 부르기조차 민망할 만큼 시늉만으로 전락했다. 고작 20분의 훈련을 못 참고 온갖 불평을 늘어놓으며 텔레비전과 라디오로 생중계되는 훈련 실황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국민이 대다수다. 민방위훈련을 요식행사쯤으로 여기고 그나마도 이런저런 이유로 툭하면 거른 정부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긴 매한가지다.

미국과 일본의 대응태세는 전혀 다르다. 하와이와 괌은 이미 북핵 공격 대응지침을 마련해 경보체제에 들어갔고 일본에서도 초등학교를 대상으로 비상대피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북한 공격에 대비해 비상식량과 물, 배터리, 기저귀 등을 장만하는 가구도 늘고 있다고 한다. 바로 코앞에서 북핵 위협에 직면한 우리와 비교해서도 위기의식이 월등한 상황이니 우리의 안보 불감증을 비아냥대는 외신들을 나무랄 수만도 없다.

“새 정부 출범 후 첫 훈련인 만큼 형식적으로 진행돼선 안 된다”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이 새삼 주목되는 것도 그래서다. 김 장관 말마따나 남북 대치 상황에서 민방위훈련은 국민이 익혀야 할 가장 기본적인 훈련이다. 북한이 어제 한·미 합동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 연습을 맹비난하며 “무자비한 보복과 가차없는 징벌”을 거론한 마당이라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뒤늦게 사재기 소동을 벌이는 호들갑은 이제 자제해야 한다. 경주 지진 당시 불티나게 팔리다 사태가 끝나자마자 관심이 시들해진 생존배낭이 좋은 사례다. 지금은 국민행동요령을 숙지하고 민방위훈련에 적극 동참하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생존배낭보다 더욱 요구되는 시점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하는 ‘한반도 전쟁 불가론’은 몇 마디 말만으로는 결코 관철할 수 없다. 강력한 억지력과 함께 철통같은 안보의식이 뒷받침될 때 평화가 비로소 가능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외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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