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 왜 안잡히냐"·"데이트나 하자"…성희롱·주먹질에 무방비인 女택시운전사

남양주 여성 택시 운전자 폭행…"안타깝지만 비일비재"
女택시기사 "성차별 일상적이고 성희롱·폭행 위험 상주"
운전자 폭행 사건 매해 수천건…구속은 1% 그쳐
승객 불편에 보급 안되는 운전자 보호막 "의무화해야"
  • 등록 2019-02-13 오전 7:32:48

    수정 2019-02-13 오전 7:34:44

지난 6일 오후 서울역에서 대기 중인 택시.(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20년 차 여성 택시운전사 A(53·여)씨는 최근에 만난 한 만취 승객에게 당한 모욕을 잊지 못했다. 새벽에 택시 운행을 나온 A씨는 술에 취한 남성 승객을 태우고 가던 길이었다. 그 승객은 A씨에게 사납금이 어느 정도인지 물었다. A씨는 3만 4000원 정도라고 답하자 그는 갑자기 지갑에서 15만원을 꺼내더니 “이 정도면 넉넉하겠다”며 “한번 하러 가자”고 말했다.

A씨는 “생계를 위해 택시 운행을 할 뿐인데 그런 얘기를 들으면 너무 수치스럽고 아이들 얼굴 보기도 힘들다”며 “여성 운전자들은 아무래도 소수이다 보니 이런 억울한 일을 당해도 참고 넘어가야 하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40대 남성이 한 여성 택시 운전기사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여성 택시 운전사들에 대한 안전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이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고객들로부터 폭행 위협뿐 아니라 상습적인 성희롱도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택시업계는 운전사들의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가 보완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女택시기사 “남양주 폭행 사건 비일비재…성희롱·성차별에 늘 시달려”

지난 10일 오전 4시 30분쯤 경기 남양주시에서 김모(40)씨가 자신이 탄 택시 안에서 기사 이모(62·여)씨를 주먹으로 수차례 때린 뒤 도주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김씨는 “택시가 잘 잡히지 않아 화가 난다”며 짜증을 낸 뒤 이씨를 무차별로 폭행했다. 다음날인 11일 자수한 김씨는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추적을 회피하려 한 점 등을 들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 사건을 접한 여성 택시 운전사들은 안타깝다는 말을 하면서도 일상적인 일일뿐 특별한 사건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택시 운행을 하는 내내 폭행과 성범죄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인천에서 40년간 택시를 운행한 김모(62·여)씨는 “오랜 기간 생계를 위해 택시 운전을 해오면서 성희롱과 폭행 위험에 시달렸다”며 “술에 취한 승객이 앞자리에 탄 뒤 어깨에 기대는 척하면서 가슴을 만지고 밀어내도 다시 만지는 등 성추행을 당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여성 택시 운전사는 “만취 승객이 승차한 뒤 데이트 한번 하자며 계속해서 성희롱 발언을 해 파출소 앞에 차를 세우고 신고한 뒤 그러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고 다시 태웠다”며 “그 이후 경인고속도로를 타고 서인천으로 가는 방향으로 진입하자마자 폭행하기 시작해 제복이 다 찢어지고 코가 부러져 병원에 보름 동안 입원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태우기 전에 피하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승차거부하기도 어려워 곤경에 처할 때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0일 오전 4시 30분쯤 경기 남양주시 호평동 아파트 단지 인근 도로를 지나는 택시 안에서 기사 이모(62)씨가 남성 승객 김모(40)씨에게 무차별 폭행당해 병원에서 치료 중이다.(사진=연합뉴스·피해자 측 제공)


운전자 폭행 매년 수천건…“법 엄격 집행, 운전자 보호막 의무화해야”

여객 운전자에 대한 폭행 사건이 매해 수천 건으로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남성 운전자에 비해 극소수인 여성 택시 운전자들의 안전은 더 취약한 상황이다. 여성 택시 운전 업계는 최소한의 안전이라도 보장받기 위해 택시에도 운전자 보호막 의무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여객 운전자를 폭행하거나 협박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2000만원 이하 벌금, 상해에 이를 경우 3년 이상의 유기징역, 사망 시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등 무겁게 처벌하고 있지만 실제 구속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경찰청이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운행 중인 자동차 운전자에 대한 폭행 사건은 1만 3374건(구속 113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상반기로 범위를 좁히면 검거건수는 1255건이었지만, 구속된 경우는 단 5건에 불과했다.

이재정 의원은 “여객자동차 운전자에 대한 폭행범죄는 운전자 개인은 물론 이를 이용하는 다수의 국민을 위협하는 중대 범죄”라며 “매년 3천 건에 달하는 운전자 폭행범죄야말로 일벌백계하는 엄격한 법 집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자 인천여성운전자회장은 “지자체 차원에서 택시 운전사들에게 운전자 보호막을 지원해주고 있지만 의무화가 아닌 지금 승객들이 자신들을 믿지 못한다고 여기는 등 정서적으로 부정적인 면이 많아서 여성 운전자들이 사용하기 꺼린다”며 “생계를 위해 택시 운행을 하는 소수의 여성 택시 운전자들에게 어쩌다가 한번 발생하는 일이라도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의무화를 시행해 최소한의 안전도 보장하면서 영업에 방해되지도 않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자료=이재정 의원실 제공)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미모가 더 빛나
  • 빠빠 빨간맛~♬
  • 이부진, 장미란과 '호호'
  • 홈런 신기록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